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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광우병 파동’에 뭔가 말 좀 해보라

道雨 2012. 4. 28. 12:34

 

 

미국 광우병 사태 파동을 통해 이명박 정권의 무책임, 거짓말, 말 바꾸기, 발뺌하기 등 온갖 추한 모습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즉각적인 수입중단 조처를 취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2008년 당시 한승수 총리 담화문, 신문 광고 등을 통해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국민에게 백배사죄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거꾸로 국민을 꾸짖고 윽박지르는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미국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 약속 위반’ 문제에 대해 “총리 담화문을 제대로 읽어 보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처를 취한다고 했지 언제 즉각 수입중단을 한다고 했느냐”는 이야기다. 박 대변인의 이런 태도는 교묘한 약관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악덕 기업’을 그대로 빼닮았다. 소비자들한테 불리한 내용을 슬그머니 약관에 숨겨놓았다가 나중에 문제가 되면 “그때 잘 읽어보지 그랬느냐”고 오리발을 내미는 못된 수법을 정부가 앞장서서 써먹고 있는 것이다.

박 대변인은 심지어 정부의 거짓 광고에 대해 “광고 문구는 생략되고 압축되는 것”이라는 말을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했다. ‘허위과장 광고’임을 모르는 국민이 한심할 뿐 광고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뻔뻔스러운 태도다. 그는 심지어 “인터넷 괴담” 따위의 말을 들먹이며 “사실관계를 호도하지 말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이제 국민이 정부의 신문 광고 문제를 잘못 거론했다가는 ‘유언비어 유포죄’로 잡혀갈지도 모르는 상황이 돼버렸다.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 정부 관리들의 태도를 보면 이들이 한국 공무원인지 미국 공무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서 장관은 어제 “미국에서 보내온 답변서를 검토한 결과 검역중단 조처를 내릴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놓고 모든 것을 의심하며 조사하기보다는 ‘미국이 말했으니 만사 오케이’라는 태도다.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이었던 김종훈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역시 “젖소 한 마리에서 광우병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국민 건강권이 침해됐다고 보는 건 무리”라며 국민들의 호들갑을 나무랐다. 이런 무책임한 인물들에게 나라의 중대한 대외 협상과 국민 건강을 맡긴 정부가 이명박 정부요, 새누리당 정권이다.

이번 사태의 정점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이 대통령 자신이 2008년 5월13일 국무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총리 담화문 내용을 적극 수용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 대통령 본인이 알고서도 거짓말을 했다면 ‘거짓말 대통령’이요, 밑으로부터 잘못 보고를 받았다면 ‘무능 대통령’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침묵작전으로 빠져나가려 하지 말고 이번 사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중단 조처 없이 어물쩍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2012. 4. 28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