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굴욕…SK하이닉스에 반도체 1등 뺏겨
지난해 영업이익 7조~9조 가량 뒤질 듯
SK하이닉스 매출·영업이익 역대 최대치
작년 4분기엔 삼성전자 전체 이익도 추월
AI 반도체 생태계 진입 여부가 희비 갈라
SK하이닉스 신기술 투자 박차 “우위 유지”
이미 정착된 AI 생태계 뒤집기 쉽지 않아
삼성전자 최고경영진 오판이 초래한 참사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완패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체와 4분기 실적에서 큰 격차로 삼성전자를 앞설 것으로 보인다. 연간 영업이익 격차가 7조~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된 원인은 자명하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인공지능(AI)에 쓰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먼저 개발하고서도, 해당 사업팀을 해체하는 등, 경영상 잘못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나온 HBM 분야 엔지니어들을 영입해 제품화에 박차를 가했고, 엔비디아에 제품을 납품하며 최대 실적을 올렸다.
엔비디아는 AI에 탑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을 석권한 미국 기업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한 발짝만 늦어도 추격이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 상당 기간 SK하이닉스의 꽁무니를 쫓아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SK하이닉스 지난해 영업이익 23조 돌파 역대 최고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이 23조 4673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고 23일 공시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 판매 비중이 큰 폭으로 늘면서, 영업이익률도 35%에 달했다. 지난해 매출은 66조 1930억 원으로 102% 증가했고, 순이익은 19조 7969억 원으로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매출과 순이익도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에 비하면 삼성전자 성적표는 초라하다.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조 2200억 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는데, 사업별 영업이익은 밝히지 않았다. 전체 영업이익은 연결 기준 6조 50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30.5% 증가했으나,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29.19%나 감소한 실적이다.
시장에서는 DS 부문 영업이익이 2조 원대 후반에서 3조 원대 정도일 것으로 예측한다. 연간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보다 7조 원에서 9조 원가량 적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작년 4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도 뛰어넘어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8조 828억 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41%다. 전년 동기보다 2235.8% 급증했다. 놀라운 실적이다.
지난해 3분기에도 영업이익이 7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이것도 뛰어넘었다. 지난해 4분기만 놓고 보면, 반도체 사업만 영위하는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를 추월했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앞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전체 상장사 중에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기업으로도 이름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희비를 가른 요인은 AI 반도체에 있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지정학적 위험성, 보호무역 확산 등 여러 요인으로 세계 경기침체가 길어지며, D램 등 범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정체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PC와 스마트폰, 가전 등의 판매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저가 제품을 시장에 쏟아내며 범용 반도체 가격은 하락 중이다.
반면 SK하이닉스가 발 빠르게 공략한 HBM 수요는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만들기 바쁘게 팔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라다 보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범용 반도체보다 몇 배 비싸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높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시하며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인 HBM이 전체 메모리 반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했고, 고부가가치 제품인 기업용 SSD 판매도 계속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 반도체에서 SK하이닉스 우위 뒤집기 쉽지 않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 격차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오랜 기간 선두를 달렸던 삼성전자로서는 굴욕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첨단 분야인 반도체 시장에서는 한 발짝만 느려도 큰 격차가 벌어지게 마련이다.
HBM 기술 경쟁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작년 3월 HBM3E 8단을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납품한 데 이어, 9월에는 HBM3E 12단 제품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1월 HBM3E 16단 제품 개발 계획을 밝혔고, 올해 상반기 양산용 제품을 만들어 인증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차세대 제품인 HBM4을 양산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고객 요구에 맞춰 신제품 개발 일정을 세워놓은 것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많이 뒤처져 있다. 지금도 엔비디아에 HBM3E 납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1년 가까이 품질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도체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SK하이닉스와 벌어진 이유는 HBM 납품 실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삼성전자 제품이 품질 검증을 통과하려면 새로운 설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해, 불확실성을 키우기도 했다.
삼성전자 AI 산업생태계 진입이 최대 과제
삼성전자가 부진을 만회하려면, 결국 AI 반도체 생태계에 진입해야 한다. 현재 AI 반도체 생태계는 엔비디아가 주도하고 있다. 거의 모든 전자·가전 제품에 탑재되는 AI 반도체를 독점적으로 설계하는 기업이 엔비디아이고, 실제 생산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가 담당한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의 TSMC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TSMC 역시 지난해 4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금은 엔비디아와 TSMC, SK하이닉스가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AI 반도체 수혜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미국 인텔 등이 고전하는 이유는, AI 생태계에 합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에서는 모든 기업이 전력 질주하고 있어, 정착된 생태계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삼성전자가 굴욕을 씻고 다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최강자가 되려면,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
장박원 에디터jangbak6219@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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