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불법선거 관련

검찰, 경찰에 ‘디도스 KO승’ 이후 태도 돌변?

道雨 2011. 12. 27. 13:29

 

 

 

 


검찰, 경찰에 ‘디도스 KO승’ 이후 태도 돌변?

                                        (블로그 ‘사람과 세상 사이’ / 오주르디 / 2011-12-26)


수사권 조정 문제로 불거진 검-경 대립. 이런 상황에서 디도스 사건이 터지자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잘못됐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려고 했다.

한동안 검찰의 ‘활약’은 대단했다. 선관위와 박원순 시장 홈페이지 디도스 공격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면서 경찰의 미진한 부분을 ‘명쾌하게’ 파헤쳤다. 경찰의 거짓말이 세상에 공개되며 수사권 조정문제를 놓고 검찰과 맞서왔던 경찰은 그야말로 ‘죽사발’이 되고 말았다.


검찰 언론플레이, 드러난 경찰의 거짓말

경찰의 거짓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경찰은 지난 12월 9일 디도스 사건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금전거래는 없었다’고 말했다. “본건과 관련하여 준비자금 또는 대가 제공을 확인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경찰의 공식입장이었다.

이러자 검찰은 진보 성향의 언론에게 ‘특종감’을 흘렸다. ‘디도스 공격을 전후해 박희태 국회의장 비서와 구속된 공씨, IT업체 대표 강씨 사이에 1억 원이 오갔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대박’을 터뜨렸고 경찰은 고개를 숙였다.

경찰은 즉시 말을 바꿔 “계좌추적이 끝날 때까지 금전거래에 대한 진술만 있었고 이를 증명할 물증이 없어 대가성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거짓은 거짓을 낳은 법. 이 변명 역시 거짓말로 드러났다.

경찰은 단독범행이라고 발표했다. 희대의 선거테러가 20대 청년 1명에 의해 기획됐다는 경찰의 발표는 그야말로 ‘코미디’였다.

수사 결과 발표 이전에 이미 금전거래 내용이 확인됐고 이를 발표할지 여부를 두고 내부적으로 논란을 벌였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경찰이 또 한 번 망신을 당하는 순간이었다. 핵심 증거인 ‘금전거래’ 사실을 숨기려 했던 경찰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경찰은 당황했고 오락가락 발언은 절정에 달했다. “대가성이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일 뿐 대가성은 아니다”라고 말을 돌렸다. 자신이 한 말을 자신이 뒤집는 짓을 반복했다.

단독범행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20대 청년 혼자 희대의 선거테러를 기획했다는 경찰의 주장을 그대로 믿을 수 없는 정황이 수두룩했다. 디도스 공격 전날 공씨는 국회의장 비서 김씨와 함께 술을 마셨고 정두언 의원과 공성진 전 의원 비서들도 있었다.


경찰에 KO승 거둔 검찰, 이후 태도 이상하다

사건 전날 ‘술자리’ 상황에 대해서도 경찰은 거짓말을 했다. 청와대 의전팀 박 모 행정관이 1차 저녁식사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사실을 처음부터 은폐하려 했다. 들통이 나자 “참고인이 언론에 노출되는 건 인권 문제”라며 “직접 관련이 없다면 공개하지 않은 게 맞다”고 둘러댔다. 국회의원 비서의 인권과 청와대 직원의 인권은 다르다는 얘긴가?

