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좌익효수부터 징계하라

道雨 2013. 11. 4. 11:38

 

 

 

             좌익효수부터 징계하라

 

 

대기업에 다니는 직원이 어떤 사람의 어린 딸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언어 성폭력을 저질렀다면.

그뿐만 아니라 김여진·문근영 같은 여배우들을 상대로 성적 모욕과 호남 비하 발언, 광주 학살 찬양 등, 수천건의 쓰레기 같은 글을 썼다면 이 직원은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을까.

 

이 기업이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재판 결과 같은 법적 절차와는 별도로, 일단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논의할 것이다. 폭력적 언사를 일삼는 것으로 보아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므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라면?

더구나 국가안보의 핵심 기관인 국가정보원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상적인 나라라면 재판 결과와는 별도로 일단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논의할 것이다.

 

‘좌익효수’(좌익의 목을 베어 높은 곳에 매달아놓다)라는 살벌한 아이디로 인터넷에 3500건가량의 글을 쓴 국정원 직원 얘기다.

좌익효수가 한 사람인지, 아니면 여러 사람이 아이디를 공유하며 번갈아 글을 쓴 것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심리전단 소속은 아니라는 검찰발 언론 보도가 있었을 뿐이다.

 

좌익효수로부터 언어 성폭력을 당한 이경선(인터넷방송 진행자 ‘망치부인’)씨의 딸(12)은 자신에게 욕설을 퍼부은 사람이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지면이 더러워지므로 구체적인 욕설은 옮기지 않겠다.) 이씨는 최근 좌익효수와 국가를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소송을 냈다.

 

의지만 있다면 국정원이 좌익효수를 자체 처벌할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조직의 명예 실추, 품위 유지 의무 위반, 특히 국민의 행복과 화합에 복무해야 할 공무원이 인권을 침해하고 국민 분열을 선동했다는 점만으로도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반대로 행동했다.

처음엔 좌익효수 아이디 사용자가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전면 부인했을 뿐 아니라, 한발 더 나아가 “무책임한 거짓 주장과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했다.

이후 검찰 수사로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임이 확인되자, 국정원 대변인이라는 사람은 “검찰이 나한테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수사해보면 나오지 않겠느냐”고 발뺌했다고 한다.

 

반성과 징계는커녕 거짓말에 겁박까지 하는 걸 보면, 과연 정상적인 나라의 정보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선 개입 및 여론 조작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그동안 해온 거짓말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들은 그야말로 복장이 터질 지경이다. 국가 안보를 지키라고 보장해준 ‘비밀주의’ 뒤에 숨어 비열한 짓을 일삼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만약 국정원이 좌익효수 숨기기를 계속한다면, 국민들은 좌익효수가 조직적 비호 아래서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거나, 최소한 국정원 조직이 좌익효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두번째로 입을 열어 “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밝혀 나갈 것”이라고 조금이나마 진전된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는 검사들을 다 내쫓아놓고 무슨 법과 원칙 운운하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이제 와서 사법부 뒤에 숨는 건 비겁하다는 지적이다.

 

나는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시금석이 좌익효수 징계 여부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여직원 김하영씨의 인권을 걱정하던 감수성으로 이경선씨의 어린 딸이 겪고 있는 고통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재성 사회부 사건데스크 s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