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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군 힘 빌릴 수밖에”…갑오개혁 문 연 ‘일본당’의 선택

길윤형의 조선의 갈림길 _11“외국군 힘 빌릴 수밖에”…갑오개혁 문 연 ‘일본당’의 선택   * 청일전쟁이 시작될 무렵인 1894년 6월 초 오토리 게이스케(1833~1911) 주조선 일본공사는 일본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귀임 명령을 받아 군대를 이끌고 서울에 입성한 직후인 11일엔 청·일 간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일본이 군대를 증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본국 정부가 청과 개전하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엔 조선 정부를 윽박지르며 개전의 명분을 찾으려 애썼다. 일본국립국회도서관 제공   일본군이 조선 정부의 저항을 꺾고 서울에 입성한 지 열흘이 지난 1894년 6월20일, 한 남자가 남산 기슭에 자리한 일본 공사관의 문을 두드렸다. 당대 최고 권력자였던 민영준이 잠시 초대 주일공..

나는 사퇴하지도, 위촉되지도 않았다

나는 사퇴하지도, 위촉되지도 않았다   국회가 추천한 방심위원, 대통령이 끝내 위촉 안 해여권 추천 위원들만 선별 위촉, 명백한 기본권 침해최소한 나 스스로 그만두는 사유 만들지 말자 다짐헌재에 ‘행정 부작위 위헌’ 헌법소원…외로운 싸움불법에 굴복 않으려…국회가 권리 적극 행사해야   [편집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으로 추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정당한 이유 없이 임명을 하지 않아 위촉되지도 않은 채 22일자로 임기 만료가 된 최선영 연세대 겸임교수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글을 보내 왔습니다.   오늘로 8개월 8일, 날짜로는 248일째. 마침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궐 심의위원 임기 만료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의장이 추천한 나를 방심위원으로 끝내 위촉하지 않았다. 왜 위촉을 못 하는지 아무런 이유도 ..

늘 푸르렀던 김민기, 우리 마음을 지킨 ‘뒷것’이었다

늘 푸르렀던 김민기, 우리 마음을 지킨 ‘뒷것’이었다  1951년생, 향년 73. 너무 이르다.시대의 아픔을 자기 것으로 품고, 남들은 못하거나 피하는 궂은일을 부지런히 좇느라 몸이 일찍 다 닳아버린 탓일 게다.그가 스스로 진 많은 짐 가운데 하나도 제대로 덜어주지 못한 우리는, 마냥 미안하다.김민기. 2024년 7월21일, 그가 떠났다. 한 시대가 저물었다. 사람들은 그를 ‘아침 이슬’이라 부를 것이다. 이 노래는 1971년 첫 음반이 나오자마자 압수당하고, 금지곡이 되어, 그에게 큰 시련을 안겼다. 하지만 군사독재정권 시절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1987년 ‘6월 항쟁’ 때 거리에서 가장 많이 불린 노래였다.2008년과 2016년 촛불집회에서도 광장에서 사람들은 이 노래를 함께 ..

‘김건희 성역’ 인정, 존폐 기로에 선 검찰

‘김건희 성역’ 인정, 존폐 기로에 선 검찰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비공개 조사하고, 검찰총장까지 ‘패싱’한 데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김 여사가 법치주의의 예외이자 성역으로 군림한다는 비판이다.이원석 검찰총장도 22일 “여러 차례에 걸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검찰총장이 스스로, ‘특혜와 성역’이었음을 고백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사과로 끝낼 일이 아니고 바로잡아야 한다.검찰이 이를 바로잡기는커녕 끝내 ‘김 여사 혐의 털어주기’ 수순을 밟는다면, 검찰은 존재 이유에 대한 심각한 문제제기에 직면할 것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김 여사를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

'수미 테리 사건' 용산이 부추긴 '정쟁' 본질 흐린다

'수미 테리 사건' 용산이 부추긴 '정쟁' 본질 흐린다   습관적 "전 정부 탓" 민주당 반발 불러, 최악의 대응박근혜-문재인-윤석열 정권 관련…국격 해치는 '자학''네 눈의 들보' 찾기보다 한미 관계 본질 돌아볼 기회드러난 사실 100% FBI 일방 주장…재판이 밝힐 진실"학자·분석가의 작업 왜곡한 사실무근. 미 정부의 실수" "(국정원 요원이) 사진에 찍히고 한 게 다 문재인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다. 정권을 잡고 전문적인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는 요원들을 다 쳐내고 아마추어 같은 사람들로 채우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왔던 것 같다.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과 문책을 검토하겠다." (18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연합뉴스) *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미국 한반도 전문가 수미 테리(김수미)가 작년 11월 서울 도렴..

