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의 공평한 부담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산정 방식 차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 곧 직장에서 받는 월급 액수에 따라 보험료를 낸다. 반면 지역가입자는 임대·금융소득을 비롯한 소득 전체와 재산까지 따져 보험료를 내야 한다. 근로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 상대적으로 보험료를 덜 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다른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는 전체 1254만명 가운데 16% 정도라고 한다. 이 가운데 16만여명은 종합소득이 1억원이 넘는 부자들이다. 건강보험료 납부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허점이 있다 보니 자유직종 종사자나 은퇴자 같은 이들이 건강보험료를 줄이려고 ‘위장취업’을 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직장가입자의 경우 피부양자가 아무리 많아도 추가 부담이 없다. 이는 피부양자가 따로 소득이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현행 제도는 직장이 있으면서 본인과 가족의 기타소득이 많은 이들에게 유리하다.
지역가입자의 상황은 이와 거의 정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은퇴를 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지역가입자로 바뀌면 보통 건강보험료가 꽤 오른다. 집 한채 외에는 별다른 소득이 없어도 웬만한 직장인보다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이런 와중에 보험료를 못 내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도 200만명이 넘는다.
이것이 제3세계 등에서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의 그늘진 현실이다.
이런 모순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게 만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능력에 따라 부담한다’는 사회보험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삼으면 합리적인 해법을 찾는 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아울러 빼놓은 수 없는 것이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다. 우리나라의 전체 의료비 지출 가운데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의료의 질을 높이고 보장을 늘리는 건 기대할 수 없다.
건강보험료 산정 기준, 공정하게 바꿀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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