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공작, 소나무 이야기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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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십오사(二十五史)》 중 하나이며, 629년 당나라의 요사렴(姚思廉)이 지은 양(梁)나라의 사서 《양서(梁書)》에 이르기를, 「도사 도홍경은 유난히 솔바람 소리를 좋아하여 정원에 소나무를 가득 심어놓고 늘 그 소리를 들으며 즐겼다.」고 한다.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 779~843)의 시에서도 그런 은자의 형상으로 소나무가 묘사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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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 . 소나무 송.
공작 벼슬을 얻은 소나무.
> 소나무는 한국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입니다.
어떤 민족이든 특정나무를 좋아하는 데는 여러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이유는 그 나무가
그들 삶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소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소나무로 집을 짓고. 소나무로 땔감을 마련하고. 소나무로 음식을 만들고. 생을 다하면 소나무로
관을 만드는 등. 평생을 소나무와 함께했다.
한국 사람은 소나무를 아주 사랑한 나머지 이 나무의 이름을 달리 ' 솔 ' 이라 불렀다.
솔은 ' 으뜸 ' 을 의미하는 만큼 우리는 소나무를 나무중에 나무로 생각했다.
소나무의 한자는 송 (松) 이다. 이 한자는 나무 목(木)과 공변될 공(公)을 합한 형성문자다.
그런데 공변될 공자는 다른 의미도 있다.
송(松)자에 들어간 공(公)은 공변될 공의 의미보다 공후백자남(公侯伯子南) 등 벼슬을 의미하는 공(公)입니다.
그래서 소나무 송자는 나무의 공작(公爵)이라는 뜻이며 이는 누군가가 나무에게 벼슬을 내렸다는 뜻이다.
나무에 벼슬을 내렸다는 것은 그만큼 이 나무가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예는 조선시대 세조가 내린 속리산의 정이품송(正二品松)이 있습니다.
그런데 소나무 송자는 중국 글자이니 만큼 중국에서 먼저 이런 예가 있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 같은 글자가 탄생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 송하관폭도(松下觀暴圖 ), 이인문, 조선17~18세기, 종이에 수묵 담채.29.0*36.5cm, 호암미술관 소장,
계곡 숲속에서 한가로히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 세속을 떠나 자연에 회귀한 은자들은 소나무를 벗 삼었다.
소나무 송(松)자를 만든 사람은 중국 진시황제이다.
그가 현재 산동성에 위치한 태산(泰山)에서 어떤 나무에게 공작의 벼슬을 내렸다
진시황제가 갑자기 비를 만났을 때 비를 피하게 해준 고마운 나무였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 에 나옵니다.
지금도 중국 태산 중간지점에 진시황제와 관련 있다는 소나무 한 그루가 살고 있습니다.
이 소나무는 크기로 보아 백 살도 넘지 않을 만큼 작지만. 팻말에는 진시황제와 관련 있는 나무로 표기되어 있다.
태산은 중국 오악(五嶽) 중 동쪽을 상징하는 산이라 해서 동악(東嶽)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양사언이 부른 태산가(泰山歌)에 "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 라고 노래했다.
그 태산에도 소나무가 많이 있다.
> 제주 한라산 영실 안개속에 소나무숲.
어떤 존재를 아주 애지중지(愛之重之)하다 보면 이름도 많이 짓는다.
그래서 소나무 이름도 솔찮으니 많다.
우리가 흔히 소나무라 부르지만 어떤 나무를 부르는지 알 수 가 없다. 사람마다 소나무를 기억하는게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소나무는 이른바 ' 우리소나무 ' 입니다.
우리 소나무는 어떤 나무일까 ?
아마 잎이 두개이고 . 껍질은 붉은 것을 말할 것이다. 이는 소나무 껍질로 나무를 이해하는 방식입니다.
나무껍질이 붉은 소나무를 흔히 적송(赤松)이라 부릅니다.
혹 어떤 학자는 적송은 일본사람이 붙인 이름이라며 싫어하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도 붉은 소나무를 적송이라 불렀으니
적송이라는 말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붉을 적(赤)은 사람이 불빛을 받는 모습에 글자입니다.
> 제주 한라산 관음사코스 산속에 홍송 군락지.
껍질이 붉은 소나무를 때론 춘양목(春陽木)이라 부른다
춘양은 경상북도 지명입니다. 소나무 이름에 지명이 붙었으니 옛부터 적송이 이 지역과 아주 밀접한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무 이름에 지명을 붙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적송을 춘양목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지역에 이런 나무가
많기 때문입니다. 적송은 춘양을 비롯하여 봉화와 울진에서 많이 자랍니다.
그런데 나무 이름에 춘양을 붙인것은 이 지역이 다른곳의 적송을 모으고 흩는 집산지(集散地)여서 붙여진 이름 일테지요.
특히 울진은 나무껍질이 붉으면서 아주곧게 자라는 소나무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를 울진 금강송(金剛松)이라 부른다.