시사, 상식 2024.07.22

“법 앞에 성역 없다”더니 김건희 ‘비공개 출장조사’ 한 검찰

“법 앞에 성역 없다”더니 김건희 ‘비공개 출장조사’ 한 검찰   검찰이 주말인 20일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12시간 동안 조사했다고 밝혔다.여느 피의자처럼 검찰청사로 소환하지 않고, 조사 사실도 사후에 공개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여사 조사와 관련해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결국 김 여사는 법 앞에 예외이자 성역이라고 검찰 스스로 인정한 셈 아닌가. 서울중앙지검은 경호 및 안전상의 이유로 검찰청사가 아닌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에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청사에 어떤 경호·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건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구체적 장소도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방문조사라고 할 ..

윤석열 정부는 왜 그렇게 주가에 집착하는가

윤석열 정부는 왜 그렇게 주가에 집착하는가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 정부의 경제 운용을 비판하는 소리가 미디어에서 흘러나오곤 한다.그러나 1993년 김영삼 정부 때부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9년 5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끼친 경제변수를 연구한 결과(배형석·양성국, ‘한국 대통령 지지율과 경제변수’, 2019)를 보면, 코스피지수 흐름은 대통령 지지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앞서 2015년 김덕파 등이 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바 있다.윤석열 대통령의 참모들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유난히 주가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삼프로티브이(TV)’에 나갔다가 큰일날 뻔했다. 정책을 묻는 질문에 ..

시사, 상식 2024.07.19

국부 2경3000조 돌파…'1인당 자산'도 한국이 일본 제쳤다

국부 2경3000조 돌파…'1인당 자산'도 한국이 일본 제쳤다   1인당 가계순자산韓 18.6만 vs 日 18.3만환율·기준년 개편 효과    한국의 국부(국민순자산)이 지난해 2경3039조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과 금융순자산을 더한 값이다. 기준년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꾸면서 2경원 돌파 시점이 1년 앞당겨지고, 1인당 가계순자산 규모는 일본을 제쳤다.   국부 2.1% 증가…2.3경원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한국의 국민순자산은 2경3039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2경2567조1000억원보다 2.1%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15.9%)과 2022년(3.1%)에 비해 증가율은 다소 둔화됐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

저열화 경쟁 부르는 남북의 ‘짝패 관계’

저열화 경쟁 부르는 남북의 ‘짝패 관계’         *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왼쪽)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르네 지라르는 두 사람의 관계를 모방적 경쟁 관계라고 부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프랑스 사회인류학자 르네 지라르는 인간관계의 밑바탕에 모방과 경쟁이 있다는 통찰을 모든 저술의 이론적 토대로 삼았다. 모방적 경쟁이 인간관계를 움직이는 근본 동력이다. 지라르는 말년의 대담집에서 그 통찰을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을 해석하는 데 적용했다. 전쟁은 모방적 인간의 경쟁행위이며, 모든 전쟁의 본질은 한쪽이 끝장날 때까지 벌이는 결투에 있다는 것이 지라르의 분석이다. 지라르는 모방과 경쟁으로 얽힌 두 당사자를 짝패라고 부른다.‘전쟁론’을 쓴 프로이센 군사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와 프..

시사, 상식 2024.07.17

말장난과 경박함, 한동훈에 대한 기억상실증

말장난과 경박함, 한동훈에 대한 기억상실증   인간은 감동적이고 훈훈한 뉴스보다 충격과 혐오를 주는 뉴스에 더 민감하다.근원적이지만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한 고질적 이슈보다, 말초적이지만 새로운 이슈에 더 이목을 집중한다.미국 엠아이티(MIT)대학 시난 아랄 교수는 이것을 ‘새로움(novelty)의 가설’이라고 부른다.정보의 진위나 사안의 중요도를 떠나, 따끈따끈한 새 소식, 그중에서도 센세이셔널한 뉴스에 더 열광하고, 이걸 먼저 퍼뜨리는 것으로 사회적 우위를 과시하려는 욕구가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다.주변의 돌발 상황과 위험을 재빠르게 감지하고 대처하려는 오랜 진화의 산물일 것이다. 문제는, 새로운 뉴스가 빠르게 쏟아져 나올 때, 전체 맥락과 과정에 대한 인간의 기억이 급속도로 지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

