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잠그면?
- 정 현 종 -
누가 춤을 잠근다
피어나는 꽃을 잠그고
바람을 잠그고
흐르는 물을 잠근다
저 의구한 산천을
새소리를 잠그고
사자와 호랑이를 잠근다
날개를 잠그고
노래를 잠그고
숨을 잠근다
숨을 잠그면?
꽃을 잠그면?
춤을 잠그고
노래를 잠그면?
그러나 잠그는 이에게
자연도 웃음짓지 않고
운명도 미소하지 않으니, 오
누가 그걸 잠글 수 있으리오!
* 위의 시는 약 30년 전에 발표된 것인데, 어찌 생각하니 지금(2011년)의 상황을 예견하고 지은 듯이 여겨진다.
어떤 사람이 몇 년 전에 돌연변이처럼 갑자기 나타나서는 우리 주변의 온갖 것들을 잠그고 있다.
꽃을 잠그고, 춤을 잠그고, 노래를 잠그고, 숨을 잠그고, 그리고 흐르는 물을 잠그고 있다.
마치 '내가' 그걸 잠글 수 있다는 오만과 독선에 가득차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을 '녹색성장의 아버지'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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