금강송은 나무재질이 금강석처럼 단단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또 금강송을 황장목(黃腸木)이라는 이름도 갖고있다.
황장목은 나무속이 누른 창자와 닮아 붙인 이름이다.
적송에는 미인송(美人松)이라는 이름도 있다. 미인송은 북한 금강산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소나무고, 사람들이 이 나무를 미인송이라 부른것은 소나무가 다리가 늘씬한 여자처럼 하늘 높이 쭉쭉 뻗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같은 이름은 나무를 사람 모습에 비유한 것이다.
그런데 ' 아름답다 '를 의미하는 미(美)자는 갑골문자에서 크고 훌륭한 양을 의미했습니다.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한자를 만든 사람은 나무를 살지고 새끼를 잘 낳는 양에 비유 했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나무를
다리가 늘씬한 사람에 비유했습니다.
> 분재원에 해송
소나무는 껍질 색에 따라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나무가 살어가는 지역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불렀다.
일반적으로 내륙에 살고있는 소나무를 육송(陸松)이라 불렀다. 육송의 육(陸)자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버섯을 표현한 글자다.
적송에서 살고있는 버섯을 송이(松 . 나무목(木)변에 귀 이(耳) : 컴에 이 자가 안들었씀)라 하지요.
송이는 적어도 수십 년 나이를 먹은 소나무에서만 자랍니다.더군다나 송이는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는 버섯입니다.
그래서 울진. 영양. 봉화등지에 많이 살고 있는 춘양목 주변에서 송이도 많이 나옵니다.
울진. 영양.봉화처럼 육송이 울창(鬱蒼)한 모습을 송림(松林)이라 한다.
때론 소나무가 많은 곳을 솔밭. 송전(松田)이라 부르기도 한다.
송림을 솔수펑이라고도 하고 소나무 숲에서 부는 바람을 솔솔바람이라 한다.
내륙. 육지에서 사는 소나무가 있으니 다른 지역에서 사는 소나무도 있겠지요. 언어 특성상 육지에 사는 소나무가 있다면
결코 육송이라는 이름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는 신석기시대가 있었기 대문에 구석기시대라는 이름이 생긴것과
같지요. 육지 곧 내륙에서 소나무 외에 다른 지역에 산다면 결국 바닷가 근처 혹은 섬밖에 없겠지요.
바다를 의미하는 이름이 해(海)입니다. 이 글자는 넓고 깊어 어둡다는 뜻이지요.
바다근처에 사는 소나무니 해송(海松)이라 부릅니다. 우리 말로는 곰솔입니다. 곰솔의 곰은 검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해송을 때론 검을 흑(黑)자를 사용하여 흑송(黑松)이라 부릅니다.
왜 바닷가에 사는 소나무 이름을 검다는 뜻을 가진 한자와 함께 쓸까요. 해송 껍질이 적송과 달리 검기 때문입니다.
바닷가에 사는 소나무 껍질이 검은 것은 햇볕을 믾이 쬐였기 때문입니다.
사람도 바닷가에서 오랫동안 햇볕을 쬐면 얼굴이 타서 검게 변하지요.
나무도 작열하는 태양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스스로 껍질인 피부를 검게 만들지 않으면 살어갈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적송은 바닷가에서 쉽살이 살지 못합니다.반대로 해송이 바닷가에서 잘 사는 것은 이 나무가 짠물에도 잘 견디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나무는 짠물을 먹으면 거의 살 수 가 없습니다.
섬나라인 일본에서 해송을 흔히 볼 수 있는것도 이 때문입니다.
더욱이 해송은 바닷바람을 막어주기 때문에 바닷가 주변 농작물을 보호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벼 같은 농작물은 짠물에 아주 약하기 때문입니다.
> 바닷가 우리 동네 해송.
소나무 중에는 껍질이 우윳빛이 나는 백송(白松)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백송이 드물지만 중국에는 백송이 흔합니다. 중국 백송은 껍질이 아주 희면서도 붉은 반점이 있습니다.
이처럼 소나무는 껍질에 따라 이름 붙이기도 하지만. 나무의 외형을 보고 붙이기도 합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조경수로 즐겨 심는 반송(盤松)은 나무의 모습이 소반 반(盤)처럼 납작하게 생겨서 붙인 이름입니다.
> 백송은 껍질이 아주 희면서도 붉은 반점이 있다. 희귀 수종으로 원산지인 중국 서북부에도 개체수가 그리많지 않다
사진은 북경 자금성 경산에서 촬영한 백송의 보습이다.
소나무는 잎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적송과 해송과 반송은 모두 잎이 하나에 두 갈래이고 백송은 세갈래입니다.
미국에서 건너온 리기다소나무는 백송과 같이 잎이 세갈래이다.
잎이 다섯 갈래인 소나무 계통도 있습니다. 바로 잣나무입니다. 잣나무를 우리나라에서는 백(柏)자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 한자 백(柏)은 중국에서는 측백나무를 의미합니다.
잣나무는 하나의 잎에 다섯 갈래라서 오엽송(五葉松)이라고도 부릅니다.