초현실적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초현실적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최근 넷플릭스 정치드라마 ‘돌풍’이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정경유착 의혹이 있는 대통령을 국무총리가 시해하고 부패한 정치세력을 응징하려 하자, 운동권 출신 부총리가 이를 막아서려 하는 것이 주 줄거리다.한국 정치사의 중요 장면이 대체 역사로 등장한다. 586 운동권을 모욕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한 보수정당 정치인은 “더 이상 586세대의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운동권을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된 이유는, 현실 정치에서 실제 발생한 사건에 기반해 상상의 나래를 펼쳤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실 정치는 가끔 나 같은 필부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정치드라마가 현실 정치보다 드라마틱하지는 않다는 얘기가 최근 나온다. 주말 사이 필자는 뉴스에..

한-쿠바 수교 못 막은 北 외교관 탈북... 태영호 이후 4번째

한-쿠바 수교 못 막은 北 외교관 탈북... 태영호 이후 4번째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탈북지난해 11월 아내와 자녀 데리고 탈북태영호 "리 참사 탈북 환영…쿠바 전문가"류현우 쿠웨이트 대사대리와 15년 함께 근무   * 북한 외교관의 망명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리일규(52) 참사가 지난해 11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망명해 한국에 정착했다고 조선일보가 16일 단독 보도했다. 조선일보 제공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이 지난해 11월 망명해, 국내로 입국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물밑 협상이 한창이던 때다. 16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리일규 참사는 지난해 11월 아내와 자녀를 데리고 국내로 망명했다. 리 참사는 쿠바에서..

섣부른 핵무장론이 위험하고 손해인 이유

섣부른 핵무장론이 위험하고 손해인 이유   트럼프 당선 땐 핵무장 용인? 소수 견해 불과미, 중국 견제용…동아시아 쿠바사태 재현 가능성한국은 국제고립·경제제재에 중국과 대치할 수도전쟁 억지·평화유지는 '군사력+대화 병행'이 최선  한국도 핵무기를 갖추자는 핵무장론과 관련해, 서울대 연구자들이 흥미로운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핵무장론 찬성 반대를 물으니, 61%가 찬성, 39%가 반대했습니다. 찬성 응답자들한테 핵무장을 하면 국제적으로 경제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알려주고 다시 의견을 물으니, 그중 무려 58%가 핵무장 반대로 돌아섰습니다. 최초 질문에 핵무장을 반대한다고 했던 응답자들한테 핵무장을 하면 안보상 좋아지는 점을 설명해주고, 다시 의견을 물었는데요. 그때 반대에서 찬성으로 바꾼 사람은 얼마 되지..

시사, 상식 2024.07.16

"이종호, 젤렌스카 방한 두달 전 삼부토건 언급"

"이종호, 젤렌스카 방한 두달 전 삼부토건 언급"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당사자, VIP와 연계 가능성?삼부토건 우크라이나 재건 호재 있기도 전에 언급삼부토건 언급 한두 번 아냐…용산과 커넥션 의심지난해 3월에도 임성근 '4성 장군 만들기' 언급해이종호는 '허풍'이라는데…군 인사 개입 정황도 *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2024.7.9. 시민언론 민들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이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삼부토건'에 대해 언급했다는 진술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확보했다. 용산 대통령실 실력자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대표가..

더탐사, '청담동 술자리 의혹' 업소 주인에 완벽한 승소

더탐사, '청담동 술자리 의혹' 업소 주인에 완벽한 승소   법원 "국민의 알 권리"…정권과 어용언론에 경종사건 진실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는 점 거듭 지적"대통령과 법무장관 해명하면 사회적 논란 사라져"사실상 당시 행적 제대로 밝히란 뜻…여론 기폭제"술자리에 이세창과 첼리스트가 참석한 건 사실""이미키 씨 주점이 해당 장소 특징에 가장 부합"  * 시민언론 더탐사 강진구 대표(왼쪽)와 박대용 기자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2.22. 연합뉴스   시민언론 더탐사(현 뉴탐사)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 보도에 대해 법원이 "언론인에게는 일반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줄 의무가 있고, 검사 출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특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