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관련

3개의 육성 녹음 ... '버럭' 이영호는 깃털이었다

道雨 2012. 3. 21. 12:49

 

 

 

3개의 육성 녹음 ... '버럭'  이영호는 깃털이었다

청와대 전 행정관 입에서 튀어나온  '민정수석실'

 

이털남 56회분 방송 ... 민정수석실서 검찰수사-법원 판결까지 조율?

 

  
민간인사찰

3월 21일 수요일에 전해드리는 '이털남'입니다. (☞바로가기 아이튠즈에서 이털남 듣기)

 

여러분, 어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기자회견 보셨는지요? 연신 격앙된 목소리로 호통을 치던데요.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뭐 싼 사람이 성을 낸다는 옛속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호 전 비서관의 기자회견은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그런데요.

 

첫째, 이영호 전 비서관 덕에 판이 커졌습니다. 그 사람이 격앙된 목소리로 호통을 치는 바람에 국민들 귀를 쫑긋 거리게 만들고 시선도 집중시켰으니까 판이 커진 셈이죠. 그런 점에서 이영호 전 비서관에게 고마움이라도 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둘째, 이번 사건을 자기 선에서 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윗선이 있다는 심증을 더욱 굳히게 만들었죠? 뭐 사실 이 점은 이영호 전 비서관이 아무리 끊으려 해도 끊어질 수 없는 점이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의 몸부림 덕분에 윗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더욱 증폭시켰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도 이영호 전 비서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하죠. 더 이상 대꾸하고 응수하면 입만 아프니까요. 이영호 전 비서관의 상식에서 일탈한 발언 하나하나에 반응할 필요는 없구요. 대신, 새로운 사실 한 가지를 추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이 끊으려 했던 바로 그 선과 관련된 것입니다.

 

검찰수사는 물론 법원판결까지 조율하려 한 민정수석실 

 

  
민간인 사찰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한 '윗선'으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외면한 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유성호
이영호

이영호 전 비서관이 어제 기자회견을 하면서 그토록 끊으려고 했던 선, 자신을 몸통이라고 지칭하면서, 청와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서 지키려 했던 선, 이 선과 관련된 사실 하나를 공개하겠습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민정수석실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는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공개할 내용은 바로 민정수석실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이미 밝혀진 바 있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증언과 최종석 전 행정관 녹취록 등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과의 조율 창구를 했다는 발언이 여러 차례 등장했죠. 이 뿐만이 아닙니다. 민정수석실의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용으로 5000만 원을 건넨 사실도 저희 '이털남'이 폭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저희 '이털남'이 확보한 녹음 파일을 보면 여러 경로를 통해 민정수석실이 다시 등장합니다. 민정수석실이 검찰 수사를 조율하는 창구 역할을 넘어 법원의 판결까지 조율을 시도하는 창구 역할을 한 게 분명히 드러납니다.

 

자, 우선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의 후임자였던 류충렬 전 공직복무관리관의 말부터 들어보시죠. 지난해 3월 16일, 그러니까 장진수 전 주무관 등에 대한 2심 판결을 한 달 정도 남겨놓은 시점에 장진수 전 주무관과 통화하면서 한 말입니다.

 

<1>

 

류충렬(이하 류): 3월 말에 끝날 수도 있고, 그런데 지금 굉장히 지금까지 전달받기로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기대해도 좋다' 벌금.

장진수(이하 장): 제가 오늘 변호사님하고 통화를 해보니까요. 다 끝난다는 얘기더라고요.

류: 끝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빨리 끝내자고 했데. 가능하면 끝내버리자. 진도 대충 끝나면 그냥 거기를 빼버리고 뭐 그렇게 다 마 좀 대충 분위기가 괜찮은 쪽으로 가게 대충 하나봐.

장: 최후진술을 준비 해야 되는 데 간단하게 그냥 '죄송한데 용서를 좀'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만 준비를 하라고 그렇게 해서 혹시나 얘기가 되시고 그런가 싶어서.

