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가습기 살균제 세 통, 그 뒤…3살 준식이는 세상을 떠났다

道雨 2011. 9. 20. 12:48

 

 

 

 가습기 살균제 세 통, 그 뒤   

            … 3살 준식이는 세상을 떠났다

 

 

‘원인미상 소아 폐손상’ 대응나선 피해자들
하루 10㎖씩 사용 석달만에 폐에 구멍…40일만에 사망
전문가들 “살균제로 인한 임산부 폐 손상과 증상 같아”
유사 피해 가족들, 제조업체 소송 검토…20일 기자회견

 

 

 

 

» 이정민(33·가명)씨는 지난 2월 간질성 폐렴으로 숨진 아들 준식(3·가명)이의 유골을 아직 집에 보관하고 있다. 사진은 준식이의 사진(왼쪽부터)과 유골함 그리고 쓰다가 남은 가습기 살균제. 국내에서 모두 7종의 가습기 살균제가 팔리고 있지만, 판매 자제 권고만 내려졌을 뿐 강제회수 등의 조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2008년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의 교수 9명은 2006년 갑작스러운 폐렴으로 입원했던 아이들 15명을 연구해 논문을 썼다.

교수들은 독감을 앓은 아이들이 며칠 만에 호흡곤란을 겪고, 곧이어 폐세포가 손상된 점에 주목했다.

이른바 ‘소아 급성 간질성 폐렴’.

15명 가운데 7명이 숨졌다.

하지만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그저 “어떤 미생물이 관여하지 않았을까” 추정했을 뿐이다.

 

당시 아산병원 의사로 연구에 참여한 전종근 부산대 의대 교수는 19일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급성 간질성 폐렴이 단발적으로 한두 건 발생했지만, 2006년 즈음에 환자가 갑자기 늘어난 원인을 알고 싶었다”며, “당시 역학조사를 하지 않아 가습기 살균제는 생각지 못했지만, 그때 어린 환자들의 증상은 최근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추정한 간질성 폐렴과 똑같았다”고 말했다.

전 교수 등이 쓴 논문은 급성 간질성 폐렴을 다룬 국내 최초의 논문이었다.

 

 

서울에 사는 준식(가명·3)이에게도 지난 1월17일 갑자기 감기가 찾아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동안 매일 가습기 살균제 10㎖를 가습기에 넣고 잔 터였다.

준식이 엄마 이정민(가명·33)씨가 말했다.

“아이가 갑자기 피곤해하더라고요. 입맛도 없는지 좋아하는 음식도 안 먹고. 동네 소아과에선 보통 감기라고 했죠.”

 

하지만 일주일 뒤 준식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기흉(폐에 구멍이 생겨 늑막 안에 공기가 차는 질환)이었다.

사흘 뒤 준식이는 혼자 숨을 쉬지 못했다. 폐에선 섬유화(딱딱하게 굳는 현상)가 진행됐다.

의사도 정확한 병명을 몰랐다. 준식이는 병원을 찾은 지 41일 만인 2월27일 오후 1시에 숨을 거뒀다.

 

하지만 엄마는 준식이를 떠나보내지 못했다. 준식이의 유골함은 아직 거실에 있다.

가습기 살균제는 한 달에 한 통씩 딱 세 통을 썼다.

이씨가 영수증 석 장을 꺼내 보여주며 말했다.

“준식이가 저세상에 간 이유를 알기 전까지는 유골함을 못 보낼 것 같아요.”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말 임산부들에게 발생한 원인 미상의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일 수 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병원에 입원한 20살 이상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 결과다.

살균제가 원인이라면,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는 더 큰 규모로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높다.

 

간질성 폐렴을 앓은 아이들의 엄마 수십명은 최근 여러 인터넷 카페 등에 모여 살균제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 등 집단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환경단체인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함께 이 단체 누리집(eco-health.org)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제보센터’도 열었다.

이들은 20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중구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 사례를 발표하고 가습기 살균제 판매 금지를 촉구할 예정이다.

 

<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가습기 살균제 쓰면 급성폐렴 위험 47배 높아진다

 

[질병관리본부 추정] 원인 불명 폐렴 환자들, 대부분 가습기 살균제 사용

 

 

지난봄 출산 전후 여성들을 공포에 떨게 한 '원인 미상 급성 폐렴'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만약 가습기 살균제가 급성 폐렴을 유발한 것으로 최종 확인된다면, 전 세계적으로 이를 밝혀낸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살균제는 가습기 내 세균 번식이나 물때 예방 목적으로 가습기에 들어가는 물에 타서 쓰는 화학제품을 말한다.

급성 폐렴 위험 47배 높아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4∼5월 출산 전후 여성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원인 미상 급성 폐렴(폐 손상)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를 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또는 세정제)가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31일 밝혔다. 역학조사팀이 2004~2011년 원인 미상 폐질환으로 추정되는 18건을 조사한 결과, 가습기 살균제 사용 경우, 원인 미상 폐렴 발생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7.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 자체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들어간 살균제의 어떤 화학성분이 독성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들은 평균 3∼4년 동안 해마다 4개월가량 살균제를 넣어 가습기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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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오어진 기자 polpm@chosun.com, 김충민 기자 kcm0514@chosun.com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감염병센터장은 "살균제에는 여러 화학성분이 있으나 아직 어느 것이 독성을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할 수 없다"며 "업체·성분별로 동물에게 흡입시켜 폐 손상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최종 판단하는 데는 약 3개월의 추가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

보건 당국은 살균제 사용 자제를 권고했고,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관련 제품 판매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살균제가 원인" 지목 과정

역학조사팀은 먼저 이번 폐렴이 세균·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폐렴인지, 아니면 정체불명의 독성 물질 흡입에 따른 폐렴인지를 가렸다.

