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청와대발 불가사의’의 연속, ‘꼼수’와 ‘우기기’로 깔아뭉개겠다는 건가

道雨 2016. 9. 29. 11:07

 

 

‘꼼수’와 ‘우기기’로 깔아뭉개겠다는 건가

 

 

 

 

박근혜 정권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이 한꺼풀씩 벗겨지고 있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할당해서 (모금)한 거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나오는 한 대기업 고위관계자의 증언이다.

 

이 녹취록 내용은 사실 크게 놀랄 만한 것도 아니다. 힘센 재벌들이 그처럼 일사불란하게 기금을 낸 것이 배후의 ‘보이지 않는 손’ 때문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논의를 해서 기금을 모았다”는 전경련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코웃음을 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녹취록 내용은 전경련의 허위 주장을 일거에 허물며, 안종범 수석이 기금 모금 과정의 핵심인물임을 폭로하는 중요한 증언이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해당 기업들도 진실을 밝힐 때가 됐다.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여기는가. 기어이 정상적인 기부라고 우기고 싶으면 기부 문제를 논의한 이사회 기록이라도 공개하면서 주장하는 것이 옳다.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이 타당한 절차와 과정을 생략한 채 이뤄졌다면 배임이나 횡령 등 민형사상 문제로 비화할 수 있음은 전경련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나마 타격을 줄이려면 지금이라도 한 점 거짓 없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녹취록이 공개된 뒤에도 청와대가 여전히 “일방적인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깔아뭉개는 것은 참으로 어이가 없다.

녹취록 내용은 ‘일방적인 의혹 제기’가 아니라 미르 재단에 돈을 낸 대기업 관계자가 육성으로 밝힌 ‘당사자의 구체적인 증언’이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외면’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과거 정권은 이런 사안이 터지면 최소한 당사자를 상대로 내부 진상조사라도 벌였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권은 진상조사 시늉조차 내지 않고 ‘안 수석이 아니라면 아니다’라며 막무가내로 우기고 있다.

 

인사혁신처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밑에서 일하던 특별감찰관보 등 특별감찰관실 별정직 6명에게 ‘자동퇴직’을 통보한 것은 더욱 치사한 꼼수다.

‘별정직 직원은 특별감찰관의 임기만료와 함께 퇴직한다’는 특별감찰관법 시행령을 근거로 내세우지만, 완전히 엉터리 법해석이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은 ‘임기만료’를 한 게 아니라 ‘중도하차’했다.

특별감찰관의 부재 시에는 특별감찰관보 등이 업무 공백을 임시로 메우도록 하는 게 상식인데 오히려 잘라버렸다.

 

이런 비상식적인 ‘인사만행’을 저지른 이유는 자명하다. 이 전 특감에 이어 이들도 국회 국정감사에 ‘기관증인’으로 참석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꼼수다.

우리 국민은 지금 염치도 상식도 없이 오직 꼼수 부리기에서만 달인의 경지에 오른 최악의 ‘막무가내 정권’과 마주하고 있다.

 

 

[ 2016. 9. 29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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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기업들에 나흘 시간주고 수십억 요구

 

 

백혜련 의원 문건 입수
기한 정해 출연금 납부 독촉 드러나…자발적 모금 해명과 달라
경제개혁연대, 23개 기업에 “10억 이상 낸 이유 밝히라” 공문

 

 


 

 

 

 

재단법인 미르와 케이(K)스포츠가 재단의 실질적 ‘주인’인 기업들에 불과 나흘의 시간을 준 채 출연금 납부를 독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만든 재단이라는 청와대와 전경련의 해명과 상충되는 대목이다.

 

<한겨레>가 28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재단법인 미르 설립 출연금 납부 관련’이란 제목의 2015년 11월23일치 문건을 보면, 미르는 불과 나흘 뒤인 27일까지 설립 출연금 납부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은 “문화융성의 뜻을 함께 하시어 재단법인 미르 설립을 위해 출연금 기부 약정에 감사드리며, 재단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아래와 같이 출연금 납부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어 계좌번호와 예금주가 기재돼 있다. 그 바로 아래 ‘2015년 11월27일’로 납부기한이 못박혀 있다. 겨우 나흘이란 말미를 주고서 수십억원을 요구한 것이다.

 

당시 미르 계좌엔 그해 11월20일 현재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이 25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신동근 더민주 의원실은 확인했다. 자금 사정에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돈을 낸 ‘재단의 주인’이라고 할 기업들에 ‘독촉장’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문건을 보낸 시점은 재단이 설립된 지 불과 한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케이스포츠 또한 출연을 약속한 기업들에 독촉장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제이티비시>(JTBC)가 이날 케이스포츠가 기업에 보낸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지난 1월13일 설립된 이 재단은 같은달 25일 기업들한테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재단 설립 전 약속한 출연금을 내라고 재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애초 재단에 출연 약정서를 쓰지 않았고 설립자도 아닌 포스코가 지난 4월 뒤늦게 케이스포츠에 19억원을 내기도 했다.

