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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사기 협상’, 국민을 두 번 속였단 말인가

道雨 2012. 4. 27. 10:56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했는데, 미국 정부는 한국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한국 국민은 불안에 떠는 괴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그제 광우병 대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정보 요청과 검역 강화라는 어정쩡한 대책을 내놨다. 당장 미국의 농무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등의 나라를 거명하며 수입중단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 반면 국민은 정부가 4년 전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대국민 약속 광고를 주요 일간지 1면에 대대적으로 내더니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었느냐며 분노하고 있다.

정부는 수입중단이나 검역중단과 같은 조처를 취하지 않은 데 대해,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서둘러 조처를 취하면 통상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미국 정부가 광우병 발생 사실을 발표한 것보다 더 확실한 정보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 미국 정부가 지금 말하는 것을 보면, ‘충분한 정보’라는 게 광우병 발생 소가 한국이 수입하지 않고 있는 30살 이상이라는 점, 동물성 사료에 의한 발병이 아니라는 점, 육우가 아닌 젖소라는 점 등의 내용이 될 게 뻔하다. 정부의 정보 요청 및 검역 강화 방침은 미국의 일방적인 설명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간벌기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엔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자 즉각 수입을 중단했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5월 수입위생조건 추가협상을 통해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중단을 하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를 방송이 생중계하는 가운데 당당하게 발표한 사람이 바로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종훈(새누리당 소속 서울 강남을 국회의원 당선자)씨다. 이어 같은 해 9월엔 국회에서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해 광우병 발생 시 검역중단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당시 정부의 설명대로라면 검역이든 수입이든 당장 중단 조처를 취하는 게 맞다. ‘선 중단, 후 안전 확인’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건 미국과 ‘대국민 사기’ 협상을 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공개된 비밀 외교문서에 따르면, 미국의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2008년 5월 우리 정부의 대국민 광고에 대해 “광우병 발생 시 즉시 수입중단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데도 정부가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굴욕 협상-거짓 발표’를 했다면 국민을 두 번 속인 ‘나쁜 정부’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 2012. 4. 2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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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대국민 약속’ 팽개친 이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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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5월8일 정부 "광우병땐 수입중단"
다음날 미 항의받고 "공개반박 자제" 부탁
석달뒤 법 개정 '정부재량권' 교묘히 반영

"미측의 양해를 구한다. 총리 담화문에 대한 공개적인 반박은 자제해 달라."

                                                          (최석영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

"공개적인 대응은 하지 않겠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의 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            (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보)

 

 

 

 

 

2008년 5월8일 한승수 당시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고 정부가 일간지에 공고문을 낸 직후 최석영 공사(현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가 커틀러 대표보와 나눈 대화다.

26일 강기갑 통합진보당 의원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우리 외교통상부와 미국 국무부의 외교 전문을 종합해 보면, 최 공사는 미국 워싱턴에서 커틀러 대표보를 만나 한 총리가 담화문을 발표하게 된 국내 상황을 설명한 뒤 미국 쪽의 양해를 구하고 담화문에 대해 공개적 반박은 자제해주길 요청했다.

 

한 총리는 담화문에서 "광우병이 미국에서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보건복지부도 합동공고문을 발표하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광고를 8일치 주요 일간지에 냈다.

최 공사의 요청에 커틀러 대표보는 '미국 측으로서는 총리 담화문 문구는 수용 가능하지만, 농식품부와 복지부의 합동공고문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미국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 정부는 즉각적 조처를 하지 못하며, 과학적 근거 등 전제가 충족될 때만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미국 쪽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8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도 서울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즉각 수입 중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넣으면 안 되느냐"고 묻자, 버시바우 대사는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더라도 문제의 소가 쇠고기로 유통되지 않는다면 한국이 수입을 중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두 나라가 쇠고기 추가협상을 하고 5월19일 서한을 교환할 때도 커틀러 대표보는 최 공사를 불러 '광우병 발생 시 한국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는 것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국에) 전달돼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6월 보도자료를 내어 "광우병이 추가확인 될 경우 일단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조처 한다"고 명시했다. '미국과 한 약속'을 지키려고 '국민과 한 약속'을 저버리고는 거짓말까지 한 셈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네번째로 발생한 지난 25일 여인홍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이 "곧바로 검역을 중단할 경우 통상 마찰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좀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조처를 취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정부는 2008년 8월 가축전염병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추가 발생하면 긴급한 조처가 필요한 경우 수입 중단 등을 취할 수 있다'라고 정부 재량권을 넣는 방식으로 '미국과 한 약속'을 교묘하게 집어넣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2008년 정부 광고(공고문)도 같은 해 8월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관련법의 수위를 낮췄고, 광고문안이 짧아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측면도 있는 까닭에 정부가 약속을 위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은주 안창현 기자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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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쇠고기 '수입계속'은 매국 ... 국민에게 사기쳤다

 

'광우병 전문가',  우희종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자료사진).
ⓒ 유성호
 우희종

"매국적인 결정이다", "반민족적인 정부다","대국민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우희종(54)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가 이명박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24일 미국에서 광우병(BSE·소해면상뇌증)이 발생하자, 25일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2008년 약속을 뒤집고 '수입 계속' 결정을 내렸다.

