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자료, 기사 사진

여권 갖고 장난치는 ‘유아기적’ 정부

道雨 2011. 12. 8. 17:07

 

 

 

 

 

    여권 갖고 장난치는 ‘유아기적’ 정부

 

‘나꼼수’ 4인방 중 한 명인 정봉주 전 의원이 여권을 못 받고 있다.

참여정부 때까지 자유 왕래하던 재일동포 단체 ‘한통련’도 느닷없이 여권 발급이 금지돼 ‘국제 낭인’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다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여권 발급을 통제해 국민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최근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4인방 중 한 사람인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에게 여권 발급을 불허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겉으로는 정 전 의원이 재판에 계류 중이라서 여권 발급이 불가하다는 이유를 댄다. 정 전 의원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을 파고드는 공격수로 나섰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단수여권조차 안 주는 건 정치 보복”

문제는 대법원 재판은 피고인이 직접 출석하는 것이 아니라 서류 심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외에 오가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재판에 계류 중인 국민이라고 해서 여권 발급을 불허하라는 법적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 전 의원에게 1년짜리 단수여권을
발급해준 적이 있다. 그는 이미 <나꼼수>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 인사이다. 만일 대법원이 징역 1년 확정판결을 내린다고 해도 ‘(감옥에) 들어가 살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상태다.


   
ⓒ시사IN 조우혜
MB 정부의 여권 발급 불허에 항의해 11월16일 대법원 앞에서 퍼포먼스를 벌이는 <나꼼수> 정봉주 전 의원(가운데 마이크 잡은 이)과 지지자들.



올해 들어 정봉주 전 의원의 정치적 행보가 활발해지자 MB 정부가 보복성으로 여권 발급을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 전 의원의 여권 관련 소송을 맡은 임종인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여권 발급과 출국금지는 다르다.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여권을 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일단 여권을 내준 뒤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출국금지로 대응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MB 정권 아래서 여권 통제가 법적 근거 없이 정치 탄압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온 것이 2008년이다. 항소심에서도 속히 형량을 그대로 결정했는데 대법원이 시간을 끌며 선고를 내리지 않고 있다. 이런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그래서 재판부가 이 사건을 무죄로 판단하고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차마 무죄를 선고하기 어려워서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월16일 대법원 앞에서 여권 발급 허용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정 전 의원은 “1년짜리 단수여권조차 내주지 않는 것은 재판을 핑계로 한 엄연한 정치 보복이다. 나는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인 만큼 해외에 나갔다가 누가 못 들어오게 막아도 기어이 들어올 사람이다. 그런데 뭐가 무서워서 여권 발급을 기피하는가”라고 말했다.

치졸한 정치 탄압이라고 비난받는 여권 통제 사례는 비단 정 전 의원의 경우만이 아니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일본에서 생활하는 재일동포 700여 명도 MB 정부 들어 난데없이 여권 발급을 통제받고 있다. 재일동포 사회에서 오랫동안 고국의 민주화와 통일 운동을 벌여온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소속 회원들이 그들이다.

한통련 회원들은 지난 6년여 동안 한국 정부로부터 5년짜리 여권을 발급받아 자유롭게 왕래해왔다. 하지만 MB 정부 들어 느닷없이 여권 발급을 불허해 큰 고통과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올해 팔순 노모를 모시고 서유럽으로 마지막 효도 가족여행을 가려고 여권을 신청했는데 두 달 반 만에 ‘불허’라고 쓰인 엽서 한 장 달랑 날아오더라. 고국이 해도 너무한다.” 평생 한국 국적으로 일본에서 살고 있는 한통련 손형근 의장(60)은 이렇게 말했다.

손씨가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지난 6년간 13차례나 자유로이 한국을 왕래해왔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느닷없이 여권 발급을 불허해 고국을 오가지 못하게 했다는 점이다. MB 정부 초기인 2008년 5월, 12번째 고국 방문 때까지만 해도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 하지만 정부는 이후 여권법을 개정해 ‘반국가 단체 구성원에 대해서는 여권 발급을 제약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한 뒤 이를 근거로 한통련 회원들의 여권 발급을 불허했다.

한통련이 반국가 단체인가. 한통련은 역사적으로 민단 내부 개혁과 민족학교 설립 문제, 일본 내 출입국관리법 개악 반대 투쟁 등 동포 사회의 권익과 고국의 민주화, 남북통일을 위한 운동을 벌여왔다. 한통련의 전신인 한민통 초대 의장은 한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맡았다. 김 전 대통령은 한민통 초대 의장으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뒤 참여정부에서도 5년 동안 여권을 발급받아 한국을 자유 왕래한 한통련 회원들이 그 기간에 어떤 위법 행위를 저지르거나 반국가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연합뉴스
2003년 9월19일 인천공항에서 방한 행사를 갖는 한통련 회원들.