류: 그래. 하여튼 뭐 나쁘지 않은 쪽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니까 그 때가서 조율 돼서 하는 거니까 일단 내일은 뭐 그냥 하여튼 시켰든 어쨌든 '( ) 하다', 어쨌든 뭐 그렇다는 정도만 하고 아무 말 안 해도 되고 내일 뭐 설사 잘못된다 하더라도, 그럴 일 없겠지만. 하더라도 뭐, 끝난다 하더라도 나머지 또 방법이 있으니까. 그래. 하여튼 꿈이나 잘 꿔봐.

장: 예. 그래야 되겠습니다.

 

이 대화에는 민정수석실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류충렬 관리관이 "상당히 희망적이다. 기대해도 좋다. 벌금"이라고 말하면서 "전달받았다"고 말했는데요. 전달한 주체가 어디일까요?

 

류충렬 전 관리관은 이어서 "빨리 끝내자고 했데. 가능하면 끝내버리자, 대충 분위기가 괜찮은 쪽으로 가게 대충 하나봐"라고 말하고, 이어서 "하여튼 뭐 나쁘지 않은 쪽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니까 그때 가서 조율돼서 하는 거니까"라고 말합니다.

 

그 누군가가 조율을 했고, 그 조율 상황을 류충렬 관리관에게 전달했다는 얘기입니다.

 

다음날인 지난해 3월 17일, 최종석 전 행정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과 통화를 하는데, 여기서 의미심장한 말들이 여럿 나옵니다. 우선 첫 번째 대목부터 들어보시죠.

 

진경락이 증인으로 세우려 했던 청와대 수석들은 누구?

 

<2>

 

최종석(이하 최): 지금 내가 상황을 좀 알려줄게. 그 진경락 과장이 그간에 오늘 재판과정에서 인제 증인신청을 쭉 해가지고 뭐 청와대 수석들을 세우겠다 뭐 이렇게 난리를 쳤거든. 그 이유는 뭐냐면 본인은 억울하다.

장진수(이하 장): 예.

최: 그래 가지고 그런 부분들을 소명하지 않고서는 못 가겠다 뭐 이런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해가지고, 지금 재판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고 설득하고 있는 이런 상황인데.

장: 예.

최: 이걸 이렇게 해가지고 당신한테 득이 될게 또 뭐가 있으며 그렇다고 당신이 혐의를 벗을 수 있는것도 아니지 않느냐.

장: 예.

최: 이제 설득을 해서 어느 정도 설득이 되었는데, 막판에 지금 뭐라고 고집을 부리느냐 하면 장진수에 대해서는 증인신청을 하겠다는 이런 입장이야.

장: 예.

최: 그래가지고 내가 너한테 시켰냐 그게 아니지 않느냐. 이걸 묻겠다는 거야 그래가지고 이게 지금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장진수는 여태까지 본인도 그렇게 희생을 하고 참아왔는데 당신이 그렇게 하면 말이 되느냐 라고 해서 지금 다시 전화연결에 들어가서 지금 오전 중에 설득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

장: 예.

 

최종석 전 행정관은 재판을 받고 있던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이 자신은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며 장진수 전 주무관을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고 전하는데요.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한마디를 던집니다. "(진경락 전 과장이) 청와대 수석들을 (증인으로) 세우겠다 뭐 이렇게 난리를 쳤거든"이라고 말합니다.

 

이상하죠? 증거인멸 실상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던 진경락 전 과장은 왜 청와대 수석들을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을까요? 그가 증인으로 세우려 했던 청와대 수석들은 누구일까요?

