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역전된 잠재성장률, 구조개혁 실패 경고다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으로 여겨지는 잠재성장률이 지난해부터 미국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후발 주자이자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르기 마련인데, 경제 규모가 16배나 큰 미국보다 낮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정부는 성장잠재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 노력이 사실상 실패하고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국 잠재성장률 집계 자료를 보면, 오이시디가 추정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0년 2.4%에서 지난해 2.0%로 급격히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은 1.9%에서 2.1%로 오히려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두 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다.
잠재성장률 통계가 산정된 2001년 이후, 미국에 뒤처진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노동·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이런 현상은 초저출생·초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15~64살)가 감소한 영향이 크다.
생산연령인구는 둔화 추세가 이어져오다, 2019년(약 3763만명)을 정점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노동력 부족으로 힘이 빠진 성장동력은 총요소생산성 개선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신통치 못하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 수준과 자원 배분의 효율성 등으로 결정된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00년대 초반에 견줘 절반 수준으로 둔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빠르게 식어가는 성장동력을 반전시키기 위해선,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다. 초저출생 현상은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과 연관돼 있으며, 근저에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높은 주택 가격, 수도권 집중 등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고령 인구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정년 연장 또는 계속고용, 일-가정 양립화 등의 정책도 더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또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초연구 투자와 혁신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혁신창업가들이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 현 정부도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 등 3개 축으로 이뤄진 역동경제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구조개혁이 탄력을 받기 위해선, 복잡하게 얽힌 계층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정치권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 2024. 10. 2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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