과거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가 한통련을 반국가 단체로 낙인찍은 전력은 있다. 1978년 김정사 간첩 사건이 계기가 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서울의 한 대학에 유학 온 재일동포 2세 김정사씨에게 공작과 고문을 가해 ‘한통련이 조총련과 교류한다’는 진술을 얻어냈다. 그 뒤 법원 판결문에도 한통련이 반국가 단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유신 독재가 서슬 퍼렇던 당시 사법부의 독립은 설 자리가 없었다.


한통련이 반국가 단체인가

하지만 조작 날조된 김정사 간첩 사건은 최근 베일을 벗었다. 김씨와 한통련이 이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정을 낸 것. 진실화해위는 조사 끝에 김정사 간첩 사건은 중앙정보부의 고문과 강압에 의해 날조된 사건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서울고등법원은 2011년 9월23일 김정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진실화해위 상임위원 출신이자 김정사 사건 재심 변론을 맡은 이기욱 변호사는 “한통련이 낸 진정은 결과적으로 각하됐지만 진상 조사한 내용 중 반국가 단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조사 결과들이 들어 있었다. 김정사씨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면 애초 반국가 단체라는 표현을 담은 확정판결의 효력이 없어지므로 이 문제는 자연히 정리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통련 또한 법원 판결을 계기로 부당하고 억울한 누명을 벗을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던 참이었다. 그런데 MB 정부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의 자유 왕래를 차단해버린 것이다.

심지어 MB 정부 들어 국정원은 한통련 회원들에게 여권을 무기로 탈퇴를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통련 회원 상당수가 주일 영사관에 호출돼 영사 면담을 받았다고 한다. 한 회원은 “한통련 활동을 그만두지 않으면 여권 발급을 제한할 것이며 한통련 탈퇴서를 쓰고 그 증거를 제출하면 여권을 발급해주겠다는 회유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여권을 무기로 탈퇴 종용

이에 대해 주일 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일부 간부를 제외하고 대다수 한통련 회원에게는 여행증명서나 단수여권이라도 내줘 고국에서 급한 볼일은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통련 손형근 의장은 “자국민을 국제 낭인으로 만드는 MB 정권의 비인도적 처사에 분노가 치민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2, 3세들이 한국 국적을 눈물겹게 유지하고 있는데 고국은커녕 외국에 나가서 공부도 못하게 여권을 막아버리는 정부가 세상에 어디 있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에서 여권을 내주지 않으면 이들은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친지를 방문하거나 자녀 유학을 보내기도 어렵다. 또 내년부터 실시되는 재외국민 투표 등 선거권 행사에서도 원천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상자 기사 참조).

정봉주 전 의원과 한통련의 여권 발급 제한 사건 소송을 맡고 있는 임종인 변호사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신체 이동과 여행의 자유를 국민통제 수단으로 삼는단 말인가. 여권 통제는 이명박 정권이 1970년대 유신독재 시대로 돌아갔음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 시사인 ]

 

 

********************************************************************************************************

 

 

     설마 이것 때문에 여권 안 내주는 거야?

 

 

 

MB 정부가 여권을 발급해주지 않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 국적이 있는 해외 동포공직선거법 제152조 1항에 의거해 내년부터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권을 갖는다. 그런데 여권 발급을 불허당한 동포는 재외선거인 등록 신청을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권을 박탈당한다.

특히 700여 명에 이르는 한통련 소속 재일동포가 이 법의 대표적 표적이 될 전망이다. 이들은 한국 국적을 지녔으면서도 여권 발급을 통제당해 내년부터 실시되는 재외국민 투표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한통련 소속 한 재일동포가 이런 공직선거 관련 규정과 관련해 최근 한국에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18조 5 제2항에서 규정한 선거인 등록 신청 과정에 여권 사본을 필수 서류로 규정한 조항은 헌법 제11조 평등권, 제24조 선거권, 제47조 1항 및 제67조 1항의 보통선거 원칙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시사IN 정희상
한통련 손형근 의장(위)은 “MB 정부의 여권 발급 통제는 자국민을 국제 낭인으로 만드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헌법소원을 맡은 임종인 변호사는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행사하는 데 족쇄로 작용하는 여권 관련 통제 규정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후진국형 법 조항으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라고 말했다.

내년 선거에서 외교통상부와 선관위가 추산하는 재일동포 예상 유권자 수는 47만3600여 명이다. 이 가운데 한통련과 조총련을 탈퇴한 뒤 북한 국적을 버리고 한국 국적을 선택한 재일동포는 5만여 명.

MB 정부와 보수 세력은 내심 이들을 못마땅하게 여겨왔다. 보수 일각에서는 이들이 집단적으로 야당에 투표할지도 모르니 차단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난 8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은 ‘한통련이 선거운동 나서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라는 기사와 사설을 게재하고, 조총련과 한통련이 손잡고 남한 선거에 개입이나 할 것처럼 요란을 떨었다.

그러나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이 이미 시작된 일본 현지 반응은 싸늘했다. 오사카에 사는 한 동포는 “오사카 지역 전체 선거권자가 20여 만명인데 하루 신청자는 20~30명꼴로 미미하다. 이런 추세라면 재외국민 등록 기간 90일간 선거 참여 대상자가 기껏해야 몇 천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라고 전했다.

 

[ 시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