청와대가 경찰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수사 진행과정에 어떠한 외압도 주저함도 없었다”고 부인했지만 언론들이 들고 일어났다. “청와대 치안비서관이 경찰 수사 진행 도중에 경찰청 최고 간부에게게 전화해 ‘손발이 맞지 않아 뭐를 할 수 없다’고 역정을 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한 술 더 떠 일부 언론들은 경찰청장과 수사국장 등이 수사결과 발표 전날 어느 선까지 발표할 것인지 사전에 입을 맞췄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과 언론에 의해 경찰이 만신창이가 됐다. 그러자 조현오 경찰청장이 브리핑을 자청해 경찰이 경찰의 주장을 부정하는 해괴한 발언을 했다. 조 청장은 ‘디도스 공격은 우발적 단독범행이 아닌 것으로 보일뿐더러 배후의 돈거래도 대가성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거짓말’에 대한 책임을 실무진에게 전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수사진의 주장을 묵살하고 내용의 일부를 은폐하려 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경찰을 만신창이로 만든 ‘폭로성 기사’의 출처는 대부분 ‘사정당국 관계자’로 돼 있다. 검찰이 언론에 정보를 흘렸다는 얘기다. 검찰의 ‘언론플레이’는 대성공이었다. 수사권 조정 문제의 ‘적수’인 경찰을 완전히 그로기 상태로 몰아가는 ‘쾌거’를 이루었으니 말이다.


어려운 수사 아닌데 수사속도 ‘굼벵이’

그다음의 검찰 태도가 미심쩍다. 언론을 활용해 경찰을 상대로 화끈한 KO승을 거둔 검찰이 ‘침묵모드’에 들어갔다. 수사에 대한 후속타가 없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수사일까?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 1억 원의 ‘발원지’인 국회의장 비서 김씨가 디도스 공격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만 밝혀내도 사건의 전말은 드러나게 돼 있다. 디도스 공격이 예정돼 있다는 것을 알고 사건 직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났다면 범행 전말에 대한 밑그림이 쉽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문제의 청와대 행정관은 홍준표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총리실 정보관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온라인 시스템 관련 일을 했던 사람이다. 정보관리비서관실은 온라인 여론 동향을 조사하는 곳. 왜 경찰이 애초 박 행정관의 존재를 숨겼는지 그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국회의장 비서 출신인 김씨, 구속된 공씨, 그리고 디도스 공격과정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차씨 등은 모두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최 의원의 비서였거나 지역구에서 최 의원을 보좌했던 사람들이다. 이 정도라면 최 의원 역시 사건을 푸는 열쇄를 쥔 사람이다. 하지만 최 의원에 대한 수사는 극히 미진하다.

자신과 이번 사건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최구식 의원. 하지만 1억의 ‘발원지’인 김씨와 구속된 공씨, 그리고 사건에 가담한 차씨 등이 최 의원의 비서였거나 지역구에서 최 의원을 돕는 ‘측근’들이다.

최 의원 본인은 사건 연루 사실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사건에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겨레>는 “지난 12월 16일 여권의 핵심인사가 최구식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전날 몇몇 의원들과 밥을 먹으면서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검찰 수사 목적은 단지 ‘경찰 죽이기’?

김씨와 최 의원을 제대로 조사해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 속도를 늦추고 있다. 경찰을 ‘거짓말쟁이’로 만들 때 보여줬던 그 검찰이 아니다. 호쾌하게 질주하던 검찰 수사의 속도가 굼벵이가 돼 버렸다. ‘김정일 사망’이라는 ‘북풍’도 불고 있으니 수사 속도가 더 느려질지도 모를 일이다.

검찰의 디도스 사건 수사의 목적이 경찰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데에 집중돼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경찰의 거짓말을 밝혀내는 것보다 중요한 건 사건의 진상이다. 거짓을 밝혀내는 건 ‘과정’일 뿐이고 목적은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인데도 검찰 수사는 여전히 ‘과정’에 머물러 있다.

누가 검찰에게 경찰에 비해 힘이 세다는 것을 증명해 달라고 하던가? 국민이 원하는 건 오로지 진실이다. ‘희대의 부정선거’를 기획한 주범과 그 배후가 누군지 밝혀 주길 기대할 뿐이다. 검찰은 자신의 힘을 경찰 제압에 쓸 게 아니라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 주범과 배후세력을 밝혀내는 데 써야 한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