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 꼼수'로 국정원 사건 덮으려 하는가
새누리당이 갑자기 지난 대선 기간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불법 선거운동을 문제 삼고 나섰다.
김태흠 원내대변인과 홍문종 사무총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연일 입을 모아 “전공노 소속 공무원들이 에스엔에스를 이용해 문재인 후보를 돕기 위한 무차별적인 선거운동을 했다”며, “검찰은 즉각 전공노의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라”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로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가기관은 물론이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혹시라도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지 않도록 엄중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 대목의 의미도 더욱 분명해졌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선거개입 문제에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니라, 전공노와 전교조 등 진보적 공무원·교사 단체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명확한 의지 표명이었던 셈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이런 주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 작전이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 국가기관이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빚은 국기문란과 민주주의 훼손 행위다.
설사 전공노 소속 몇몇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트위터 활동 등을 했다고 해도 이런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정치개입 행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공무원의 정치활동 문제를 두고는 학계 등에서도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인 정당 가입과 지지 활동 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여권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에 의지를 보이면서 전공노의 정치활동을 문제 삼는다면 또 모른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사사건건 검찰의 수사를 폄하·방해하고, 국정원 감싸기에 골몰해왔다. 전공노의 불법 선거운동 처벌을 말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더욱 실소를 자아내는 것은 지난해 10월20일 잠실경기장에서 열린 전공노 총회에 박근혜 후보도 심재철 의원을 특사로 보내 축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공무원 표를 얻기 위해 이른바 법외노조인 전공노에 축하사절까지 보내놓고 이제 와서 불법 선거운동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치졸하다.
검찰이 청와대의 뜻을 받들어 전공노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경우 그 의도는 너무나 뻔하다. 국민의 시선을 국정원 사건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고, 진보 성향의 공무원노조를 옥죄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국면 돌파를 위해 생각해낸 것이 고작 이런 꼼수라니 혀를 찰 노릇이다. 그런 얄팍한 술수 짜내기에만 골몰하니 시국이 더욱 난마처럼 얽혀만 가는 것이다.
[ 2013. 11. 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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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관 동원한 조직적 선거개입과 개인 정치표현 같다고 보는 건 비상식
공무원.교사 탄압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회원들이 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와 사무실 폐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전공노·전교조 거센 반발
민주노총 “정권차원 범죄은폐”
새누리당이 제기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선거개입 주장에 대해 해당 단체들은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개입을 호도하기 위한 물타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공식 논평도 내지 않았다.
김중남 전공노 위원장은 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가권력을 이용해 국정을 농단한 세력이 이제 말단 공무원들에게까지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이렇게 한다고 자신들의 불법적인 선거개입 정황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로 공무원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정권 차원의 잘못을 공무원 개인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전형적인 물타기인 만큼, 향후 진행 상황을 보고 공식적으로 대응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도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본다. 국가기관을 동원한 조직적 선거개입과 개인이 소극적으로 표명한 정치적 표현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본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교사들이나 공무원들은 시국선언 같은 최소한의 정치적 표현도 제약받는 상황에서 개인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 다는 것 자체까지 막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전교조는 조직 차원에서 선거개입을 지시한 적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전공노와 전교조가 속한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역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호회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권 차원에서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라고 본다. 단순 노조탄압을 넘어선 범죄행위 은폐에 가깝다. 정부가 공식 조직을 동원해 선거에 불법개입한 것을 개인 몇몇이 인터넷상 게시판에 글을 쓴 것으로 가리려고 한다면 모든 노동자들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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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전공노도 대선 개입" ...'물타기'도 모자라, '물귀신 작전'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과 문재인 의원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들을 이용해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스1 |
느닷없이 수사 촉구 공세…법무·행안부 장관도 맞장구
민주 “전형적인 여론 호도”…이번에도 청와대가 기획?
새누리당은 1일 ‘법외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공모해 불법 선거를 했다며 검찰 수사를 구하고 나섰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혐의가 있을 경우 조처를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이 전날“국가기관은 물론 공무원 단체나 개별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새누리당과 정부가 ‘전공노 대선개입 처벌론’을 제기하자, 정치권에선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이 저지른 대선 여론조작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조직적인 물타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현안브리핑을 통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측이 전공노 지지를 얻기 위해 정책협약을 맺고, 전공노소속 공무원들이 에스엔에스(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해 무차별적인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 선거중립을 지켜야 할 전공노 조합원 14만명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불법 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 등 일부 공무원의 대선개입 의혹은 불법 대선개입이라고 주장하면서 전공노 불법선거에 대한 (민주당의) 침묵은 후안무치, 이율배반적인 행태”라고 주장했다.
앞서 열린 새누리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원내부대표인 이완영 의원은 “전공노에 대해서도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확인감사에서도 새누리당 김진태·이주영 의원은 전공노를 거론하며 수사를 촉구했고,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수사 단초가 생기면 법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서는 황영철 의원이 “진상조사가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하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새누리당은 전공노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전공노와 문재인 후보 사이의 ‘정책협약서’ 등을 ‘조직적 불법선거’의 근거라고 주장했다.
전공노는 대선을 앞두고 공무원노조 설립, 공무원의 정치적 권리 등에 대한 정책질의를 모든 대선 후보들에게 보냈는데,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박근혜 후보와 ‘찬성’의견을 낸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전공노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전공노는 문재인 후보 말고도 통합진보당 이정희, 무소속 김소연·김순자 후보와도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새누리당은 최근 정부의 법외노조 결정으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탄압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까지 불법선거 물타기에 끌어들였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대통령 말씀은 전공노가 됐건, 전교조가 됐건, 국정원이 됐건, 사이버사령부가 됐건 어느 누구도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라고 했다.
이를 두고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들의 조직적 대선 개입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상황이 궁색해진 새누리당이 공무원 조직 전반을 야당을 위한 불법 선거운동 주체로 몰아가는 ‘물귀신 작전’을 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공노와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전형적인 정국호도용 물타기다.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국정원은 하지 말아야할 일을 한 것이고, 전공노는 노동조합으로서 정당과 정책협약을 맺은 것으로, 경우가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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