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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집중포화 ... MB 임기말이 왔다

道雨 2012. 4. 26. 11:45

 

 

 

     검찰 집중포화 ... MB 임기말이 왔다

 

시중, 박영준, 이상득, 김인종 ... 로비 의혹, 불법사찰에 사저 문제까지

 

 

"무사하게 걸어 나가기 위한 전략이라고, 아주 역설적으로 얘기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웃음). 말하자면 내가 대통령을 무사하게 마치고 고개 들고 걸어 나가기 위한 전략이 그겁니다. 검찰이 내 손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나만이 아니고 내 주변 사람들이 전부다 방심을 하게 되고 그리고 어지간한 건 묻으려고 하고, 사고는 묻으면 묻을수록 크게 폭발하거든요."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9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취임 초기에 검찰과 긴장 관계를 만든 배경'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부림사건' 변호를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때부터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까지도 검찰과 갈등했고, 결국 검찰수사 와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반면 집권 이후 고려대-영남 편중 인사 등을 통해 검찰을 자기 뜻대로 움직여온 이명박 정권은 퇴임 8개월을 앞둔 현재 검찰의 집중포화 대상이 됐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을 비롯해 최측근 인사들이 여러 의혹 속에 검찰 수사 대상이 된 상황은 이 대통령이 임기말에 서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시중] MB는 알고 있었을까...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적용여부 주목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양재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최시중

 

검찰은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한 최 전 위원장에게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시기와 명목, 금액 등이 상당 부분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 전 위원장이 중학교 후배인 이아무개씨를 통해 ㈜파이시티 이아무개 대표의 돈을 받는 장면을 찍은 이씨 운전기사의 사진 2장도 유력한 증거물로 등장했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이 돈을 받은 뒤 권혁세 금융감독위원장 등에게 청탁전화를 한 정황도 확보했다.

 

고향 친구 이상득 의원의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에게 서울시장을 거쳐 대선에 도전하라고 권유했던 '멘토'가 수감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퇴임 직전인 2006년 5월에 파이시티에 대규모 점포 건설을 허용하는 시설변경 승인이 난 것도 확인됐다. 이번 사건이 이 대통령에게까지도 직접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 전 위원장은 또 "돈을 받아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경선 여론조사 등에 썼다"며 사건을 'MB 대선자금' 문제로 확대시켜, '떠오르는 태양 박근혜'도 버거운 이명박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었다. 검찰이 그에 대한 구속영장에 정치자금법 위반을 적용시킬 것인지 주목되는 이유다.

 

최 전 위원장은 이미 종편특혜, 정연주 전 KBS사장 퇴진 압력 등과 별개로 돈 문제와 관련해 여러 의혹에 휘말린 바 있다. '양아들'로 불리는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해외 체류)의 불법자금 수수의혹,  2009년 7월 미디어법 통과 직후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돈봉투 살포 의혹, 2008년 추석(9월 14일) 직전 당시 한나라당 친이계(이명박계) 의원 3명에게 3500만 원 제공의혹 등이 그것이다.

 

[박영준] 파이시티-민간인 사찰 건으로 자택 동시 압수수색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 유성호
 박영준

 

최 전 위원장이 검찰조사를 받은 25일 대검 중수부와 서울중앙지검은 동시에 'MB 청와대 왕비서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용산 자택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두 수사 부서가 동시에 한 곳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대검 중수부는 파이시티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은 민간인사찰 문제와 관련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박 전 차관은 민간인 사찰 문제와 관련해 출국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총리실 하드 디스크의 영구삭제를 지시하며 건넨 '대포폰'의 주인과 여러 차례 통화한 내역을 확인하고 출금조치했다고 한다.

 

검찰은 파이시티 건과 관련해서는 이아무개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2005년 이후 박 전 차관에게 수억 원을 전달해왔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계좌추적 등 물증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이 2007년에 '파이시티 사업이 어떻게 돼 가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다"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의 발언도 알려졌다.

 

박 전 차관은 두 사건에 대한 관련 의혹을 전면부인하고 있다. 이미 CNK 사건과 이국철 SLS 회장의 로비사건 등의 의혹을 피해갔던 그가 이번 사건도 비켜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상득] 보좌관 박배수, 또 청탁자금 의혹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 유성호
 이상득

 

검찰은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 관련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불법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돼 있는 그의 전 보좌관 박배수씨의 다른 혐의도 찾아냈다.

