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국가’ 방글라데시…폭군 내쫓고 개혁 순항
‘이코노미스트’ 선정 “폭군 내쫓고 좋아진 나라들”
폴란드, 남아공, 아르헨티나, 시리아도 최종 후보
노벨상 수상 유누스 과도정부 개혁 성공 방글라
‘쿠데타’ 혼란 조기 수습한 한국 2025년 유력후보?
<이코노미스트>는 19일, 매년 12월에 발표해 온 ‘올해의 국가’로, 시민봉기로 셰이크 하시나 독재정권을 몰아낸 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임시정부를 통해 질서를 회복하고 경제를 안정시킨 방글라데시를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가장 부유하거나 가장 행복하거나 가장 도덕성이 높은 곳이 아니라, 지난 1년 동안 가장 많이 좋아진 나라다. 특히 기사 부제로 단 대로 “폭군을 무너뜨리고 더 나은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나라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현지에 파견돼 있는 자사 특파원들 간의 토론을 통해 순위를 정한다. 말할 것도 없이, 이 순위는 이코노미스트가 정한 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런 기준에 따라 이전에 콜롬비아(내전 종식), 우크라이나(침략에 대한 저항), 말라위(민주화)가 선정된 적이 있다. 2023년에는 그리스가 오랜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 현명한 중도 정부를 재선시킨 공로로 ‘올해의 국가’상을 받았다.
올해는 방글라데시 외에 폴란드, 남아프리카 공화국, 아르헨티나, 시리아 등 5개국이 최종 후보 명단에 올랐다.
우파 권위주의 ‘나쁜 정부’에 맞서 싸운 폴란드
올해 2024년의 최종 수상 후보국들 중 두 나라는 ‘나쁜 정부’에 맞서 싸운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나는 폴란드다. 폴란드에서는 2023년 총선 뒤 구성된 중도우파 야당연합의 도날트 투스크 정부가, 전임 정권이 손상시킨 피해를 복구하는데 1년을 보냈다. 8년간 집권한 민족주의 보수우파 정당인 ‘법과 정의당’은 이웃 헝가리의 권위주의적인 빅토르 오르반 체제 모델을 따라 법원, 미디어, 기업의 통제력을 장악함으로써 자유주의적 민주주의 규범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투스크는 훼손된 제도들을 복구하기 위한 긴 고난의 여정을 시작했다. 그는 또 대규모 군대와 국방비 증가로 폴란드를 유럽 안보의 더욱 강력한 기둥으로 만들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안보 위기에 직면한 유럽 상황이 이 점을 특히 높이 평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폴란드의 이런 군사적 변화에는 K9 자주포, K2 전차 등 한국의 방산(무기산업) 제품들의 대량 수출도 밀접하게 얽혀 있다.
그러나 투스크 정부에는 감점 요인도 있다. 그는 일부 헌법 조항을 삭제했고, 폴란드와 독일의 관계는 좋지 않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장기집권 무너뜨린 남아공
약 1만km 떨어진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도 더 나은 것을 요구했다. 5월 선거에서 넬슨 만델라(1918~2013)가 이끌었던 아프리카 민족회의(ANC)는, 아파르트헤이트(백 차별정책)가 종식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의회 다수당의 지위를 잃었다. 유권자들은 집권당의 거물들이 국가 기관을 파괴하고 약탈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도 실패한 것에 화가 나 있었다. ANC는 이제 다른 정치세력들과의 연합을 통해 통치해야 하며, 더 합리적인 지도자들은 마을과 도시를 잘 운영한 기록이 있는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 연합과 손을 잡기로 했다. 새로운 연합은 실업과 범죄와 같은 엄청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더 나은 통치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급진적인 자유시장 실험 감행 중인 아르헨티나
성공적인 경제 개혁을 수행한 나라도 상을 받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정책은 오랫동안 끔찍했다. 방만한 지출, 높은 인플레이션, 치솟는 환율 및 연쇄적인 채무 불이행으로 얼룩졌다.
