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해 4월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되기 전까지 이 말을 하며, 대권에 도전할 것임을 밝히곤 했다.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최근까지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올무에 비교해 “곧 올무에서 풀려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8일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음에 따라, 경남도지사를 발판 삼아 대권에 도전하려던 그의 꿈은 꿈으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그를 향한 지역 여론도 악화되면서, 경남 도정 역시 급격히 레임덕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홍 지사에겐 2심과 3심 등 2번의 재판 기회가 남아있다. 하지만 유죄를 선고한 1심 결과를 뒤집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결과를 뒤집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더라도 대권 도전을 준비할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2018년 6월 말까지 남은 도지사직을 수행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도지사직 사퇴 압박이 강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홍 지사가 도지사직을 계속 수행하려면, 당장 주민소환투표부터 돌파해야만 한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홍 지사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는 서명 35만7801건을 받아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냈으며, 선관위는 현재 서명 유·무효 심사를 하고 있다.
유효 서명건수가 2015년 12월31일 기준 경남 전체 공직선거 유권자의 10%인 27만1032건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면,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다.
주민소환투표 실시 여부는 이달 말 결정될 예정이며, 투표가 실시된다면 투표일은 11월 말이 유력하다.
만약 홍 지사가 주민소환투표 실시 여부 결정 전에 지사직을 자진해서 사퇴한다면, 주민소환투표 관련 절차는 모두 중단된다. 하지만 홍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한다면, 경남도민들의 관심은 주민소환투표 실시 여부에 쏠릴 수밖에 없다.
주민소환투표 실시가 결정되면, 선관위는 홍 지사의 소명을 받아, 투표를 공표하게 된다. 공표일부터 투표일까지 20~30일간 홍 지사는 직무 정지된다.
주민소환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해야 효력을 갖는다. 따라서 3분의 1 이상 투표하고, 유효투표수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홍 지사는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홍 지사가 유죄 선고 이후에도 도지사직에서 버틴다면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주민소환투표와 상관없이, 홍 지사의 중도사퇴를 예상하고 경남도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경남지역 유력 정치인들의 행보도 빨라질 것이다.
홍 지사가 자진해서 사퇴하지 않더라도, 내년 3월5일 이전에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도지사직을 잃는다면, 내년 4월5일 도지사 재선거가 열리게 된다.
최상원 기자 csw@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