 

울산지검 특수부는 박씨에게 경남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을 건넨 혐의로 사업가 강아무개씨와 공범 1명에 대해 최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들을 찾고 있다. 강씨는 청탁 이후에 실제로 경남은행에서 200억 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개 의원 보좌관이 나서서 대출 받기에는 큰 거액이라는 점에서 이 의원이 그 배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이와 함께  영업정지된 프라임저축은행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4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 박배수씨가 대형로직스로부터 워크아웃 및 검찰수사 청탁명목으로 받은 불법자금 수사과정에서 나온 이른바 '장롱 7억 원'문제, 김학인(구속기소)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으로부터 공천헌금 2억 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김인종] 내곡동 사저, 김인종 전 경호처장 소환-시형씨 서면조사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 권우성
 이명박 내곡동 사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은 24일 검찰에 출두해 약 9시간 동안 조사 받았다. 내곡동 MB사저 건립부지 매입 의혹사건과 관련해서다. 검찰은 민주당이 고발한 사건의 피고발인 자격으로 부른 김 전 처장에 대해 청와대 경호처가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이 대통령의 퇴임후 사저 부지를 54억 원에 공동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형씨는 싸게 사는 대신 경호처가 추가 비용을 부담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조사했다.

 

이 문제로 퇴임한 이후인 지난해 <신동아> 12월호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 내외가 매입 전에 내곡동 사저 부지를 방문한 뒤 OK해서, 매입했다"고 밝혔던 김 전 처장은 검찰조사에서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시형씨에 대해서는 한 차례 서면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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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측근'들의 몰락 ... 그런데 왠지 찜찜하다

 

최시중이 만든 '방송사 친위대', 이건 어쩔건가

 

 

참으로 추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의 각종 비리와 도덕 마비 증세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검은 돈거래', 그리고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과 이재현 CJ 회장 사이에 있었다는 '엽기적인 강남 술판' 사건을 보면, 이 정도의 인물들에게 나라의 주요한 정책과 운명이 맡겨졌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참으로 추하고 지저분한 MB 측근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양재복합유통센터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인허가 청탁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대검찰청에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최시중

 

그런 가운데 최시중씨를 비롯한 이명박 권력이 심어놓은 방송사 친위세력들은 언론의 기본 기능이 거부되는 부끄러운 방송 현실을 타개하자며 저항하는 기자, 피디(PD), 아나운서들의 파업을 분쇄하기 위해 해직·정직·조직 파괴 등 온갖 강압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방송을 장악한 정권 친위세력들은 마치 자신들이 승리한 양 총선 뒤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그리고 방송의 비정상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의 새 권력은 지금의 방송조건이 정치적으로 절대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즐기고 있는 듯하다.

 

세상이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이렇게 추악하고 비정상적인 일들이 이처럼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까. 최시중씨의 '검은 돈거래' 사건을 보면 권력, 음모, 협박, 거짓, 배신, 거액의 검은돈 거래 등, 살인만 빼고는 범죄영화의 모든 요소들을 안고 있다.

 

최시중.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 지난 4년 이명박 정권 동안 방송을 완전하게 장악한 방송대통령. 나의 KBS 사장 해임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악연이 있었던 인물. 그가 거액의 현금 보따리를 건네받는 장면이 사진에 찍히고, 그 사진 때문에 2억 원이라는 거액을 입막음용으로 주었다니, 음험한 범죄영화 도입 부분의 한 장면으로 부족함이 없겠다.

 

그는 "돈을 받은 일 없다"는 말을 하루에 뒤집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도망갈 궁리, 마지막 발악 같은 모습이다. 한 때 무한권력자처럼 그렇게도 오만하고, 위압적이었던 모습 위로 추악한 모습이 포개진다.

 

곽승준-CJ 회장의 엽기적 술판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
ⓒ 남소연
 곽승준

 

최시중씨의 검은돈 사건 내용이 범죄 영화류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강남 룸살롱 술판 사건은 B급 성인영화 소재로나 제격일 정도로 저속하고, 파렴치하다. 

 

이 사건을 보면, 자살 사망한 장자연씨의 그 참혹했던 경험이 상류층 사회의 술판에서는 일상적인 것인 게 분명하다. 곽승준씨와 이재현 CJ 회장이 여성 연예인들과 벌인 술판의 하루 저녁 술값이 무려 수천만 원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 술판을 벌였던 때가 장자연씨가 소속 기획사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강요받고 이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적으로 크게 쟁점이 된 이후의 일이었다.

