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나꼼수'가 아니라 '조꼼수'가 진짜 문제다

道雨 2011. 11. 4. 14:30

 

 

 

'나꼼수'가 아니라 '조꼼수'가 진짜 문제다

 

'나는꼼수다' 비판하는 <조선일보>, '막말' 대선배의 적반하장
 

 

  
'나는꼼수다'를 비판한 <조선일보> 박두식 정치부장의 칼럼
ⓒ <조선일보> 누리집 갈무리
박두식

"갈 데까지 가버린 대통령", "조용히 해 주는 게 이 정권 마지막 봉사", "3년 10개월 전 대선에서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손등을 찍고 싶다는 심정", "무능하고 무책임하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경제백지(白紙) 대통령", "밴댕이 소갈머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정권의 소행", "버릇없는 정권".

 

자기 나라 대통령을 이렇게 '막말로 잘근잘근 씹는' 걸 보니 뭐 떠오르는 것 없는가?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나꼼수(나는 꼼수다)'가 떠오르시는가?

 

'가카'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비난, 조롱, 비아냥 등으로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는 나꼼수.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몹시 불편하게 하는 나꼼수에 대해 <조선일보>가 칼럼을 썼다. <조선일보> 11월 1일자  <나꼼수를 통해 드러난 좌파의 수준 - 최근 정권과 여당을 향해 저주와 조롱 퍼붓는 인터넷 방송 유행 중>이라는 글이다.  

 

<조선일보> 박두식 정치부장이 쓴 이 칼럼 내용 중 핵심이 되는 문장을 인용해 요약하면 이렇다.

 

'나꼼수'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화병을 돋우기로 작심한 방송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을 조롱거리로 삼고 있는데, 정식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방송통신 규제를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언론에 요구되는 고정성은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다.

(줄임) (이명박 대통령과 '부적적한 관계'라고 말했다는 에리카 김을 등장시킨 것과 관련해) 정상적인 언론의 기준으로 보면 진실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취재원들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언론의 최소기준을 요구할 수 있는 어떤 틀도 갖고 있지 못하다.

(줄임) '나꼼수'는 이 정권이 만든 정치.경제.사회적 토양 위에서 자라난 기생적(寄生的) 존재다.

 

<조선일보> 박두식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대한 나꼼수의 거침없는 폄하, 비난, 조롱, 비아냥, 폭로 등이 몹시 거슬리고 큰 정치사회적 문제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박두식이 지적한 부분에서 <조선일보>는 '나꼼수'보다 대(大) 선배요, 큰 형님이다.

 

"밴댕이 소갈머리"... <조선일보> 막말 보면 나꼼수는 양반

 

눈치챘겠지만, 이 글의 맨 위에 써놓은 '대통령을 잘근잘근 씹는 막말'은 나꼼수의 대사가 아니라, 2006년 하반기(7~12월)에 실린 '정론지' <조선일보> 사설의 '극히 일부' 문장들이다. 사설을 대충만 훑어도 '나꼼수' 에 맞먹는 대통령에 대한 조롱, 비아냥 같은 막말이 수두룩하다. 너무 많아서 다 게재하지 못하고 몇 가지만 덧붙인다.

 

(청와대 비서관의 이름을 적시하며) 사냥개 인간 (줄임) 권력의 눈짓에 세 배 네 배 꼬리를 흔들며 (줄임) 더 높은 소리로 짖고 (줄임) 미친 밤이 더디 가더라도 제정신의 새벽이 오게 돼 있다.(2007. 12. 17.)

장관들도 대통령 개인의 종살이만 했던 국민 배신자들이다.(2006. 11. 13.)

청와대 끼리끼리 인사 들통나면 밥먹듯 거짓말.(2006. 10. 13.)

막가는 대통령은 국가의 불안이고 국민에겐 고통일 뿐.(2007. 6. 22)

 

나꼼수는 방송을 시작한 지 불과 몇 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조선일보>의 막말, 조롱, 비아냥은 5년 내내 계속됐다. 스스로 '정론지'라고 하니 '쌍시옷 자' 들어가는 욕설을 쓰지 않았지만, 강도(强度)는 나꼼수에 뒤지지 않는다.

 

  
10월 3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 서울콘서트 이틀째 행사 모습
ⓒ 권우성
나는 꼼수다

대통령을 '계륵'이라 비유하기도 하고, "건달정부", "파장정권", "막가파 정권", "병적(病的) 귀기(鬼氣)를 자아낸다", "정신감정 받아야", "치근덕거리는 대통령", "이성을 잃은 상태" 등 일간신문의 사설이라고 믿기 어려운 막말들을 사설에서 쏟아냈다.

 

그리고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자신의 기명칼럼에서 대통령을 '대통령'이라 부르지 않고 '노무현씨'라고 불러댔다.

 

노무현씨가 다시 대통령이 되는 끔찍한 상황을 막아준 헌법에 새삼 감사한다.(2007. 6. 4.)

 

또, 이 신문의 만평을 그리는 신경무 화백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졸 학력을 비하하는 그림을 그려왔다. 

한나라당과 <조선일보>는 젊은이들이 나꼼수를 듣는 게 걱정되겠지만, 필자는 어린 우리 자녀들이 막말 하는 <조선일보> 사설을 보게 될까 걱정될 정도다.

 

나꼼수의 품격을 논해? 제 몸에 묻은 '똥'이나 보라

 

막말의 빈도로 봐도 나꼼수는 아직 <조선일보>의 상대가 못 된다. 

KBS미디어포커스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가 쓴 사설 가운데 재임기간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사설(부정적 사설)은 모두 89건이었고 긍정적으로 묘사한 사설은 6건이었다. 참고로 <조선일보>의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사설은 0건, 긍정적 사설은 98건이었다. 

 

사실, 대통령에 대한 막말, 조롱, 비아냥, 욕설에서 나꼼수를 훨씬 능가하는 사람들이 <조선일보> 외에 또 있다는 사실쯤은 기억할 것이다.

 

  
지난 2004년 8월 28일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전남 곡성 봉조리 농촌체험마을에서 '환생경제'를 창단기념으로 공연했다. 공연을 마치고 아버지 '노가리'역을 맡은 주호영 의원이 무대인사를 하던 도중 "나라 절단낼까요"하자, 의원들이 손을 내젖고 있다.
ⓒ 이종호

지난 2004년 한나라당 '극단 여의도' 소속의 나경원, 주성영, 주호영, 정병국, 송영선, 이혜훈, 박순자 의원 등은 연극무대에 직접 올라 노무현 대통령을 "육실할 놈", "개잡놈"으로 빗대 욕하고 성적 비유와 동물로 비하해 그린 적도 있다. 

이 정도면 나꼼수의 "씨바" 정도는 욕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주연으로 나선 이런 진짜 막말, 욕설, 저질 연극을 한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입을 닫았다.

 

<조선일보>와 박두식 정치부장은 "나꼼수는 언론도 아니고 품격도 없는 저질 인터넷 방송"이라고 몰아붙이면서 이에 열광하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정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좌파의 수준이 딱 이 정도"라고 비아냥댔다.  

 

스스로 '정론지'라고 주장하는 <조선일보>의 위 사설들을 다시 한번 보기 바란다. 제 몸의 똥은 못 보고 남에 묻은 겨를 걱정하는 격이다. '일등신문'이라고 자랑하는 <조선일보>의 수준이 '딱 이 정도'다. '나꼼수'가 문제가 아니라 '조꼼수(조선일보는 꼼수다)'가 더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