2024년, “무정부 자본주의자” 대통령인 하비에르 밀레이는,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자유시장 실험을 감행해, 공공 지출을 삭감하고 규제를 완화했다. 이는 성공했다. 인플레이션과 차입 비용이 감소했고, 경제는 3분기에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통화 가치가 과대평가되어 있으며, 충격 요법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
부자세습 아사드 50여 년 장기독재 무너진 시리아
올해의 준우승자는 최근에 아사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시리아다. 12월 8일 바샤르 알 아사드가 축출되면서, 반세기 동안의 타락한 부자 세습 왕조 독재가 끝났다.
‘아랍의 봄’ 시위 진압 뒤 계속된 지난 13년 동안, 내전과 국가 폭력으로 약 60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사드 정권은 적대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상대로 화학무기 사용과 집단 고문을 자행했고,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 산업 규모의 마약 거래에 의존했다. 지옥의 집단 수용소와 대형 집단 학살 매장지 등, 아사드 독재 폐악의 무참한 흔적들이 국제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본격적인 반군 공세 뒤 불과 10여 일 만에 무너진 아사드 체제의 몰락은 시리아인들에게 기쁨을 가져다주었고, 그의 독재 후원자들, 즉 그에게 급조된 대형 폭탄들을 투하할 공군력을 빌려준 러시아, 그리고 시리아를 ‘저항의 축’(하마스, 헤즈볼라와 함께)으로 여긴 이란에게는 굴욕을 안겼다.
모스크바로 망명한 아사드는 2024년에 축출된 최악의 폭군이었다. 하지만 그를 대체할 체제가 어떤 수준인지도 중요하다. 현재 수도 다마스쿠스와 시리아의 나머지 큰 지역들을 통제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반군 집단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 샴(HTS)은 지금까지 실용적이었다. 하지만 2016년까지 알카에다와 제휴했고, 몇 년 동안 이드립 주를 효율적이지만 억압적으로 통치했다.
HTS가 너무 많은 권력을 얻으면 이슬람 독재 정권을 강요할 수 있고, 너무 약하면 시리아가 무너질 수 있다.
장기 독재 몰아내고 ‘유누스 개혁’ 중인 방글라데시
올해의 우승자는 독재체제를 무너뜨린 방글라데시다. 지난 8월에 학생들이 주도한 거리 시위로, 15년간 인구 1억 7500만 명의 나라를 통치했던 셰이크 하시나가 쫓겨났다.
독립 영웅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 전 총리의 딸인 그녀는, 한때 급속한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녀는 억압적 통치자가 돼, 선거를 조작하고, 반대자들을 투옥하고, 보안군에 시위대를 사살하라고 명령했다. 그녀의 재임 중에 엄청난 돈이 도난당했다.
방글라데시는 권력이 바뀔 때마다 복수심에 불타는 폭력의 역사가 되풀이됐다. 주요 야당인 BNP(방글라데시 민족주의당)는 부패했다.
이슬람 극단주의는 위협요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변화는 고무적이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끄는 임시 기술관료 정부는 학생, 군대, 기업, 시민 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은행가·경제학자·사회운동가인 유누스는, 빈민들에게 무담보 소액대출 운동을 하면서 ‘그라민 은행’을 설립해 빈곤퇴치에 앞장선 공로로, 2006년에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유누스의 임시정부는 질서를 회복하고 경제를 안정시켰다.
2025년에는 인도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언제 선거를 실시할지 결정해야 한다. 먼저 법원이 중립을 지키고 야당이 조직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독재자를 몰아내고 더 자유로운 정부를 향해 나아가는 방글라데시는 ‘올해의 나라’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윤석열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87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한 개헌과 새 정부 수립에 성공한다면, 2025년에는 한국도 유력한 우승 후보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한승동 에디터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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