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4대강, 이제 큰빗이끼벌레도 못 산다
[현장] 4급수에 서식하는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장악... 손 대면 붉은 반점이
4대강 사업 이후 지난 2년간 금강 바닥을 장악했던 큰빗이끼벌레(아래 이끼벌레)가 사라지고 있다. 이끼벌레가 사라진 곳은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에게 잠식됐다. 수질이 최악으로 전락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2014년 존재를 드러낸 이끼벌레는 4대강 사업 만큼이나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하루에 관련기사가 100개 넘게 쏟아질 정도로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런데 불과 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유일 태형동물 전공자이자 이끼벌레의 이름을 붙인 서지은 우석대학교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끼벌레가 집단 서식하다가 한순간에 사라지면 수질이 4급수로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는 강
▲ 세종보 수자원공사 선착장 부표에서 떼어낸 큰빗이끼벌레. | |
ⓒ 김종술 |
▲ 세종보 수자원공사 선착장 부표에 큰빗이끼벌레가 붙어있다. | |
ⓒ 김종술 |
지난 7일, 8일 양일간 이끼벌레 조사를 위해 백제보, 공주보, 세종보 주변을 샅샅이 돌아봤다. 강바닥은 지난해보다 두꺼운 펄층이 쌓였다. 부유물이 떠다니는 강물은 탁도도 심했다. 이곳에서 죽은 물고기를 보는 일은 이제 일상이다.
반면에 공주 혈저천과 세종시 수자원공사 선착장, 마리너 선착장 등 3~4지점에서만 주먹 크기의 이끼벌레 몇 마리만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해 6월 24일 <오마이뉴스>는 금강 탐사에서 3m 50cm 크기의 이끼벌레를 공개했다. 그 때에 비하면 크기도, 마릿수도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
"야간에 운동하러 나오면 무슨 날벌레가 이리도 많은지 운동을 못하겠어요.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오면 부딪혀 죽은 날벌레 때문에 얼굴에 기름이 번들번들할 정도예요. 특히 가로등 주변은 아예 걷지 못할 정도고요."
세종시 첫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의 민원이다. 2~3급수에 서식하는 이끼벌레가 사라진 자리는 환경부 수생태오염지표종 4급수인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잠식했다. 이날 발견한 깔따구와 실지렁이는 진한 빨간색을 띠었다. 오염이 심한 곳에서 서식할수록 붉은색을 띤다.
▲ 공주보 상류 좌안 쌍신공원에 기자가 물속의 펄 흙 속에서 발견된 저서성 무척주동물인 붉은 깔따구. | |
ⓒ 김종술 |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된 장소는 부여군→부여대교, 고란사 건너편, 백제보 상류, 공주시→수상공연장, 쌍신공원, 백제큰다리, 공산성 건너편, 공주대교, 세종시→불티교, 대교천 합수부, 세종보 선착장, 마리너 선착장 등이다.
수서생태학을 전공한 박정호 박사는 지난 3일 4대강 재자연화 포럼강연에서 "저서성 무척주동물인 깔따구의 색을 통해서 오염상태를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깨끗한 물에 서식하면 노란색, 중간 오염원에서는 초록색, 심각한 오염원에서는 붉은색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수문만이라도 열어 달라"
▲ 공주보 상류 좌안 쌍신공원에 기자가 물속의 펄 흙을 퍼 올려 보았다. | |
ⓒ 김종술 |
깔따구가 서식하는 지점은 악취도 심하다. 시궁창에서나 풍기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주변은 저수지나 늪에서 서식하는 마름이 장악하고 있다. 강 바닥의 펄층을 만진 날에는 팔에서 붉은 반점이 나타났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공주 시민의 식수로 사용할 정도로 맑은 물이었다"라며 "4대강 사업 후 불과 4년 만에 이끼벌레도 서식하지 못할 정도로 썩어버렸다, 깔따구가 서식하는 4급수는 만지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선 수문부터 열어서 썩어있는 강의 숨통부터 터줘야 하는데, 수문은 꽁꽁 닫혀 있다"라며, "지금이라도 수문을 열고 재자연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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