 

광우병 전문가인 우희종 교수는 26일 오후 서울대 수의과대학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검역·수입 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은 것은 매국적인 결정"이라며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수입국의 수입 중단 조치는 국제 관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8년 미국과 협상을 하면서 명확한 수입 중단 권한을 얻어내지 못했지만, 촛불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즉각 수입 중단하겠다'고 거짓말했다"며 "수입 중단을 못하는 것은 그런 권한이 없기 때문으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고 지적했다.

 

우희종 교수는 "미국에서 발견된 비정형 광우병은 동물성 사료에 의해 감염되는 일반 광우병과 달리 위험하지 않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 "미국에서 매년 도축소의 0.1%만 광우병 검사가 이뤄진다, 나머지 소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존재할 수 있고, 일반 광우병과 똑같이 위험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촛불시민들의 저항으로 임시적이나마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어, 당장 큰 위험은 면했다"며 "당시 촛불시민들을 비판하며 반민족적인 행태를 보였고, 지금도 거짓말을 일삼는 이명박 정부는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고 수입 중단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우희종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금지하는 게 국제 관례"

 

-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 계속' 결정을 내렸다.

"매국적인 결정이다. 수출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광우병이 발생하지 않은 수입국의 수입 중단은 국제 관례다. 이를 비난하거나 반대하는 사례는 없다." (인터뷰 뒤 인도네시아가 이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한 사실이 전해졌다.)

 

-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은 수입을 중단하지 않았다.

"일본은 2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기 때문에, 큰 위험성이 없다. 캐나다는 광우병이 발생한 적이 있는 나라다. 하지만 우리는 촛불시민들의 저항으로 임시적으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 입장만 대변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 미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지 않은 나라에 "고맙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입 중단 관례에도 수입을 계속해주니, 당연히 고마울 수밖에 없다."

 

- 정부는 검역·수입 중단 대신, 물량의 10%까지 개봉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별 의미 없다. 개봉검사를 하는 행위는 광우병을 예방하는 것과 관련 없다. 광우병은 그렇게 해서 발견되는 게 아니다. 아무것도 안할 수 없으니까 뭐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것이다.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미국에서 4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된 가운데 26일 오후 광우병국민대책회의, 광우병위험감시국민행동, 한미FTA저지범국본은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산쇠고기 수입 및 유통 즉각 중단과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광우병쇠고기

 

"미국 도축 소의 0.1%만 광우병 검사... 안전하다는 말은 멍청한 소리"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6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소는 (우리나라가 수입하지 않는) 30개월 이상된 젖소고, 나이든 소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비정형 광우병이기 때문에 상황이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입 중단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우희종 교수는 "멍청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 정부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인가?

"미국에서 한 해 3400만 마리가 도축된다. 그 중에서 4만 마리에 대해서만 광우병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검사비율이 0.1%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검사하지 않은 소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또한 비정형 광우병도 일반 광우병과 감염력이 똑같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 정부는 미국의 사료 시스템이 안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강화된 사료 정책이 시행된 것은 2009년 10월의 일이다. 2년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광우병의 잠복기가 10년인 것을 감안하면, 새 사료 정책이 안전한지 알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미국과 2008년에 수입위생조건을 맺었다."

 

- 정부는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는 대신, 미국에 광우병 소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매국노적인 발언이다. 우리는 돈 주고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다. 정보를 얻을 때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미국 공무원이 할 말이다. 광우병 소가 발견된 나라의 쇠고기에 대해 우선 수입을 금지한 뒤에, 안전성이 확인되면 수입 중단 조치를 푸는 게 맞다. 국민이 모든 위험을 뒤집어쓰는 셈이다. 정부가 자기부정을 하고 있다."

 

-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정부라면, 국제 관례대로 수입 중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

 

"촛불시민 저항으로 위험 면해... MB 정부, 사죄해야"

 

  
 정부는 2008년 5월 8일치 <조선일보> <한겨레>를 비롯한 주요 일간신문에 광고를 내고 "미국에서 광우병 쇠고기가 발견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 자료사진
 광우병

 

26일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무조건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2008년 5월 8일 주요 일간지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낸 것과 관련, 박 대변인은 "광고 문구는 생략되고 축약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희종 교수는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당시 정부의 주장은 국민을 속이는 립서비스였다, 정부는 미국과 협상하면서 명확한 수입 중단 조항을 넣지 못했다"며 "수입 중단 권한이 없는데도 통상마찰 때문에 수입 중단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국민에게 사기를 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당시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세계무역기구(WTO) 동식물검역협정(SPS)에 따라 수입 중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부칙으로 삽입했다며 홍보했다.

"WTO 협정은 무역을 권장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수입 중단 조치를 하는 데 제약이 있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임을 수입국에서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을 조사할 권리가 없다. 참관만 할 수 있다. 미국이 발표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 보수 언론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다. (조선일보는 2008년 5월 8일 정부의 광고에 맞춰 1면에 "美서 광우병 발생하면 수입 중단"이라는 머리기사를 내보냈다.)

"조중동은 정부 입장을 비판하지 않고 종편 등과 관련한 이해관계 속에서 국민을 외면하고 정부 입장을 옹호했다. 최근 제가 <조선일보> 허위보도 관련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는 이들 언론이 사실이 아닌 특정 목적을 위해 기사를 썼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 관례에 따라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 또한 현지 조사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검역·수입 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

 

우희종 교수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촛불시위대의 저항으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큰 위험을 면했다"며 "당시 촛불시민을 비난하는 등 반민족적인 행태를 보였고, (지금은) 통상마찰 때문에 수입 중단을 하지 않는다고 거짓말하는 이명박 정부는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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