> 분재원에 해송인 곰솔
봄에는 소나무에서 꽃가루가 떨어집니다.
꽃가루에 약한 사람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에 매우 싫어하지요.
소나무의 꽃가루를 송화(松花)라 합니다. 만주에 송화강(松花江)도 봄에 소나무의 꽃가루가 강물에 흘러가기에 붙은 이름일까
꽃이 피면 열매를 맺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니 소나무에서 열리는 열매를 솔방울이라 부른다.
땔감이 없던 시절에는 솔방울도 귀한 연료 였었지요.
솔방울은 소나무를 줄인 솔과 열매 모양을 닮아 붙인 합성어입니다.한자로는 송자(松子)라 합니다.
나무열매에 아들 자(子)를 붙이는 것은 아주 흔합나다.열매에 아들 '자' 붙이는 것은 아들. 즉 남자 혹은 수컷이 자식을 낳는
' 씨 ' 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식물의 씨앗을 의미하는 한자에는 ' 인(仁) ' 이 있습니다. 살구 씨를 행인(杏仁)이라 부르지요.
공자 사상의 핵심인 ' 인(仁) '도 같은 이치입니다. 나무의 씨앗처럼 사람이 살아야 할 도리도 '인 '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씨앗이 나무를 키우듯 '인'도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요소이지요.
> 대궁묘소 금송패,조선 19세기 중반, 지름 8.2cm, 두께 2.7cm, 대궁묘소를 지키는 산림감시원에게 주던 일종의 신분증,
조선시대의 숲은 19세기 들어 급속히 황폐해져서 소나무가 많은 숲의 경우는 왕명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했다.
소나무에서는 다른 나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끈적끈적한 송진(松津)이 있습니다.
송진을 달리 송지(松脂)라 합니다. 이는 소나무의 기름이라는 뜻이지요.
일본은 우리나라를 식민지로 지배할때 소나무의 기름으로 비행기를 운행했습니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 소나무가 많이
사라졌을 뿐 아니라 남어 있는 소나무 중에서는 송진을 채취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진 빠진 소나무 심정은 어떨까요. 사람도 진 빠지면 아주 힘들지요.
소나무 기름은 가지를 잘라 불에 태우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송유(松油)라 부릅니다. 소나무 기름에는 진한 향기가 납니다. 그래서 소나무 기름을 송향(松香)이라 합니다.
소나무 잎, 송엽(松葉)은 늘 푸르지만 2년마다 잎이 낙엽이 되어 떨어집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세하게 관찰하지 않기에
늘 같은 잎이 붙어 있는 줄 착각합니다.
이 처럼 늘 푸른 소나무잎을 갉아먹는 나방의 어린벌래를 송충(松蟲)이라 불렀다.
요즘에는 거의 볼 수 없지만 1960~70년대에는 아주 많어서 초등 학생들조차 수업삼아 산에가서 직접 손우로 잡았습니다.
우리는 흔히 각자의 분수를 얘기할 때 " 송충이는 솔잎을 갉아 먹어야 한다 "라고 말합니다.
또 소나무 잎은 시루에 떡을 찔 때 깔었다. 떡에 솔 향이 베이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오래보관해도 쉬이 상하지 않지요
그래서 솔잎을 깔고 만든 떡을 송편(松片)이라 불렀다. 송편은 떡을 의미하는 한자 병과 합해서 송병(松餠)이라 합니다.
한국이나 중국 사람들은 늘푸른 소나무를 곧은 절개에 비유해서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의미하는 송백(松柏)은 절개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송백지조(松柏之操)라고도 한다.
지조를 의미하는 이러한 한자는 공자의 제자들이 스승의 말씀을 기록한 '논어(論語) ' 에서 유래합니다.
논어는 말(語)을 논(論)했다는 뜻입니다.
언어는 독백(言)과 대화(語)로 나눕니다. 언은 갑골문에서 쥘손이 있는 날붙이를 의미하는 신(辛)과 입(口)합한 회의문자다.
죄 받을 것을 전제한 맹세이지요. 그러니 말은 언제나 신중하지 않으면 벌을 받지요.
언(言)과 오(吾)를 합한 어(語)는 번갈아 말한다는 뜻입니다. 오(吾)는 서로를 의미하는 호(互)와 같은 뜻입니다.
" 나무 아래에서 " 이인상,1754년, 종이에 먹,80 * 40 cm, 평양조선박물관 소장. 이인상은 소나무의 지조와 기백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松 . 소나무 송.
더 알아두기.
. 반송 (盤松) : 키가 작고 가지가 옆으로 뻗어서 퍼진 소나무.
. 백사청송 (白砂靑松) : 흰 모래톱 사이사이에 푸른 소나무가 드문드문 섞여있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
. 경송 (勁松) : 서리나 눈에도 시들어 죽지않는 강한 소나무. 정신에 비유.
. 취송 (翠松) : 짙푸른 소나무.
> 강 판권 지음 . 나무열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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