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청와대 비서관이 ‘몸통’이라고 나서다니 소가 웃을 일

道雨 2012. 3. 21. 12:04

 

 

 

청와대 비서관이 ‘몸통’이라고 나서다니 소가 웃을 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몸통”이라면서도, 불법사찰에 대해선 “청와대와 나는 무관하다”고 방어막을 쳤다.

유죄가 확실해진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선 책임지고 총대를 메되, 불법사찰과 자금문제 등으로 청와대로 불똥이 튀는 것은 막겠다는 취지가 강하게 읽힌다.

그러나 그동안 장진수 전 총리실 주무관이 공개한 녹음과 인터뷰 내용 등에 비춰보면 소가 웃을 일이다.

 

 

그의 주장처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증거인멸이나 은폐조작과 무관하다면 장석명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 왜 장 전 주무관에게 5000만원을 제공하면서까지 입막음을 하려 했는지 설명이 안 된다.

2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게 줬다가 최근 돌려받은 데 대해서도 “선의로 준 것이지 입막음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정황에 비춰보면 사실로 믿기 어렵다.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 민주통합당에 “정치공작”이라는 등 적반하장의 정치공세를 퍼붓는 걸 보면 정권 핵심부와 상당한 조율을 거친 인상이 짙다.

 

그의 주장과 달리 그동안 드러난 사실을 되짚어보면,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손쉽게 동원하고, 거액을 조달해가며, 사건의 실체를 은폐조작하려 했던 거대한 힘의 존재가 느껴진다.

 

은폐조작 혐의를 받는 청와대와 검찰에 이어 어제는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의 부탁으로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됐다는 5000만원은 국세청 간부가 조달한 돈이라는 <서울신문> 보도가 나왔다.

엊그제는 노동부 공무원이 최종석 전 행정관의 지시로 장 전 주무관에게 변호사 비용 4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지금까지 장 전 주무관에게 전달됐거나 시도된 자금만 해도, 지난해 4월 2심 공판 직후 장 비서관이 만들어줬다는 5000만원, 진경락 전 총리실 과장이 제안했던 2000만원, 이 전 비서관이 건넸다 돌려받은 2000만원, 최 전 행정관이 조성한 변호사 비용 4000만원(2500만원 반환) 등 1억3000만원 규모다.

공무원들이 합법적으로 이런 거액을 만들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자기 사재를 털었을 리도 없다.

 

의혹은 청와대를 향해 번져가는데 검찰 수사는 게걸음이다.

이 전 비서관의 회견을 보니 정권 핵심부는 아직도 청와대 비서관 수준에서 ‘꼬리 자르기’가 가능하리라고 판단하는 모양이지만 착각이다.

검찰 수사에 이어 국정조사든 특검수사든 후속 조처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제부터는 공직자들의 은폐 시도 하나하나가 범죄행위다. 더 이상 죗값을 벌지 말기 바란다.

 

[ 2012. 3. 2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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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호 울먹이면서 “내가 몸통”, 취재진들 “쇼 그만하라”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회견장 스케치
범포항 출신으로 정치권 입성
인수위 때부터 박영준과 활동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의 1차 배후로 지목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20일 오후 5시30분께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취재진 60여명과 만났다.

회견을 자청한 그는 자신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한 ‘몸통’이라면서도, 시종일관 “사명감을 갖고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비서관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날 때부터 카메라의 움직임을 살폈다. 좌우로 늘어선 각 언론사 카메라에 모두 시선을 맞춘 뒤에야, 그는 준비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처음엔 사과를 하는 듯했다.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카메라 앞으로 나서 허리 굽혀 인사도 했다. 하지만 그 뒤론 기나긴 변명이 이어졌다.

자신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돈을 건넸다면서도 ‘선의’라고 주장했고, 공직윤리지원관실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파기하라고 지시한 것도 ‘민감한 개인정보와 감찰 내용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피해자인 김종익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대신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중”이라며 엉뚱하게 흠집내기를 시도했다.

 

그는 원고 가운데 강조하고 싶은 대목을 서너 차례씩 고함치듯 반복하며 외쳤다.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힘들어하는 모습”, “(저는) 어떤 어려움도 주저하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라고 말할 때는 눈에 기세가 등등했다. 또 “저는 가난한 어촌에서 태어나 힘들게 공부를 하며 항상 정직하게 신의를 지켰다”고 말할 때는 감정을 못 이겨 울먹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일부 취재진 사이에서 “쇼 좀 그만하라”는 고성이 터져나온 것도 이때쯤이다.