진경락 전 과장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오늘의 주제에서는 한 발 비껴난 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밝혀져야 할 점만은 분명합니다. 아무튼 최종석 전 행정관은 이같은 소식을 전한 후에 이렇게 말합니다.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고백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의 소환조사에 앞서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장진수

<3>

 

최: 그런데 이제 그래놓고 우리 쪽 변호사님들이 판단을 해보니까 이제 이정도면 설득은 될 것 같은데, 만에 하나 설득이 안 된다 치더라도, 법정에서 이제 그러면 발언을 해서 장진수한테 내가 증인신청을 하겠다라고 하면 자기는 이제 증언 거부하는 걸로 그래버리면 간단하게 끝이 나는건데, 진(경락)의 의도는 지금 이런 것 같아. 그간에 변호사님들한테 했던 얘기가 어찌되었던 간에 나는 안 시켰고 이제 장진수는 나한테 시켰다고 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내가 증언을 신청해 놓으면 어찌 되었던 간에 나중에라도 재심 기회라도 있지 않느냐 이렇게 판단을 하는 모양이야.

장: 음 예.

최: 그래가지고 우리 쪽 판단은 뭐냐면, 어찌 되었건 간에 민정에서도 얘기도 그렇고 자네는 이제 최대한 벌금형 정도 그리고 진경락 정도는 일단은 집행유예상태로 만들어 내는 게 목표인데.

장: 예.

 

최종석 전 행정관은 분명히 말합니다. "어찌 되었던 간에 민정에서도 얘기도 그렇고 자네는 이제 최대한 벌금형 정도"라고요. 앞서 전해드렸던 류충렬 전 관리관의 전언과 일치합니다. 벌금형 조율을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얘기가 나온 곳이 바로 민정수석실이라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최종석 전 행정관은 다시 민정수석실을 거론합니다.

 

"민정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재판기록 검토가 다 끝났다"

 

<4>

 

최: 만에 하나 지금 분위기로는 설득이 될 것 같은데, 만에 하나 안 되더라도 그러면 법정에서, 현장에서 나는 장진수한테 증언을 서 줄 것을 요청한다라고 신청을 하게 될 것인데, 그때는 간단하게 거부권만 행사하면, 나는 증언하지 않겠다라고 해버리면, 그게 왜냐하면.

장: 무슨 말인가요 그게? ( )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

최: 지금 현재 얘기가 되기로는 어떻게 되었냐면, 민정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재판기록 검토 다 끝났고, 지금 이 사안으로 봐서는 그렇게까지 중한 사안이 아니고 우리 쪽이 원하는 대로 어느 정도 될 것은 같은데, 그렇게 하려다 보니까 문제는 뭐냐 오늘 중으로 이의 없으면.

장: 예

최: 오늘 중으로 결심을 하고 3월 중으로 선고를 해버리겠다라는 그렇게 지금 전달받고 있거든?

장: 예

최: 그러니까 그 전에 보석을 하느니 뭐니 이러면 괜히 세간에 논란만 불러일으키고 그러니까 오늘 각자 이견만 없으면 오늘 중으로 결심 해버리고 이견 없는 걸로 정리해서 이제 3월 2주 정도 후에 기일을...

장: 증인을(?) 하게 되면 그게 이제 그렇게 안 될 것 아닙니까? 기일을...

최: 다른 증언신청은 다 이제 안 하기로 설득 해가지고 정리가 되었는데 진경락 과장이 자기한테는 장진수는 증인으로 세우겠다 이 얘기거든. 근데 그거는 우리 쪽 변호사들 얘기가 그러면 장진수가 거부하면 된다 이거야.

장: 예.

최: 그러면 정리가 된다 이거야.

장: 예.

최: 그리고 또 하나는 참고로 알아둘만한 사항은 이인규 국장이 또 증인신청 하겠다고 뭐 어제 그랬던 모양이야.

장: 예.

최: 내가 봤을 땐 아마 왕충식 사무관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가지고 그것도 지금 재판부가 이러이러한 입장이고 이렇게 가는데 이렇게 가면 안 된다라고 변호사들이 또 들어가서 강훈 변호사님하고 들어가서 설득을 했거든?

