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존재 자체가 이런 권력형 비리 수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해두고자 한다. 권 장관이 2009년 8월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다룬 사건들이 지금 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당한 의혹들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대검 중수부가 수사중인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 사건에서도 다시 그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2010년 10월2일 배임과 횡령 등 혐의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의 수사를 받던 파이시티 대표 이정배씨가 최 전 위원장을 만나 억울함을 호소하자 곧바로 권 수석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결국 구속된 이씨는 이후 법원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검찰이 권 장관을 상대로 서면조사 등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 대목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이 수사중인 민간인 사찰 사건에서는 권 장관이 사실상 피의자로 조사받아야 할 처지다. 2010년 6월28일 <문화방송> ‘피디수첩’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을 보도한 직후부터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이 지원관실 직원들과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이 통화목록을 통해 밝혀졌다. 2011년 1월 장진수 전 주무관이 총리실 중앙징계위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람은 최종석 행정관”이라고 폭로하자 3개월 뒤인 4월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강비서관이 관봉된 5천만원짜리 뭉칫돈을 보냈다는 게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이다. 김진모 민정수석실 민정2비서관이 최 전 행정관이 보는 앞에서 검찰에 전화해 질책했다는 주장도 이미 나왔다. 당시 민정수석이던 권 장관만 이런 증거인멸과 은폐·축소 시도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앞서 에스엘에스그룹 로비 사건에서도 변호인이던 임채진 전 검찰총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고, 부산저축은행 사건에서도 로비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검찰이 아무리 수사를 열심히 해도 국민이 믿어주기 힘들다. 이 정도면 설사 대통령이 말린다 해도 후배 검사들과 검찰 조직을 위해서라도 깔끔하게 물러나는 게 법무장관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 2012. 4. 28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