 

조사팀은

 

▲ 환자들의 병리 현상이 폐에 국한돼 일어났고

▲ 환자를 접촉해 전염된 사례가 없으며

▲ 평소 건강했던 사람도 많이 걸리는 점 등으로 보아 '독성 폐렴'에 무게를 뒀다.

 

세균·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 폐렴이라면, 폐 이외에도 신장이나 간 등에도 병리 현상이 나타나고, 면역력이 떨어진 노약자가 많이 걸렸을 것이며, 전염 사례도 나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폐렴이 시작된 부위가 주로 들이마신 공기가 허파꽈리에 도달하는 미세(微細)기도 주변이었다는 점도 흡입에 따른 '독성 폐렴'을 의심케 한 근거였다. 감염성 폐렴은 주로 허파꽈리에서 병리 현상이 처음 일어난다. 이에 따라 조사팀은 인간 폐 세포를 배양해 살균제를 투여하는 실험을 해보았고, 거기서 일부 폐 세포 손상을 발견했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고윤석 교수는 "이번 경고를 계기로 올겨울 살균제 사용이 줄면서 원인 미상 폐렴도 감소한다면 결과적으로 살균제가 폐렴 원인이었다는 간접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원인 불명 폐질환으로 서울의 A병원에 입원했던 환자 8명 중 4명은 살아남고 4명은 사망했다. 이들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은 폐 이식 수술이었다. 남성 환자 1명을 포함해 입원 6주 안에 폐를 이식받은 산모 4명 중 3명이 살아남았지만, 폐 이식 수술을 받지 못한 산모 4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1명뿐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용자제 당부,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 추정
  


가습기 살균제, 미확인 폐질환 원인 추정 ‘향후 3개월간 추가조사’



폐가 섬유화돼 딱딱하게 굳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미상 급성 폐질환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추정지목됐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원인미상 폐손상에 대한 중간 조사 결과 가습기살균제(또는 세정제)가 위험요인으로 추정된다고 지난 8월 31일 밝혔다.


가습기살균제는 가습기 내 미생물 번식과 물때 발생 예방 목적으로 가습기 물에 첨가해 사용하는 화학제품이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은 현재 시점에서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해 향후 위해성 조사 및 추가 역학조사 등을 통해 최종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국민들에게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자제토록 권고하고 동시에 제조업체에 대해서도 가습기 살균제 출시를 자제토록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04년부터 2011년까지 A의료기관 입원 환자 중 원인미상 폐손상 환자정의에 부합한 28건 가운데 조사에 동의한 18건을 대상으로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이무송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한 환자-대조군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폐손상에 대한 가습기살균제의 Odds ratio(이하 교차비)가 47.3(신뢰구간 6.0~369.7)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차비(Odds ratio) 47.3이란 원인미상폐손상 환자 집단에서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경우가 환자가 아닌 집단, 즉 대조군에 비해서 47.3배라는 의미다. 즉 가습기살균제 사용 시 원인미상폐손상 발생 위험도가 사용하지 않는 경우에 비해서 47.3배 높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예비독성실험을 통해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일부 제품에서 역학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내용을 확인했으며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호흡기에 침투할 가능성도 확인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가습기살균제 실제 사용 환경을 감안해 흡입독성 동물실험 및 위해성 평가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월 30일 한양의대 최보율 교수를 필두로 역학, 독성학 및 임상의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개최해 연구진과 함께 중간 조사결과를 검토한 결과를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 위험요인으로 추정되며 앞으로 위해성 평가 등 추가 연구를 통해서 인과관계를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현 상태에서 비록 최종 결론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국민들에게 일단 가습기살균제(또는 세정제) 사용 자제 및 제조업체에 대한 출시 자제를 권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대부분 가습기살균제(또는 세정제) 제조업체들은 자발적으로 시장에 출하를 연기하는 등 최종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권고 사항에 적극 협조할 뜻을 밝혀왔다고 했다.

또 이번 권고 대상은 가습기 자체가 아닌 가습기에 넣는 살균제라는 것을 강조하고 살균제 사용을 자제하는 대신 가습기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서 매일 물을 갈아주고 가습기 세척요령에 따라 관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향후 동물 흡입독성 실험 및 위해성 평가 등 추가 조사를 진행할 것이며 이에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폐손상 원인규명이 결코 용이한 과정은 아니며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인과관계 규명에 노력할 것이고 최종 결과에 대해서도 전문가 검토와 확인을 거쳐서 신속하고 투명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가습기살균제를 약사법에 의한 의약외품으로 지정고시해 제조업체에 대한 지도감독이나 안전성 확인 등 관리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관계부처(국무총리실, 보건복지부, 지식경제부, 환경부, 식약청)와 합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해 흡입 노출이 가능한 모든 제품 및 기타 제품들에 대한 현재의 안전관리 검증체계를 점검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SBS '기자가 만나는 세상-현장 21' 미확인 급성 폐질환 편)



김종효 기자 phenomd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