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수 "MB, 국익 내주고 미국에서 국빈 대접"
[해외 시각] "한미 FTA, 한국에 극단적으로 불리한 '독만두'"
나가노 교수는 지난 2011년 10월 24일 일본 경제 잡지 <다이아몬드> 온라인 판에 실린 기고에서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TPP(환태평양 경제 제휴 협정)'를 지지하는 일본인은 "라이벌 한국이 한미 FTA에 합의했기 때문에 일본도 늦어서는 안 된다"고 선동해왔다"며 "한미 FTA의 무참한 결과를 보면 현실은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적으로 농산물, 공산품, 금융·의료 서비스, 지적 재산권 등 모든 분야에서 무역 장벽을 철폐하는 높은 단계의 무역 협정이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칠레, 브루나이에 이어서 미국 등이 추가 가입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미일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나가노 교수는 이 TPP의 전문가로 꼽힌다.
애초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는 10일 이 TPP 협상 참여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민주당 자민당 등 여야 의원이 강하게 반대해 결정을 하루 연기했다. 그러나 노다 총리는 "TPP 참여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혀 이르면 11일 중으로 TPP 협상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일본에서 사실상의 미일 FTA를 놓고 치열한 찬반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다.
나가노 교수는 "한국은 미국에서의 별 실효성이 없는 미국에서의 관세 철폐를 보장받는 대신에 '역진 방지' 규정 '투자자-국가 소송(ISD)' 제도 등과 같은 두려운 조항을 받아들였다"며 "특히 ISD 제도는 각국이 자국민의 안전, 건강, 복지, 환경 등을 위해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결정하지 못하는 '치외법권' 규정인데,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 조항을 받아들였다"고 지적했다.
나가노 교수는 "일본 정부는 ISD 제도가 '독만두'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TPP 추진론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해 성대한 환영을 베푼 것을 부러워하고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자국의 국익을 미국에 내어준 대가로 미국에서 환영을 받는 것은 당연한다"고 이명박 정부를 조롱했다.
나가노 교수는 "일본도 TPP에 참가하게 되면 노다 수상도 미국에서 국빈 대접을 받을 것이고 정부, 매스미디어는 '일미 관계가 개선되었다'고 기뻐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 과도한 어리석음의 대가는 엄청난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나가노 교수가 <다이아몬드>에 기고한 글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연합뉴스 |
TPP 교섭에 일본이 참가할 것인가에 대한 결론이 11월 상순까지 나온다. 중대한 상황인데도 TPP에 관한 정보는 부족하다. 그러나 TPP의 정체를 파악하는 데에 아주 좋은 분석 대상이 있다. 그것은 TPP 추진론자들이 선망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이다.
한미 FTA가 좋은 참고가 되는 이유는 TPP가 실질적으로는 일미 FTA이기 때문이다. TPP 추진론자들은 "라이벌 한국이 한미 FTA에 합의했기 때문에 일본도 늦어서는 안 된다"고 선동해왔다. 그러나 한미 FTA를 보면, TPP에 참가하는 것이 일본에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도, TPP 추진론자도, 한미 FTA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미 FTA는 한국에 극도로 불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그러면, 한미 FTA의 무참한 결말이 어떤 것인가를 일본이 처한 상황과 대비하면서 보자.
우선, 한국은 무엇을 얻었는가. 물론 미국에서의 관세의 철폐이다.
