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검찰 애완견'임을 증명해주마
사흘간 줄기차게 검찰 받아쓰기 보도 이어가
검찰을 위한, 검찰에 의한, 검찰의 기사들
기자 10여명이 하루 6~7개씩 검찰 입장 보도
지난 7월2일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가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7월2일 오후 2시6분 김상윤 기자는 ‘민주당, 이재명 수사 검사 4명 탄핵안 발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래처럼 보도했다.
“강백신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수사 과정에서 압수 수색 관련 규정을 어겼다는 의혹, 김영철 검사는 국정 농단 특검 당시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와 뒷거래를 했다는 의혹, 엄희준 검사는 2011년 한명숙 전 총리 재판 당시 재소자를 불러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백신, 엄희준 검사는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대장동, 백현동 의혹 사건 등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간부다. 박상용 수원지검 검사에 대해선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이 전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검사 탄핵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를 제목과 게재 시간 그리고 기사 작성자 이름만으로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정리하려 한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겠다. 조선일보처럼 편파와 왜곡을 하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다.
7월2일 오후 2시51분에 ‘검찰총장 “검사 탄핵, 이재명이 재판장 맡아 재판하겠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이슬비 기자와 방극렬 기자가 기사를 작성했다.
같은 날 오후 3시44분에 김동하 기자는 ‘대통령실, 검사 탄핵에 “민주당이 수사권 달라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역시 같은 날 오후 7시20분에는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다”는 유종헌 기자가 ‘법무부, 민주당 검사 탄핵에 “형사사법 근간 뒤흔들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냈다. 이 기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검사 탄핵이 형사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법무부 장관의 입장을 담았다.
다음날인 7월3일 ‘야, 이재명 수사 검사 탄핵...검찰총장 “방탄용”’이라는 제하의 기사가 오전 1시1분에 이슬비 기자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미 전날 2시51분 이원석 검찰총장의 기자회견에 대한 기사가 나왔는데, 중복 게재를 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음으로는 ‘이재명 대선 가도 방해되면 다 탄핵, 국기 문란 수준’이라는 사설이 오전 1시28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서 ‘퇴직 검사들 “민주당의 파렴치한 검찰 말살...탄핵소추 기각해야”’라는 제목의 기사가 오전 10시55분 박혜연 기자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이미 이름을 알린 유종헌 기자가 ‘현직 검사장들, 야 검사 탄핵에 “도둑이 경찰 때려잡겠다는 것”’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오전 11시59분에 올렸다. 이 기사에는 ‘단독’이란 명패를 붙였다. ‘대통령실 “민주당, 헌정파괴 시도, 폭력적 입법쿠데타 중단해야”라는 김동하 기자의 기사도 오후 3시10분에 게재됐다.
‘이재명 수사 지휘 송경호 고검장 “나를 탄핵하라” 야 비판’이라는 기사는 검찰을 위해 가장 열심히 뛰고 있는 이민준 기자가 오후 3시 36분에 올린 것으로 되어 있다. 양은경 기자는 ‘박상용 검사, “대변 루머는 허위사실 ,,, 사과 않으면 고소할 것”’이라는 다소 충격적인 제목의 기사를 오후 6시50분에 올렸다. 정작 기사에서는 함구하던 내용을 반박에서야 비로소 등장시키는 전형적인 조선일보식 보도 방식을 보여줬다.
‘대변 루머’의 내용은 너무나 역겨워서 읽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위에서 보여준 조선일보의 보도 기술은 ‘대검 “탄핵 사유, 명백한 허위”...5장 자료로 야 주장 일일이 반박(요약문)’에서도 제대로 발휘된다. 탄핵 사유로 가려졌던 내용들이 일방적이긴 하지만 일부분 드러나기도 했다.
오후 9시31분에 조선일보 검찰 보도의 ‘주포(主砲)’ 이민준 기자가 친절하게 그래픽까지 올렸다. 이보다 앞서 한시간쯤 전인 오후 8시29분에 이민준 기자는 ‘북부지검 부장검사단, 검사 탄핵 야 향해 “형사사법 근본 훼손”’이라는 기사도 썼다. 이 기사를 혼자 다 쓰려면 얼마나 어려웠을까? 아마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했을 것 같아 측은한 마음이 든다.
7월4일 오전 8시55분 ‘이재명 수사 지휘 고형곤 검사장 “수사 위법했다면 내게 책임 물어라”’ 제목으로 이민준 기자가 또 기사를 올렸다. 이미 송경호 검사가 ‘이재명 수사 지휘’를 고백했는데, 똑같은 공로를 주장하는 고형곤 검사장이 등장한 것이다. 서로 공치사를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과로한 이민준 기자의 소홀함인지는 알 수 없다.
‘야, 검사 탄핵 역풍 의식? “의혹 있으니 국회서 조사해보자는 것”’이라는 특이한 기사가 오전 10시 44분에 김승재 기자 이름으로 올라왔다. 내용이 특이하다기보다는 야당의 입장을 보도하는 ‘획기적인’ 보도가 특이하다는 말이다.
오전 11시5분에는 이민준 기자가 그토록 많은 기사를 쏟아냈음에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압수 수색 날짜도, 언론 이름도 틀리고...성의 없는 야 검사 탄핵안’이라는 기사를 올렸다.
오전 12시4분에는 (데스크에서)라는 칼럼 형식으로 ‘비상식적 검사 탄핵, 뭘로 막을까’라는 양은경 기자의 근심이 이어진다.
다음으로는 ‘법조계 원로들 “이재명 재판할 판사들 미리 겁박하는 것”’이라는 기사가 오전 12시56분에 방극렬 기자 외 2명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각에 ‘“입법부 탄핵 남용” 검사장 집단 반발’이라는 기사가 유종헌 기자와 김정환 기자의 이름으로 게재됐다. 야당의 이재명 수사 검사들 탄핵안에 “야만적 사태”“나를 탄핵하라” 그리고 “원로들이 법치주의 파괴를 말했다”는 내용이 반복된다.
검사 24명을 호명한 이원석이 “상대가 저급하고 비열해도 외압 굴복 말라”고 했다는 기사를 오후 3시17분에 방극렬 기자가 게재했다. 잠시 할 말을 잃는다. ‘서울 중앙지검, 야 검사 탄핵에 “입법권 남용”’이라는 제하의 기사는 검찰 수호 투사 이민준 기자가 오후 18시3분에 올렸다.
이제 마지막일까? 그럴리가!
‘탄핵 검사, 대변 루머 제기한 이성윤 내일 고소..“명백한 허위”’라는 제목의 기사가 오후 9시44분 방극렬 기자와 이민준 기사 이름으로 올려졌다.
조선일보를 제대로 공부한 3일이었다.
조선일보는 사흘간 줄기차고 성실하게 검사들의 주장을 받아썼다. 검찰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검찰 기관지요 검찰 ‘애완견’이었던 것이다.
이런 신문이 우리나라에 또 있을까?
시민들이 조선일보 폐간을 외치는 이유다.
언론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이득우 언소주 정책위원(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단장)mindle@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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