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한국서 자랐어도 나가" 경남 이주민 아동 200여 명 강제추방 위기

道雨 2025. 2. 4. 16:23

"한국서 자랐어도 나가" 경남 이주민 아동 200여 명 강제추방 위기

 

 

한시 구제책 3월 말 종료 시 강제 퇴거... 이주민 기관·지원 단체 제도 연장 요구

 

 

"이주민 아동 임시 체류 제도 덕분에 아이와 저는 비자를 받을 수 있었고, 추방당한 아내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21년 만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족을 부양하고자 2002년 창원에 온 ㄱ(45) 씨는, 법무부 '이주민 아동 임시 체류' 제도 덕에 한국에서 자녀와 살 수 있었다. ㄱ 씨는 정식으로 비자를 발급받아 고향을 다녀왔고, 어린아이는 학교생활을 해나갈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주민 아동 임시 체류 제도가 3월 말 종료된다는 점이다. 임시 체류가 종료되면, 경남에서 살아가는 이주민 아동 최소 200여 명(추산)을 비롯해, 전국 3000여 명이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6년 이상 체류 아동, 학업을 위한 체류 자격 임시부여했으나

박보현 감독이 농촌에 사는 태국인 부부와 아이를 촬영하고 있다. /박보현 감독 ⓒ 경남도민일보관련사진보기

 

 


국내에서 태어나 거주 중인 외국인 아동은, 언어·문화적으로 사실상 우리 국민에 가까운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체류 자격이 없어, 학교에 다닐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부모 나라로 돌아가기도 어려워 방치돼 있었다.

이에 2020년 4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불법 체류 아동 강제 퇴거 중단과 체류 자격 부여를 권고했다.

법무부는 2021년 4월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대책'을 내놨다.

이 대책에 따라, 국내에서 태어났거나 영·유아기에 입국해 6년 이상 체류한 아동은, '학업을 위한 체류자격'을 받았다. 학업 범칙금 납부 능력이 없는 부모는 범칙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됐다. 이 대책은 올해 3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 중이다.

교육부 통계를 보면, 국내 출생 미등록 이주 아동 중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인원은 3000여 명이다. 이 중 경남에 거주하는 아동은 2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초중고교 밖 미등록 이주 아동을 포함하면 수치는 더 늘어난다.

임시 체류 제도는 사각지대에 놓인 미등록 이주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안정적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울타리가 돼왔다.

ㄱ 씨는 "아이(7)의 엄마는 지난해 강제 추방당했다"며 "어린아이를 두고 생이별하게 됐는데, 이 제도를 통해 합법 비자를 발급받았고, 아이와 엄마는 재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에 임시 체류 제도가 사라지게 되면, 아이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베트남에 있는 가족들도 자유롭게 보러 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동 임시 체류 제도를 종료해 한국에서 자라고 공부한 아이들을 쫓아낸다면, 국가적인 문제인 지역소멸에 대응해 이주노동자 일자리를 확대하고 유학생을 유치하는 대책과 거꾸로 가는 꼴이다.

이에 이주민 관련 기관·시민단체는, 제도 연장뿐만 아니라 거주·생존권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경남도외국민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제도가 생긴 이후 센터에도 체류 자격 부여 관련 문의가 쏟아졌고, 서류 준비를 지원해 많은 가정이 혜택을 봤다"며 "미등록으로 지내면서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정식 교육을 받을 권리가 주어져 만족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도가 사라지게 되면 고향이 한국이고, 한국말만 할 줄 아는 어린 아이는 오갈 곳을 잃게 된다"며 "시범사업의 긍정적인 효과가 컸던 만큼, 이주민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연장 등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3월 말 종료 예정인 제도 연장 여부에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경남도민일보 안지산(do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