장: 예

최: 그것도 정리가 된 걸로 알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 목표는 뭐냐면 오늘 중으로 오늘 재판에서는 다 이제 끝나고, 이의 없다.

장: 예

최: 이제 끝내고 3월 말에, 바로 2주 후에 재판부는 큰 부담 없는 상태에서 바로 선고를 해 버리겠다는 거거든.

장: 예.

 

  
청와대
ⓒ 권우성
청와대

다시 한번 전해드릴까요? 최종석 전 행정관의 말은 이렇습니다. "민정에서 나오는 얘기로는 재판기록 검토가 다 끝났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좁게 해석을 하더라도 민정수석실에서 재판 진행과정을 아주 세심하게 체크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왜 그랬을까요? 증거인멸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주도면밀하게, 꼼꼼히 재판 과정을 살피고, 나아가 조율을 시도했을까요? 민정수석실이 증거인멸 사건과 관련이 없었다고 한다면 왜 민정수석실은 재판을 체크하고 법원 기류를 들여다 봤을까요?

 

이것만이 아닙니다. 민정수석실 얘기는 그 다음날인 지난해 3월 18일 또 다시 나옵니다. 최종석 전 행정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과의 통화에서 또 다시 민정수석실을 거론합니다.

 

<5>

 

최: 그 때는 뭐 이래저래 해서 일부러 전화 안 했고. 욕봤다.

장: 무슨 말씀을. 저는 뭐 홀가분하고.

최: 얘기된 대로 다 일이 끝나야 될텐데 재판부하고. 그걸 바래 봐야 되고, 안 그래도 어제 민정쪽하고도 계속 모니터링 하고 그랬고.

장: 아 예.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좀 좋아야 되는데.

최: 어. 어제 이인규 국장이 증인신청한 건 알지?

장: 그렇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최: 그건 나한테 시그널을 어떻게 받았냐면 그건만 아니면 원래 3월 안으로 선고하고 끝내겠다 그렇게 당초에 얘기가 됐었는데 일단 범위에서 크게 안 벗어나고 이 국장님 증인 신청 건 때문에 일주일 연기 된 거라서 일단 재판부가 여태까지 이쪽으로 해왔던 얘기하고 어느 정도 분위기가 맞는거 같애.

장: 예.

최: 완전히 동떨어진 얘기나 분위기를 가져다가 그쪽을 못 짚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긴 한데 강훈 변호사님 쪽도 그렇고 민정 쪽에도 그렇고 최선을 다해야 된다, 지금 막바지에 재판부 설득 최대한 해줘야 된다라고 계속 주문하고 있거든.

장: 감사합니다.

 

민정수석실, 재판과정 주도면밀하게 모니터링

 

최종석 전 행정관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어제 민정쪽하고도 계속 모니터링 하고 그랬다"고요. 뭘 모니터링 한 걸까요? 누구와 모니터링 한 걸까요? 재판과정을 민정수석실과 함께 모니터링 했다는 얘기일까요?

 

또 하나 주목할 발언이 있었습니다. 최종석 전 행정관이 "재판부가 여태까지 이쪽으로 해왔던 얘기"라고 말한 겁니다. 여기서 말한 '이쪽'이 어디일까요? 민정수석실일까요? 아니면 변호사쪽일까요?

 

지금까지 세 건의 전화통화 내용을 들어봤는데요. 등장인물들의 발언을 그대로 해석하면 민정수석실이 주도해서 장진수 전 주무관의 형량이 벌금형이 되도록 조율을 시도했고, 법원의 재판 과정도 주도면밀하게 살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물론 장진수 전 주무관이 2심에서 1심과 똑같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점을 감안할 때 민정수석실이 실제로 법원과 형량을 놓고 조율을 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만에 하나 실제로 그런 시도를 했다면 검찰을 넘어 법원까지 쥐락펴락 했다는 얘기가 되니까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차라리 등장인물들의 발언이 허풍이었기를 바라는 마음까지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점이 있습니다. 민정수석실이 어떤 식으로든 움직였다는 점입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의 재판 과정, 그리고 법원의 움직임을 알아봤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왜였을까요? 민정수석실이 증거인멸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면 왜 그걸 살폈을까요? 이영호 전 비서관의 주장처럼 민정수석실이 아무 관련이 없다면 왜 그걸 살폈을까요?

