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사법주권 이어 공공정책마저 흔드는 한-미 FTA

道雨 2013. 2. 7. 11:32

 

 

 

사법주권 이어 공공정책마저 흔드는 한-미 FTA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이 2015년으로 연기된 가장 큰 이유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탓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자동차업계와 그 이해를 대변하는 일부 정부 부처와 국회의원에게만 책임을 돌린 것은 한갓 눈속임이었다.

한-미 에프티에이가 사법주권은 물론 입법주권까지 흔들어, 국가의 공공정책 수립 및 집행권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자동차의 배출가스 규모에 따른 차별을 2015년까지 ‘금지된 무역기술장벽’에 포함시켰다. 이는 대형차를 주로 생산해 판매하는 미국 업체들의 요청에 따라 미 정부가 추가협상에서 관철시킨 조항이었다.

 

배출가스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 혹은 부담금을 물리는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 제도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소관부처인 환경부는 지난해 11월에야 이 제도의 근거가 되는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심의중인 국회에 알렸고, 국회 환경노동위는 올해 하반기로 되어 있던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바꿔 처리했다.

이에 앞서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지난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법주권 침해의 우려가 현실화한 바 있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이 정부가 국가적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08년부터 추진했다. 2020년 국가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송부문 온실가스를 34% 감축하기로 했는데, 핵심적 정책수단이 바로 이 제도였다.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7%에 이르는데다 우리 소비자의 중대형 승용차 선호도가 높아 개선의 여지가 컸다. 게다가 유럽 등 선진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른 자동차 규제가 강화되는 현실에서, 이 제도가 우리 자동차업계에 기술 개발을 위한 채찍과 당근이 되리라 기대도 했다.

그런 제도가 한-미 에프티에이로 말미암아 표류하게 된 것이다.

 

협상이 졸속이었다면 대처라도 잘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눈뜬장님이나 다름없었다. 수입차협회가 보낸 공문을 받고서야 문제점을 알게 됐다.

 

지난해 8월 국회에 이 법안을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정부는 부처간 이견은 물론 대형차 판매 감소를 우려하는 우리 자동차업계까지도 모두 설득했다며 시행에 자신감을 보였다. 한-미 에프티에이 함정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국가 주권이 이렇게 위협받는다면 정부가 할 일은 하나다.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11월 국회가 먼저 비준하면, 발효 후 3개월 안에 미국 정부에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제 머뭇거려선 안 된다.

 

[ 2013. 2. 7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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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탄소차 지원정책, 한-미FTA가 발목잡았다

올 시행서 2015년으로 돌연 연기
알고보니 공문엔 “FTA 위반”
협정발효뒤 공공정책 첫 제동

 

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뒤, 처음으로 협정 탓에 공공정책이 제동 걸린 사례가 확인됐다.

 

6일 국회 회의록을 보면,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이 늦춰진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명시돼 있다. 윤종수 환경부 차관은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제도 시행 시기 연기를 요구하면서 “에프티에이에서 배출가스 유예를 해주는 게 있다. (중략) 여러 가지 차별을 두면 에프티에이 규정하고 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탄소 배출이 적은 차량을 구입할 때는 최대 300만원의 보조금을 주고, 많은 차량을 살 때는 최대 300만원의 부담금을 매겨, 온실가스를 줄이는 내용의 이 제도는 애초 올해 7월 시행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를 위해 1,515억원의 예산까지 책정했다가, 지난해 11월 돌연 기존 입장을 바꾸면서 시행 시기를 2015년으로 늦췄다.

당시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대신 국내 자동차 업계와 지식경제부의 반발을 이유로 들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 뒤, 협정 때문에 공공정책이 무산된 게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우체국보험의 한도 확대와, 굴착기의 신규 등록을 제한하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정책도 자유무역협정과 충돌한다는 지적에 따라 제동이 걸린 바 있지만 협정 발효 이전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지난해 8월 환경부 장관 앞으로 보낸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에 대한 의견’이라는 내부 문서에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무소속 박주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이 공문을 보면 “이 제도안은 미국-한국 에프티에이 협정을 위반하는 금지된 무역기술장벽이 될 수 있으며, 이런한 관점에 대해 미 당국도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한-미 에프티에이에 의거해 양 당사국이 합의한 의사록을 성급하고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이 제도안을 계속 고려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이 주장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내용은 2011년 재협상을 통해 합의된 것이다.

최근 이 재협상에 대해 존 아이켄베리 프린스턴대 정치외교학 교수 등 3명은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1·2월호에서 “한국이 안보를 위해서 자동차 등 핵심 조항을 양보했다”는 취지의 글(<한겨레> 2월6일치 14면)을 실은 바 있다.

두 나라는 재협상에서 자동차 연비 또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서는 ‘새 기술규정을 마련할 때는 비효과적이거나 부적절한 경우 도입할 수 없다’는 취지에 합의했다.

 

한편, 국회 법사위는 이달 말께 2015년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 등의 내용을 담은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