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 고위 관계자는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해서 (모금)한 거다”라고 말했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엘지 등 4대 대기업을 비롯해 18개 그룹은 각각 지난해 10월과 올 1월 설립된 미르와 케이스포츠에 약 8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출연했다.
노 의원은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안종범 수석이 개입하지 않고서 대기업으로부터 800억원 모금이 가능했겠냐”며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다고 이야기하지만, 돈을 낸 대기업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승철 부회장의 역할을 ‘모금 창구’로 지목하면서 “안종범 수석과 이승철 부회장은 수시로 연락”하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는 녹취록에 등장하는 관계자의 신상 공개와 관련해 “당사자가 신변의 위협을 느껴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지금껏 청와대와 전경련은 두 재단의 모금 과정과 관련된 의혹 제기에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이라고 해명해왔다.
이에 앞서 <한겨레>는 “미르와 케이스포츠 설립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청와대 안종범 수석이 전경련과 기업체들에 출연을 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비위 첩보가 입수돼, 지난 7월 내사를 진행한 사실이 있다”고 대통령 직속인 이석수 특별감찰관실 한 관계자의 말을 따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 특감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면서 내사는 중단됐다.
재단의 모금 과정뿐만 아니라 운영에서도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 의원이 이날 공개한 또 다른 녹취록에 등장하는 미르재단 관계자는 “무슨 사업을 해야 된다고 여기저기에서 제안이 들어오고, 정부에서 도와준다니까 ‘이것도 하라’, ‘저것도 하라’고 사업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실제 미르재단의 사업들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의미가 큰 일”이라고 언급하고, 재단은 이후 대통령 해외순방에도 여러 차례 동행하는 등, 재단과 청와대의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류이근 엄지원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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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미르·K스포츠 국감’ 쟁점으로 떠오르다
“미르 이사장·사무총장·팀장 모두 차은택이 추천”
노웅래 의원, 재단 관계자 녹음 공개
“이사장님, 사무총장님, 각급 팀장들까지 (미르재단에) 전부 차은택 단장 추천으로 들어온 건 맞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 관계자의 녹음 내용을 공개하면서, 문화계의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47) 감독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르재단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만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어떤 경로로 차 감독이 이 재단에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밝혀야 할 부분이다.
손혜원 더민주 의원은 미르재단을 넘어 박근혜 정부 들어 정부·공공기관과 광고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차 감독의 영향력을 ‘차은택 게이트’로 규정하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겨레> 취재와 이날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발언을 종합하면, 미르재단 창립 때 이사 7명 가운데 이사장을 포함해 최소한 3명의 이사들이 차 감독과 관계가 있는 인물들이다.
김형수 전 이사장은 자신이 학장으로 있는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에 차 감독이 다니기 시작하며 스승과 제자 관계를 맺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이사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차 감독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라며 차 감독과의 인연으로 미르재단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했지만, 노 의원의 이날 녹음 공개로 이러한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미르재단 안에서 상임이사 역할을 맡았던 이한선 에이치에스(HS)애드 국장 역시 광고회사 담당자와 광고제작업체 대표 사이로 차 감독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인 장순각 전 이사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차 감독과) 예전부터 사적으로 알던 관계”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모두 최근 미르재단 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다. 1년 임기인 미르재단의 이사 7명 가운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이는 지난 7월 미르재단 문제가 언론을 통해 불거진 뒤 뒤늦게 선임된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뿐이다.
미르재단에 대한 언론의 문제 제기 이후 ‘차은택의 사람들’도 대폭 물갈이된 셈이다.
이날 손혜원 의원은 “차 감독은 2014년 갑자기 등장한 뒤, 문화계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그와 감독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스승과 제자 사이로 차 감독과 만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의 정부·공공기관장 임명 사례들을 언급했다.
지난해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발탁된 차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도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손 의원은 “(차 감독이)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을 문화 관련 부서에 넣고, (권력을 활용해) 광고업계의 시장질서까지 흔들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들어 막강해진 차 감독의 영향력을 ‘차은택 게이트’로 규정하기도 했다.
차 감독은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그가 기획한 행사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등장해, 문화계 최고 실력자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1급 고위공무원인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으로 발탁되며 이목을 끌었다.
활발한 행보를 보이던 차씨는 공직에서 물러난 지난 5월 이후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프리카픽쳐스 사무실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한겨레>는 미르재단 관련 의혹에 대한 차 감독의 해명을 듣기 위해 지난 한 달 동안 이메일과 메신저, 전화 등 여러 방법으로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방준호 엄지원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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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이석수와 손발 맞춘 특감실 직원들도 솎아냈다
국감에서 미르 내사 관련 답변자 사라져
청와대가 지난 23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수리한 뒤, 인사혁신처가 백방준 특별감찰관보 등 특별감찰관실 별정직 6명에게 자동퇴직을 통보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30일 특별감찰관실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미르재단 관련 안종범 수석 내사 사실 등을 제대로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다 사라지게 된다.
이들의 일괄 퇴직은 법무부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법무부가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은 임용 당시 특별감찰관의 임기만료와 함께 퇴직한다”는 특별감찰관법 시행령(3조 4항) 규정을 들어 인사혁신처에 이들의 퇴직을 요청한 것이다.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2018년 3월26일까지인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했는데, 법무부는 사직을 ‘임기 만료’로 보고 이 특별감찰관과 손발을 맞췄던 사람들을 모조리 솎아낸 것이다.
국정감사 과정에서 안종범 수석의 미르재단 모금 사건과 민정수석실과의 갈등 등이 공론화되지 않도록 손을 썼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번 국감을 집권당이 전면 거부하고 있고 이유는 다름아닌 미르·케이(K)스포츠 비리 의혹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판단을 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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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이어 특감실 전원 해직...증언 저지 목적"
더민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국감 증언 막으려는 꼼수"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감사 증언 의사를 밝힌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데 이어, 특별감찰관보 등 특감관실 별정직 6명에게도 자동퇴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져, 야당이 국감 증언을 막기 위한 꼼수라고 강력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특별감찰관들이 오는 30일 특감관실 국감때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의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연루 의혹에 대한 내사 사실을 증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수'를 친 게 아니냐는 것.
금태섭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인사혁신처가 특별감찰관보와 담당관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특별감찰관 사표가 수리됐으니 내일부터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금 의원은 "특별감찰관법 시행령을 보면, 특감 임기가 끝나면 특별감찰관보를 비롯한 담당관들도 사직하게 돼 있으나, 이석수 특감 사표 수리는 임기종료로 인한 게 아니다"라며 "특별감찰관법은 업무중단 방지를 위해 (특감) 임기 종료때도 특별감찰관보는 1개월 더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자동퇴직하면 특감관실엔 기능직만 남게 되는데, 운전 담당, 행정 담당하는 분들만 놓고 국감하라는 건지, 어떻게 이런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특감관실 내부에선 국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등이 얘기될 것 같아 이런 조치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모든 것을 지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박범계 의원도 "특별감찰관실이 들여다봤던 현 정부의 여러 의혹사건,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관련 예비감찰 내용을 국감장에서 말하지 못하게 하려는 꼼수"라고 질타했다.
나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