 

이제 종합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민정수석실과 관련된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첫째, 최종석 전 행정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 파기를 지시하면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민정수석실과 얘기가 다 돼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둘째, 최종석 전 행정관의 또 다른 말입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증언했죠? 최종석 전 행정관이 자신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되면 가만 있지 않겠다고 민정수석실에 가서 고함을 쳤다고요.

 

셋째,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5000만 원을 건넨 사실도 있습니다.

그리고 넷째, 오늘 공개한 최종석 전 행정관과 류충렬 관리관의 전언이 있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주 금요일에 저희 '이털남'에 나와 제기한 의혹도 있습니다. 2010년 증거인멸 사건 수사가 진행될 때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이 노환균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상의한 끝에 대포폰을 덮기로 했다고요.

 

대통령실장까지 움직이게 한 몸통이 이영호 비서관?

 

이 정도의 의혹이 쏟아졌으면 청와대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증거인멸 사건, 나아가 진실 은폐 사건이 이영호-최종석 두 사람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저지른 범죄라고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이 사건은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입니다. 적어도 민정수석실이 고용노사비서관실에 버금갈 정도로 깊숙이 개입한 사건입니다.

 

이는 최소한의 판단입니다.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구속됐던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 가족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까지 추가하면 민정수석실을 넘어 청와대가 전방위적으로 사건과 연결돼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실을 은폐하는 과정, 그리고 사법처리 된 사람들을 무마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상식이 그렇습니다. 고용노사비서관실, 민정수석실, 나아가 대통령실장까지 움직일 정도라면 도대체 최종 몸통이 누구란 말입니까? 그 몸통이 이영호 전 비서관이겠습니까? 그런 주장을 믿으란 말입니까?

 

청와대가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건 타당하지 않습니다.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겁하기까지 합니다.

 

청와대는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청와대가 어느 정도 사건에 개입했는지, 누가 가담했는지, 그리고 최종 몸통이 누구인지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불길이 청와대까지 미칠 것을 염려해 노코멘트로 일관하는 것이라면 이는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4.11총선에 악재가 될까봐 입 닫고 있는 거라면 이 또한 어리석은 판단입니다.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습니다. 타의에 의해, 강제적으로 진실이 밝혀지면 청와대는 더 큰 화를 입게 됩니다.

 

지금이라도 마땅히 고해성사하고 석고대죄해야 합니다.

 

'자료 삭제' 묻지도 않은 검찰, 눈 감고 수사했나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 유리문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검찰 깃발이 비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청와대가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고백한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 유성호
검찰

이영호 전 비서관 얘기로 시작했으니까 마무리도 이 사람 얘기로 하겠습니다. 오늘 조간에 따르면 이영호 전 비서관이 실토한 게 하나 있습니다. 2010년 검찰 수사를 받을 때 "검찰이 자료 삭제에 대해 묻지도 않았다"면서 "나는 민간인 사찰 지시를 했느냐 안 했느냐 질문만 받았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영호 전 비서관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말이 뭘 뜻하는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검찰이 부실수사를 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감고 수사했다는 얘기입니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식으로 수사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 그들이 뒤져야 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2010년 당시의 검찰 수사팀입니다.

 

일선에서 직접 수사했던 검사들은 물론 이들을 지휘 감독했던 검찰 수뇌부까지 모두 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이 어떤 재수사 결과를 내놔도 국민은 믿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특검 요구만 더욱 거세질 겁니다.

 

청와대와 검찰, 성역을 두지 말고 샅샅이 털기 바랍니다. 그 길이 그나마 검찰의 위신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길입니다.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털남 김종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