 

백혜련 의원은 “여러 정황에 비춰봤을 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출연했다는 걸 믿기 어렵다”며 “포스코의 출연을 봤을 때 드러나지 않은 더 많은 기업들이 두 재단에 돈을 낸 게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날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10억원 이상 출연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에 출연 이유와 이사회 처리 절차의 공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경제개혁연대가 공문을 보낸 대상은 삼성그룹 6곳(삼성전자·생명·화재·물산·에스원·제일기획), 현대차그룹 3곳(현대차·모비스·기아차), 에스케이(SK)그룹 3곳(에스케이하이닉스·종합화학·텔레콤), 엘지(LG)그룹 2곳(엘지화학·디스플레이), 롯데그룹 2곳(호텔롯데·롯데케미칼), 한화그룹 2곳(한화·생명), 포스코, 케이티(KT), 지에스(GS)칼텍스, 대한항공, 이원 등 23곳이다. 두 재단은 53개 기업에서 774억원의 출연금을 모았다.

 

김상조 소장은 “53개 기업의 공시를 검토한 결과, 이사회에서 의결한 기업도 있고, 이사회에 보고만 한 기업도 있고, 아무것도 안 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두 재단에 대한 기부는 정경유착이나 권력형 비리 문제로 국민적 의혹이 되고 있고, 배임·횡령 혐의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 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이유와 절차를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류이근 방준호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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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발 불가사의’의 연속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관련된 두 재단에 기업들이, 김영란법이 시행될 정도로 높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수백억원의 돈을 자발적으로 쾌척했다는 이 불가사의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이맘때쯤 이른바 ‘신정아 스캔들’이 정국을 강타했다. 30대 미혼의 잘나가던 여성 큐레이터로서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각광받던 신씨의 미국 예일대 학위 위조 문제에서 촉발된 이 사건은, 50대 후반의 기혼자인 당시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급속히 권력형 비리로 비화했다.

 

이 사건을 이 시점에 다시 꺼내는 것은, 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요즘 화제 만발인 케이스포츠, 미르재단에 대한 재벌 기업들의 자금 출연에 대한 청와대와 전경련의 반응과 해명, 변명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어서다.

 

당시 권력 실세인 변 실장의 청탁을 받고 12개 기업과 은행 등이 8억5천만원을 신씨가 근무하던 성곡미술관에 후원했는데, 이 중 상당 액수를 신씨가 착복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자금을 후원한 기업 관계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그때 상당액의 후원금을 냈던 한 기업 관계자의 회고다.

그는 회사를 대표해 검찰에 나가 수사를 받았는데, 검사가 “변 실장의 청탁을 받은 회장의 지시로 돈을 낸 것 아니냐”고 묻길래, 사전 연습해 둔 각본대로 “내가 신씨의 프레젠테이션을 직접 듣고 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겠다고 판단해 후원금을 냈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수사 검사가 “알았다”며 씽긋 웃더니 집에 돌아가 있으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서 나온 뒤 자신의 설명이 잘 통했다고 판단하고 의기양양해 회장에게 보고했더니, 회장이 “잘했다. 검찰 수사를 버텨내다니 대단하다”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며칠 뒤 변 실장이 직접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변 실장이 검찰에서 자신이 기업 수뇌부한테 부탁해 후원금을 내도록 한 사실을 털어놓음으로써 이 기업의 거짓 진술이 드러났고, 이 관계자는 회장을 대신해 다시 소환돼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그는 기업의 생리상 지금도 어느 기업이건 청와대 등 권력의 명확한 신호 없이, 수뇌부의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알아서’ 수천만원 이상의 돈을 내는 곳은 없다고 확언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케이스포츠, 미르재단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돈을 냈다고 말하는데, ‘소도 웃을 일’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이 부회장이 양심을 걸고 끝까지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9년 전의 신정아 후원금도 그럴진대,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가 관련된 두 재단에 기업들이, 김영란법이 시행될 정도로 높은 투명성이 요구되는 이 시대에, 신정아 후원금의 무려 100배 가까이 되는 돈을 자발적으로 쾌척한 이 불가사의를,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씨뿐 아니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도, 청와대 대변인은 연일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뚱딴지같은 소리를 되풀이하더니, 급기야 대통령은 아예 ‘비상시국에 사회 혼란을 가중시키는 비방·폭로 행위’라고 역공에 나섰다.

대통령 ‘심기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듯한 황교안 총리는 대통령 발언 이후 두 재단에 대한 의혹 제기를 ‘유언비어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문제는 이런 전방위 방어망에도 불구하고, 이런 불가사의가 해명되지 않는 한 ‘벌거숭이 임금님’의 우화는 확대 재생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르, 케이스포츠재단 출연 미스터리 말고도 요즘 불가사의한 일들이 너무도 많다.

검찰의 조사가 끝날 때까지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던 청와대가, 이 특감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로 하자, 갑자기 사표를 수리한 것은 무슨 꿍꿍이이며, 이 특감과 세트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직은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역시 불가사의의 백미는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전매특허인 비상시국 운운하며 그대로 눌러앉히겠다는 대통령의 아집과 독선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말마따나 지금이 안팎 양면의 비상시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불행한 것은 그 상당 부분이 대통령 자신으로부터 초래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모른다는 점이다.

뻔뻔함과 ‘무지의 무지’가 무섭고 무서울 뿐이다.

 

오태규 논설위원실장 oht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