그러나 한국이 수출을 할 수 있는 공업 제품에 대한 미국 쪽의 관세는 이미 충분히 낮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겨우 2.5퍼센트, 텔레비전은 5퍼센트 정도밖에 안 된다. 게다가, 미국 쪽의 2.5퍼센트 자동차 관세 철폐는 만일 미국산 자동차의 판매나 유통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미국 기업이 판단하는 경우에는 무효가 된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원래 한국은 자동차도, 전기 전자 제품도, 이미 미국에서의 현지 생산을 추진해왔기 때문에 관세의 존재는 기업 경쟁력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글로벌화에 의해 해외 생산이 진전되어 있는 현재, 제조업의 경쟁력은 관세가 아니라 통화 가치로 결정된다. 즉, 한국 기업의 경쟁력은 작금의 낮은 원화 가치 덕택이고, 일본 수출 기업의 부진은 높은 엔화 가치(円高) 때문이다. 더 이상 관세는 문제가 안 된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무의미한 관세 철폐의 대가로 자국의 자동차 시장에 미국 기업이 들어오기 쉽도록 제도를 변경할 것을 요구받았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가 한미 FTA로 인한 관세 철폐에 대한 대가를 미국 정부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은 배출량 기준 설정에 있어서 미국의 방식을 도입하는 것과 함께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자동차에 대해서 배출 가스 진단 장치 장착 의무나 안전 기준 인증 등 일정하게 부과되는 의무 사항을 면제해주었다. 즉, 자동차의 환경·안전에 관한 한국의 기준을 지킬 수가 없게 되었다. 또, 경쟁력 있는 미국산 대형차에 대한 세금 부담을 경감해주었다.
쌀 자유화는 일시적으로 피하더라도 앞으로 개방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쌀 자유화는 피했지만, 그 이외는 실질적으로 전부 자유화되었다. 해외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에 있어서 관세는 무의미하지만, 농업을 보호하는 데는 관세가 여전히 중요하다. 따라서 제조업을 지키고자 하는 미국과 농업을 지키고자 하는 한국이 상호 관세를 철폐하면 그 결과는 한국에는 불리해지는 것으로 끝난다. 이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유일하게 자유화를 피한 쌀은 미국 최대의 쌀 생산지인 아칸소 주 출신 의원이 불만을 표명하고 있다. 미국 통상 대표도 금후 한국의 쌀 시장을 개방하도록 노력하고, 또 금후의 통상 교섭에서는 예외 품목을 설정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다. 즉, TPP 교섭에서는 쌀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말이다.
이밖에, 법무, 회계, 세무 서비스에 있어서 미국인이 한국에서 사무소를 개설하기 쉽도록 한국의 제도가 변경되게 되었다. 지적 재산권 제도는 미국의 요구를 전부 받아들였다. 그 결과, 예를 들어, 미국 기업이 한국의 웹사이트를 폐쇄하는 게 가능해졌다.
의약품에 있어서는 미국의 의약품 제조업자가 자기 회사 의약품의 가격이 낮게 결정되었을 경우, 그것에 불복해서 한국정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농업협동조합이나 수산업협동조합, 우체국, 신용금고가 제공하는 보험 서비스는 미국의 요구대로 협정 발효 후 3년 이내에 일반 민간 보험과 동일하게 취급되도록 결정되었다.
원래 공제(共濟)라는 것은 직업이나 주거지 등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자금을 분담해서 무슨 일이 있을 때 그 자금으로 돕는 상호부조 사업이다. 그것이 해체되고, 서로의 생활을 돕기 위한 자금이 미국의 보험 회사에 흡수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한미 FTA에는 래칫(역진 방지) 규정과 ISD 조항, 그 외에 두려운 조항이 들어있다.
래칫이라는 것은 한쪽 방향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는 톱니를 가리킨다. 조약 체결국이 나중에 무슨 사정으로 시장 개방을 과도하게 했다고 생각하더라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규정이다.
이 래칫 규정이 들어가 있는 분야를 보면, 예를 들어, 은행, 보험, 법무, 특허, 회계, 전력, 가스, 택배, 전기 통신, 건설 서비스, 유통, 고등 교육, 의료 기기, 항공 수송 등 다양하게 걸쳐있다. 어느 것이라도 미국 기업에 유리한 분야들뿐이다.