 

이런 모습은 이 전 비서관의 ‘경력’과 무관하지 않다.

이 전 비서관은 금융권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평화은행 노조(한국노총 소속) 위원장과 전국금융산업노조 조직본부장으로 활동했다. 그 시절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 인사는 “회의 도중 격한 반응을 보이거나, 과장된 퍼포먼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이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금융산업위원을 맡으며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노동총괄단장을 맡아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 성사에 앞장섰다.

 

그러나 그가 ‘비선 라인’으로 떠오른 데는 ‘범포항’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인규(56) 전 공직윤리지원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는 박영준(52)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은 모두 범포항 인맥이다. 특히 이 전 비서관과 박 전 차장은 여러 곳에서 이력이 겹친다.

인수위 시절 두 사람은 각각 사회교육문화분과 실무위원과 이명박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을 지냈고, 그 뒤 청와대에는 고용노동비서관과 기획조정비서관으로 동시에 입성했다.

 

이날 15분 남짓 동안 격앙된 발언을 쏟아낸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응하지 않고 곧장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일문일답을 기대한 수십명의 기자들이 이 전 비서관을 둘러싸고 쫓는 바람에 회견장 입구는 아수라장이 됐다. 엘리베이터를 붙들고 5분여 동안 질문을 쏟아내는 취재진에게 그는 “저도 노동운동을 한 사람입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노현웅 안창현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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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자처하며 꼬리자르기…청와대와 교감뒤 반격?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왼쪽 둘째 안경 쓴 이)이 2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주장을 반박하는 발표문을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외면하며 회견장을 떠나려다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21개월만에 입연 이영호 전비서관
장진수 전 주무관 ‘폭로’ 이어지자 궤변 쏟아내
“국가정보 유출돼 악의적 사용될까봐 삭제 지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을 동원해 민간인 사찰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2010년 6월 김종익씨 사건이 불거진 뒤 1년9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은 하드디스크 삭제 지시와 2000만원 전달 등 변명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사실만 시인하고는, 이 사건을 민주통합당의 ‘정치공작’으로 몰아붙이며 궤변을 쏟아냈다.

 

이 전 비서관은 “자료 삭제에 관한 모든 문제는 바로 제가 몸통”이라면서도 “증거인멸을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어떤 자료가 저장돼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김종익씨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를 없앤 게 아니라는 논리다.

진경락 전 지원관실 총괄기획과장과 장진수 전 주무관을 증거인멸 혐의로 기소한 검찰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또 이 전 비서관은 “공무원 감찰에 대한 정부 부처의 중요 자료를 비롯해 개인 신상 정보가 들어 있어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정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가의 중요한 정보가 외부에 유출돼 악의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정당하게 자료를 확보하려는 수사 절차를 ‘외부 유출의 위험성’으로 간주한 셈이다.

 

이 전 비서관은 “국민 여러분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면서도 검찰 수사 결과 여러 정황이 드러난 민간인 불법사찰 사례가 전혀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민간인 불법사찰이 “케이비(KB)한마음 대표 김종익씨의 개인 비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씨를 공기업 자회사의 임원으로 오인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라며 “김씨는 역시 대통령을 비방한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올리고, 회사 자금을 횡령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된 뒤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사찰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원관실이 김씨를 불법 조사한 혐의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었고 이 건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거친 뒤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소원 심사 중이다.

김씨는 민간인 사찰 의혹이 폭로된 뒤 횡령 혐의로 ‘보복성 기소’를 당했는데, 이 전 비서관은 자신들의 불법사찰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 얘기를 끄집어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민주통합당’을 7차례나 언급하며, 이번 사건이 민주당이 기획한 정치공작의 산물이라는 인상을 주려고 열을 올렸다.

그는 “민주통합당이 주장하고 있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280만원 상납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지원관실 서무로 일하던 장 전 주무관이 실제로 수행했던 ‘상납’ 관행을 민주당의 ‘주장’이라고 매도했다.

