시사, 상식

총선용이라지만…‘모순투성이’ 경제 정책 쏟아내서야

道雨 2024. 1. 17. 10:48

총선용이라지만…‘모순투성이’ 경제 정책 쏟아내서야

 

 

 

감세 폭주·건설 부양…‘건전재정’과 역행

정부, 민생 명분 연일 선심성 정책 발표

법 개정 필요 사안인데 일단 던지는 식

R&D 예산 줄여 놓고 “내년엔 대폭 증액”

“오락가락 경제 정책 그 피해는 국민 몫”

 

윤석열 정부가 3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을 겨냥해 즉흥적으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입으론 '건전재정'을 외치면서 마구잡이로 세금을 감면하고 건설 경기 부양에 수십조 원을 투입하는 등 모순투성이 정책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과학계 전체를 카르텔로 몰아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더니 내년에는 다시 대폭 늘리겠다고 한다.

기업 활동을 활성화해 민간 주도의 일자리 정책을 펼치겠다고 해놓고 16일에는 올해 상반기에만 정부가 직접 114만 명 이상을 채용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쏟아내는 정책 중엔 국회에서 법안을 개정해야 시행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실행될 수 없다는 뜻이다.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일단 던져놓고 보겠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 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2024.1.4. 연합뉴스

 

 

정부, 민간이 일자리 만든다며 총선 직전 70만 명 직접 채용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약자 복지와 일자리,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올해 상반기 중에 역대 최대인 65% 이상의 재정을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지방 건설사 연쇄 부도를 촉발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도 그는 "상반기 전체 SOC 예산의 75%인 15조 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공공기관 투자 사업 예산도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인 3조 9000억 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경기 부양은 예산의 비효율적 사용도 문제지만 부실한 건설 사업장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설 연휴 전후에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으로 70만 명을 채용하기로 한 것도 그동안 윤석열 정부가 말했던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자리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만든다고 했다. 이런 논리로 대기업 세금 감면 등 지원 명분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문재인 정부가 공공 일자리를 늘리자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똑같은 정책을 반복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16일 발표한 ‘일자리 사업 추진 방향’을 보면 1월 중 노인 일자리 63만 개, 자활사업 4만 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3만 5000개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포함해 정부 직접 채용 인원은 1분기 105만 5000명(올해 전체 117만 명의 90%), 상반기까지 114만 2000명(97%)에 달한다. 

경기 침체로 민간 부문 고용이 감소하면 공공 일자리 사업을 활성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심한 불황이 덮쳤을 때 공공 일자리를 늘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떤 정부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공공 일자리 정책을 평가절하한 것은 자가당착이 되고 말았다.

 

 * 정부 직접 일자리 사업 내용. 2024.1.16. 연합뉴스

 

 

 

소상공인 이자 감면·신용 대사면…연일 총선용 선심성 정책 발표

 

올해 들어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거의 매일 총선용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해 제2금융권 이자를 덜어주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취약계층 365만 호에 대한 전기요금 인상 유예를 추가로 1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11일에는 2021년 9월부터 올 1월까지 2000만 원 이하의 연체자 중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면 연체 기록을 없애는 대책도 발표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신용 대사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데다 모럴 해저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다. 

이에 앞서 영세 소상공인 전기요금 감면과 지역 의료보험 가입자의 자동차 부과 기준 폐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대주주 주식양도소득세 완화,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등 많은 정책을 공표했다. 정부 예산만 투입하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충분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할 사안도 적지 않다. 특히 세제와 부동산 관련 정책은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예컨대 준공한 지 30년만 넘으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허용하는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방안을 담은 ‘1.10 주택 대책’은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한다. 또 부동산 하락기인 지금은 집값에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다시 금리가 내려가는 등 시장 환경이 바뀌면 집값 급등을 촉발하는 악법이 될 수도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를 즉흥적으로 던졌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 개인 신용사면 내용. 2024.1.15. 연합뉴스

 

 

 

세수 감소 아랑곳하지 않고 대기업 감세 폭주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의 한 축은 ‘건전재정’이다. 그런데 총선용으로 발표한 대책들은 세수 감소를 유발하거나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 성균관대 반도체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업무보고를 겸해 진행된 토론회에서 밝힌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연장도 그렇다. 윤 대통령은 이를 두고 ‘대기업 퍼주기’라는 비판에 “세액공제로 투자가 확대되면 반도체 생태계와 기업 수익, 일자리, 국가 세수가 늘어나게 된다”고 했다. 단선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세액공제만으로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세액공제로 인한 세수 감소는 즉각 나타나지만 세액공제로 기업 투자가 늘어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 R&D 예산에 대한 윤 대통령의 말과 태도 역시 오락가락해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학계를 뜬금없이 카르텔로 몰아 올해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더니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R&D 예산을 줄여서 불안해하는 분들이 많은 데 걱정하지 말라”며 “내년도 예산을 만들 때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해 학생과 연구자를 우수 인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R&D 예산 삭감으로 대학원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세수는 예상보다 59조 원 넘게 부족했다. 올해 예산안을 보면 작년보다 세수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은 빈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정책은 일관성이 있고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혼란을 겪지 않고 재정도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 이것이 국가 경제 정책의 기본 문법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본을 지키지 않고 있다. 좌충우돌식 경제 정책으로는 민생을 살릴 수도 없고 건전한 재정도 지킬 수 없다. 무엇보다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 국세수입 전망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