 

이 엽기적인 술판 내막은 경찰의 정보보고 문건에 자세하게 담겨 있다. "이 회장이 룸살롱에 곽 위원장을 대동하고 신인 연예인이 포함된 5~10여 명의 접대부를 동석시켜 술을 마셨다"는 내용도 있고, 그 자리에서 접대했던 연예인들이 경찰에서 그 내용을 진술하기도 했으며, 경찰에서 그런 내용을 진술했다고 룸살롱 업주는 "앞으로 연예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곽승준씨의 이러한 파렴치 행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보고가 되었으나, 그러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청와대는 이를 덮어버렸다는 것이다. 이게 엠비(MB) 정권의 도덕적 실체다.

 

이명박 정권 핵심들의 추악한 모습은 최시중, 곽승준 정도가 아니다. 이미 줄을 이어 터져 나왔다.

 

'영일대군' 이상득·'왕 비서관' 박영준... 줄줄이 '의혹'

 

'영일대군' '상왕' 등으로 불리어 온 이상득 의원도 지금 검찰 소환을 기다기는 신세가 되었다. 그의 보좌관인 박배수씨가 SLS그룹 구명 로비를 위해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었고, 뇌물로 받은 돈을 의원실 직원을 통해 자금세탁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상득 의원 여비서 이름으로 된 차명계좌에 들어있는 '의문의 7억 원'이 들통 났다.

 

이 의원은 자신의 장롱 속에 간직한 7억 원이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는데, 그즈음 인터넷에는 "그의 장롱이 얼마나 크기에 7억 원의 현금을 보관하고 있는가"라는 조롱의 글이 나돌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 의원은 삼화저축은행,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하여 구명 로비의 대상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부터 측근이었고, 이명박 정권 출범 뒤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으로 있을 때 주요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왕 비서관'이라고 불렸고,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에는 '왕 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도 이번 '최시중 검은돈 사건'에 함께 이름이 등장하고, 함께 돈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61억 원을 로비자금으로 최시중 박영준 등에게 건넸다고 주장해온 이아무개 전 파이시티 대표가 인허가 청탁 대가로 박영준 전 차관에게 중간 대리인을 통해 거액이 건너갔다는 주장도 나온다.

 

'왕 비서관' '왕 차관' 박영준 전 차관은 이번 건 말고도 불법 민간인 사찰과 증거 인멸,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CNK(씨앤케이인터내셔널) 주가조작 사건에도 주요 인물로 연루돼 있다. 그리고 검찰이 무혐의 처리했지만,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았다.

 

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은 청탁 명목으로 46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6월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핵심인 '6인회' 멤버였던 박희태 국회의장도 돈봉투 살포 사건으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회의장 비서실이 압수수색을 당한 치욕을 겪으면서 국회의장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청와대나 정부에 입성했던 이 대통령의 측근들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 사건 관련 억대 금품 수수 혐의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은 부산저축은행 로비명목으로 현금 7천만 원을 받고 특가법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었다.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2008년 '박연차 게이트' 당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특가법상 알선수재죄가 적용되어 실형을 선고받았다.

 

총선 뒤 강압 조치와 더욱 드세지는 방송 현장의 저항

 

 

이처럼 난장판이 되어버린 이 대통령 주변인데도, 그 권력이 심어놓은 방송 친위대와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 방송계에는 정권 친위대가 총선 뒤 더욱 힘을 얻은 듯 해직, 정직, 인사 조치, 조직 개편 등 강압 조치들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이에 저항하는 일선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형국이다.

 

  
 24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열린 MBC 조직개편 규탄 기자회견에서 연보흠 기자가 발언하고 있다.
ⓒ MBC 노동조합
 MBC 파업

 

KBS에서는 최경영 기자의 해임 이후 이에 분노한 간부 사원들이 보직을 사퇴하면서 파업에 동참했고, 입사 19~30년 경력의 고참 기자들도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새 노조의 아나운서 지회에서는 '해임되어야 할 자는 바로 김인규 사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으며, 기자협회, PD협회, 방송기술인협회 등 10개 협회도 최경영 기자의 해임 결정 취소를 촉구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최 기자 해임 결정이 촉발이 되어 저항의 불길이 사방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KBS의 팀장 보직 간부들 22명은 24일 최경영 기자의 해임에 항의해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동참했다. 이들은 '보직을 내려놓고 파업에 동참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동료들의 줄징계가 파업으로 이어지고, 선후배들이 길바닥에 나 앉은 지 50일을 넘긴 이 서글픈 상황"에 대해 "회사의 중간 간부로서 참담함과 더불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공영방송 KBS의 중간 간부 본연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이제부터 보직을 내려놓고 파업 중인 동료 선후배들과 뜻과 행동을 같이하려 한다"고 결의를 밝혔다.