또 “지원관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있었던 국무총리실 내 조사심의관실의 명칭을 바꾼 조직일 뿐”이라며 “정권이 바뀌면서 노무현 정부(쪽 사람들이) 조사심의관실 자료를 디가우싱 등 모든 방법으로 철저히 삭제했다. 이는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를 지내신 한명숙 대표께서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었던 자신이 지원관실을 기형적으로 운영했던 사실은 부인한 채, 과거 정부와의 유사성만을 부각시켜 ‘물타기’에 나선 것이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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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주장은 민주당의 정치공작”
이영호 ‘적반하장 회견’

 
(왼쪽)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에서 격앙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오른쪽)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내가 자료삭제 지시…장진수에 2천만원 줬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중간 책임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48)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를 자신이 지시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장진수(39)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시인했다.

하지만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소속으로 업무가 다른 자신이 공직윤리지원관실 일에 왜 간여하게 됐는지는 일체 해명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지원관실 활동을) 민간인 불법사찰로 왜곡하는 것은 현 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민주통합당의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케이비(KB)한마음 사건(김종익씨 불법사찰 사건) 뒤 지원관실 직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본 뒤 아끼는 최종석 행정관에게 컴퓨터를 철저히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며 “자료 삭제에 관한 한 모든 문제는 내가 몸통”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드디스크 안에 감춰야 할 불법 자료가 있어서 삭제 지시를 한 것은 결코 아니다. 혹시 하드디스크에 공무원 감찰에 대한 정부 부처의 중요 자료를 비롯하여 개인 신상 정보가 들어 있어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정 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하드디스크 자료를 영구삭제한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건넸다면서도 “(그에게) 어떠한 회유도 하지 않았고, 장 주무관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선의의 목적으로 건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유정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이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은 국민과 일전을 벌이겠다는 청와대의 선전포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날 오전 검찰에 출석해 13시간 동안의 조사를 마친 뒤 밤 11시 넘어 귀가했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에게서 △지원관실 하드디스크의 영구삭제를 지시한 사람은 최종석 행정관이며 △류충렬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한테서 5000만원을 받는 등 청와대 쪽으로부터 ‘입막음용’으로 모두 1억1000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 분량이 많아 장 전 주무관을 21일 오후 2시에 다시 소환할 계획이다.

장 전 주무관은 ‘입막음용이 아니라 선의로 2000만원을 줬다’는 이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이날 검사 1명을 추가로 합류시켜, 수사팀을 모두 6명으로 늘렸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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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과 똑같다" ... 이영호의 황당한 호통 기자회견

 

청와대 개입 실토 ... 자료삭제 지시했으나 증거인멸 아니다?

 

갑작스러운 기자회견이었다.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은 그동안 언론과 전혀 접촉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에서도 수차례 휴대전화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말을 하지 않다가 그냥 전화를 끊곤 했다.


그랬던 이 전 비서관이 20일 공개석상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날 처음으로 기자와 연락이 닿았다. 기자회견 사실을 전하는 그에게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지시 의혹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짧막한 대답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기자회견 때 물어보라."


하지만 이 전 비서관은 정작 기자회견 때에는 자신이 준비한 발언자료만 읽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해명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는 "내 얘기만 들어라"는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 누군가 "이명박 대통령과 똑같다"고 수군거렸다. 기자들이 택시를 타려는 그를 끝까지 쫓아가는 진풍경까지 연출했다.


"자료삭제 지시"... 청와대가 증거인멸 주도했다는 말


  
이영호 "자료 삭제 지시 했다.. 내가 몸통"
ⓒ 최인성
이영호
 

'호통 기자회견'이라는 비아냥거림에도 이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그가 "자료삭제를 지시했다"고 인정한 대목이다. 이는 지난 2010년 8월 검찰 특별수사팀이 그를 상대로 8시간 동안 조사했지만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다.


이 전 비서관은 "KB한마음 사건이 발생한 후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우왕좌왕하는 것을 보고 최종석 행정관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철저히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실토'했다.


이 전 비서관은 직제상으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과 아무 관련이 없다. 직제상 지원관실의 보고라인은 청와대 민정수석실(공직기강비서관)이다. 노사관계 등을 다루는 그의 업무도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설치된 지원관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그는 지원관실에 '자료삭제'를 지시했다.


"자료삭제를 지시했다"는 이 전 비서관의 '양심고백'(?)은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 과정에 개입한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도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증거인멸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료삭제 지시'를 인정했으면서도 '증거인멸 지시' 의혹은 부인하는 모순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전 비서관이 내놓은 자료삭제 지시의 이유도 가관이다. 그는 "그 하드디스크 안에 감추어야 할 불법자료가 있어서 삭제를 지시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이런 해명을 내놓았다.