덧붙여, 앞으로 한국이 다른 나라와 FTA를 체결할 경우, 그 조건이 미국에 대한 조건보다도 유리한 경우는 미국에는 같은 조건을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규정까지 들어가 있다.
또 하나 특기할 것은, 한국이 ISD(투자자-국가 소송) 조항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 ISD는 어떤 국가가 자국의 공공 이익을 위해 제정한 정책에 의해 해외 투자자가 불이익을 입은 경우에는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라는 제3기관에 소(訴)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 ISD 조항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ISD 조항에 기초하여 투자자가 정부를 제소하는 경우, 수명의 중재인이 이것을 심사한다.
그러나 심리(審理)의 관심은 어디까지나 "정부의 정책이 투자자에 어떤 정도의 피해를 주었는가"라는 점에 국한될 뿐, "그 정책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한 것인가 어떤가"는 고려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심사는 비공개로 행해지기 때문에 불투명하고, 기존 판례에 의한 구속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 심사 결과에 불복할 점이 있어도 상소를 할 수 없다. 가령 심사 결과에 법 해석의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국가의 사법 기관은 이것을 시정할 수 없다.
이 ISD 조항은, 미국과 캐나다와 멕시코 간의 자유무역협정인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에서 도입되었다. 그 결과, 국가 주권이 침범되는 사태가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어떤 신경성 물질을 연료도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그와 같은 규제는 유럽이나 미국의 거의 모든 주(州)에도 있다. 그런데, 미국의 어떤 기업이 이 규제로 불이익을 입었다고 해서 ISD 조항에 근거하여 캐나다 정부를 제소했다. 그리고 심사 결과, 캐나다 정부는 패소하여 거액의 배상금을 지불하고, 이 규제를 철폐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 어떤 미국의 폐기물 처리업자가 캐나다에서 처리를 한 폐기물(PCB)을 미국 국내로 수송하여 리사이클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캐나다 정부는 환경적인 이유로 미국에의 폐기물 수출을 일정 기간 금지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폐기물 처리업자는 ISD 조항에 따라 캐나다 정부를 제소했고, 캐나다 정부는 823만 달러라는 배상금을 지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멕시코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역에 어떤 미국 기업이 유해 물질 매립지를 세우려는 것에 대해서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그 허가를 취소했다. 그러자 이 미국 기업은 멕시코 정부를 제소하여 1670만 달러라는 배상금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다.
요컨대, ISD 조항이라는 것은 각국이 자국민의 안전, 건강, 복지, 환경 등을 위해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결정하지 못하는 '치외법권' 규정인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이 조항을 받아들이고 말았다.
일본 정부는 어리석게도 ISD 조항이 '독만두'라는 것을 모르고 나아가려 하고 있다.
일본 정부나 TPP 추진론자들은 "교섭에 참가하여 룰을 유리하도록 하면 된다" "불리한 사항에 대해서는 양보하지 않으면 된다"고 하면서 "우선은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TPP 교섭에서 일본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미미한 것임에 비해서 지키지 않으면 안 될 것은 허다하다. 그러한 일방적인 방어전이 될 교섭 과정을 통해서 어떤 결말이 나올지는 한미 FTA의 결과를 보면 명확하다.
노다 수상은 한국 대통령처럼 미국에서 환영을 받으면 만족할 것인가?
이와 같이 무참하게 끝난 한미 FTA이지만, 한국 국민은 거의 정보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상황도 현재 일본과 그대로 닮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을 국빈으로 초대하여 성대한 환영을 베풀었다. TPP 추진론자들은 이것을 부러워한 나머지 일본도 TPP에 참가하여 일미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부채질하고 있다.
그러나 자국의 국익을 미국에 내어준 대가로 한국 대통령이 미국에서 환영받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도 TPP에 참가하게 되면 노다 수상도 미국에서 국빈 대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나 매스미디어는 "일미 관계가 개선되었다"고 기뻐할 것이다. 그러나 그 과도한 어리석음의 대가는 엄청난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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