 

같은 날, 입사 30년에서 19년까지의 고참 기자 37명도 "해고는 살인"이라며 회사의 최경영 기자 해임 조치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점차 파국으로 빠져들고 있다"면서 "더 이상의 파국을 막기 위해 모든 징계를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KBS 새노조의 아나운서 조합원들도 같은 날, '해임되어야 할 자는 김인규 사장이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회사를 떠날 사람은, 공영방송인으로 갖춰야 할 품위 유지를 위반한 사람은, 최경영 기자가 아니라 바로 김인규 사장 당신이라"고 지적하고, "우리는 김인규 사장 당신을 해임한다"고 밝혔다.

 

MBC에도 최근의 조직 개편에 대해 기자, PD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는 24일 이번 개편안은 "MB 방송 체제의 완성"이라고 비판했다.

 

MBC 조합원들은 이에 앞서 라디오 본부의 '국' 강등,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의 통폐합, 영상편집부의 편집3부 전환 등 지난 20일 기습적으로 이뤄진 조직 개편을 '막가파식 개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최시중씨의 몰락이 상징하는 이명박 정권의 붕괴에도, 그들이 방송사에 심어놓은 정권 친위대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새 권력도 정권 친위대와 지금의 방송조건이 필요한 터여서 아무 일 없는 듯 무시전략을 펴는 것 같다. 그런 가운데 방송도, 우리 사회도, 이 나라의 장래도 함께 망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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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득 트라우마’에 갇힌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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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새벽 무려 14시간 30분간의 마라톤 검찰조사를 받고 나서면서 "내가 아니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가 많은데 짐을 얹어준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했다. 파이시티 인허가관련, 뇌물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앞서 "대통령 머리도 복잡한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복잡한 머리'와 '해야 할 과제' 속에는 언제나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게 정치권의 통설이다. 최 전 위원장의 고백(?)마냥 가장 무거운 짐은 이 의원이다. 이 의원은 줄곧 청와대 주변을 따라 다니는 '살아있는 유령'으로 일종의 트라우마(trauma)로 통한다.

파이시티 브로커 이동률씨(구속)의 비망목엔 이 의원의 이름이 여러번에 걸쳐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망록에는 브로커 이씨가 지난 2007~2008년 최 전 위원장,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각각 수십여 차례 만난 것 외에도 이 의원과도 여러 차례 만난 사실이 일시, 장소와 함께 적혀 있다고 한다.

이씨의 비망록에 이름을 올린 주요 등장인물은 모두가 뗄레야 뗄 수 없는 '한 몸통'으로 통한다. 이 대통령과 최 전 위원장, 박 전 차장을 연결하는 고리에는 이 의원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최 전 위원장과는 대학 동기생이고, 박 전 차장은 11년간 이 의원의 보좌관으로 헌신(?)했다. 이들 3인방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주역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마침내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의원 이름마저 나왔으니..."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만약 이 의원이 '파이시티'라는 권력형 비리에 엮일 경우, 이 대통령은 레임덕을 넘어서 사실상 완전한 '뇌사상태'에 빠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김미현 서울마케팅리서치소장은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새누리당과 청와대라는)비등한 권력을 가진 두 집단간의 공존상태에서 이번 사건은 힘의 축이 한쪽으로 급속히 이동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 것 같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실 이 의원은 정권초기부터 구설수에 오르며 비난의 표적이 됐다. "모든 일은 형님 통하면 된다"는 의미로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렸다. '영일(포항) 대군' '상왕(上王)' 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는 친이계인 정두언 의원 등 55명 소장파 의원들이 이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항명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2009년 8월엔 정치 불개입을 선언하고 자원외교에만 전념한다며 세계 유랑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후에도 프라임저축은행 사태, SLS 정관계 로비,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 공천헌금 관련건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렸다. 이 와중에 최측근인 박배수 보좌관이 이국철 SLS 회장 등에게서 10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19대 총선 불출마 선언도 강요(?) 당하기도 했다. 검찰의 무거운 그림자가 이 의원의 주변을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친인척의 비리는 치명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의 친형 건평씨로 인해, 그리고 멀리는 김영삼 정부 당시 아들 현철씨, 김대중 정부는 홍걸ㆍ홍업씨로 인해 정권말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했다. 그 '무서운 악연'이 되풀이되는 불편한 진실 앞에 청와대는 또 다시 '무거운 침묵'에 빠져 들고 있다.

한석희기자/hanimomo@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