"저는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어떤 자료가 저장되어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혹시 하드디스크에 공무원 감찰에 관한 정부부처의 중요자료를 비롯하여 개인신상 정보가 들어 있어서 외부에 유출될 경우 국정혼란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국가의 중요정보가 외부로 유출되어 악의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제 책임하에 자료삭제를 지시하였던 것입니다."


직제상으로나 업무상으로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거리가 먼 이 전 비서관이 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자료의 외부유출을 걱정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오히려 그가 지원관실과 아주 가까운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 전 비서관은 공직윤리관실의 설치와 운영에 깊숙이 개입해 왔다. 지원관실 직원들을 선발하는 데 직접 면접을 보고, 워크숍과 야유회, 회식 때에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원관실의 관용차를 자주 이용했다.


게다가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작성하는 각종 보고서를 비선으로 보고받았고, 지원관실의 특수활동비 가운데 280만 원을 매달 전달받았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전 비서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280만 원 청와대 상납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황당무계한 주장"이라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 비서관이 왜 지원관실 직원에게 돈 건넸나?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윗선'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외면한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이영호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윗선'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취재기자들의 질문공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이영호

이 전 비서관과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밀접한 관계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더 있다. 그가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2000만 원을 건넨 사실을 인정한 점이다.


장 전 주무관은 지난해 8월 포항 출신의 공인노무사 A씨가 "이영호 비서관이 마련한 것인데 걱정하지 말고 쓰라"며 자신에게 2000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건네진 2000만 원이 '입막음용'이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 전 비서관은 "장 전 주무관에게 2000만 원을 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선의로 준 것일 뿐 입막음용은 아니다"라며 "장 전 주무관에게는 그 어떠한 회유도 하지 않았고, 그의 경제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선의의 목적으로 건넨 것이며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그가 왜 공직윤리지원관실 소속 직원의 경제적 어려움을 걱정해 돈까지 건넸는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와 지원관실이 밀접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 최종석 전 행정관을 통해 자신이 사용하던 대포폰을 전달한 것도 이러한 관계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해명은 매우 궁색해 보인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는 제 주관부서인 고용노동부 소속 직원들이 몇명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과는 평소에도 가끔씩 만나 노동현안에 대해 논의하던 사이입니다. 당연히 이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왔습니다."


또한 청와대 비서관이었던 이 전 비서관이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자료 삭제 행위를 적극적으로 옹호한 점도 눈에 띈다. 이를 위해 그는 민주파 정부들까지 끌어들였다.


이 전 비서관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시절에 존재하던 '국무총리실내 조사심의관실'의 명칭를 바꾼 조직일 뿐"이라며 "노무현 정부도 조사심의관실에 있던 모든 자료를 소위 '디가우징'을 비롯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철저하게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민주파 정부에서도 공직윤리지원관실과 같은 조직은 존재했고, 특히 노무현 정부는 정권이 교체되자 자료까지 삭제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자료삭제 지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투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월권행위조차도 인정하지 않는 강변이다.


이 전 비서관은 야당의 의혹 제기에는 "정치공작"이라고 맞섰다. 그는 "청와대나 제가 민간인 불법사찰을 지시한 적은 결코 없다"며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용어는 현 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이고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리는 수법이다. 하지만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을 사찰한 혐의로 이인규 전 지원관과 김충곤 전 점검1팀장, 원충연·김화기 전 조사관이 모두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조차도 '민간인 사찰'이 있었음을 인정한 것이다.


"내가 몸통이다" 강조하며 '꼬리 자르기'에 나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윗선'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회견장을 나서다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부딪쳐 쓰러진 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유성호
이영호

 

이 전 비서관은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꼬리 자르기'에도 나섰다. 그는 "자료삭제에 관한 제가 바로 '몸통'이니 저에게 모든 책임을 물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목소리가 크게 올라갔고 "몸통"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소리쳤다. "제 책임 하에 자료삭제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와 저는 김종익씨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아울러 민정수석실도 무관하다"고도 했다.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등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이인규 전 지원관의 후임자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5000만 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으로 사법처리된 이인규 전 지원관과 진경락 전 과장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도 확인됐다. 청와대 전체가 이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정황들이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명감을 갖고 국가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직자가 아닌 민간회사의 대표를 사찰하고, 사찰과 관련된 자료들을 인멸하고, 증거인멸 지시 사실을 폭로하려는 사람을 돈으로 회유한 것이 과연 "국가발전"을 위한 일인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