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경총 회장도 “기업 비틀어 돈 모았다”는데…

道雨 2016. 10. 11. 16:38

 

 

 

경총 회장도 “기업 비틀어 돈 모았다”는데…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이 미르재단 모금에 대해 “(정부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서 돈을 모았다”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미르와 케이(K)스포츠 모금이 얼마나 강압적이었는지 잘 보여주는 내용이다.

경총 회장이 그렇게 말하는데도 여전히 ‘기업들의 자발적 모금이었다’고 주장하는 정부와 전경련의 행태는 도대체 뭔지, 그 후안무치한 태도에 할 말이 없다.

 

박병원 경총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에서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을 새로 만드는데 포스코에서 30억원을 내겠다고 한다. 이미 (정부가) ‘미르’라는 재단법인을 만들었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 발목을 비틀어서 450억~460억을 내는 걸로 굴러가는 것 같다. (포스코) 이사회에서 부결시키면 안 된다고 해서 부결도 못 시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당시 한국문화예술위원과 포스코 사외이사를 겸하고 있었다.

 

이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의 해명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23일 미르재단 파문이 터지자 “미르와 케이스포츠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재단이다. 청와대 지시는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박 회장 발언을 보면 기업들 역시 미르 모금에 불만을 갖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포스코 사례에서 보듯이 강압적 분위기에서 모금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무 관련 없다’고 발뺌하는 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다.

 

사안의 본질은 좀더 분명해졌다.

포스코와 같은 대기업 이사회에서 경영진이 사외이사들에게 ‘이건 부결시키면 안 된다’고 호소할 정도로 강력한 외부의 힘이 무엇이었는지 그 실체를 가려내는 게 핵심이다.

그러려면 안종범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최순실·차은택씨 등 재단 설립과 모금에 개입했다고 알려진 이들을 국회로 불러내 진위를 따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중진인 정병국 의원조차 “문예진흥기금 모금에 관심도 없던 분들(기업들)이 어떻게 그런 거금을 모아서 또 다른 재단을 만들려고 했는지, 누가 봐도 자연스럽지 않다”며 증인 채택에 찬성하지 않는가.

 

이젠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은 “근거 없는 의혹”이라 일축해 버리는 철면피 같은 태도로는 한치도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지금이라도 깨닫기 바란다.


 

[ 2016. 10. 1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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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 ‘벼락 설립’, 리커창 방한 앞둔 대통령의 한마디 때문이었나

 

 

문예위 회의록으로 풀린 실타래

경총회장의 재단설립 배경발언
“리커창이 한?중간 문화예술 교류 활성화시키자는 이야기를 하면서…”

지난해 9월 박대통령-리커창 면담
양국간 2천억 문화펀드 조성키로, 다음날 박대통령 천안문 성루 올라

리커창 10월31일 방한 전후
박대통령, 재단 진행되고 있나 점검, 손놓고 있던 참모진, 3일만에 ‘뚝딱’
정작 리커창은 립서비스만 하고 가

 

 


 

 

 

‘미르재단’의 숱한 의혹 가운데 하나는 왜 그리 ‘숨넘어가듯이’ 재단 설립을 서둘렀는가이다. 미르는 늦어도 지난해 7월부터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별 진척이 없다가 그해 10월24~27일 딱 나흘 사이에 뚝딱 만들어졌다.

전경련이 긴급 사발통문을 돌렸고, 기업 임직원 50여명이 팔래스호텔에 모여 가짜서류에 도장을 찍느라 분주했으며, 문체부는 ‘출장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의문의 실타래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의 발언으로 풀리기 시작한다. 박 회장이 미르재단 설립 배경으로 “리커창이 한-중 간에 문화예술 교류를 활성화시키자는 얘기를 하면서 뭔가가 됐겠죠”라고 말한 것이다.

 

재계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한 청와대의 의중이 기업 쪽에 최초로 전달된 건 지난해 7월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이 청와대에서 점심을 먹은 날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이날 오찬 직후부터 대기업의 재무 쪽 임원들은 돈을 낼 준비에 들어간다.

 

대통령의 구상이 더욱 원대해진 건 두달 뒤인 9월2일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만나면서다. 두 사람은 “한·중을 하나의 문화공동시장으로 만들고 세계시장에 함께 진출하자”는 데 뜻을 같이한다. 그러고는 이를 위해 2000억원짜리 문화 관련 벤처펀드를 조성하기로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뜻이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는지는 알기 어려우나, 재계에서는 이 벤처펀드와 미르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성격의 펀드로는 역대 최대 규모이고 미르재단의 486억원보다는 4배 이상 되는 큰돈이다.

그리고 다음날 박 대통령은 천안문 성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한다. 미국의 따가운 눈총을 뚫고 감행한 것인 만큼, 전날의 약조는 반드시 지킬 것으로 믿었을 법하다. 두 정상의 약속을 성사시키기 위해 한·중 외교 실무진은 여러차례 만나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리커창이 10월31일 한국에 들어온다니, 박 대통령으로서는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게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번 지시 사항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죠?”라고 물은 게 10월20일 무렵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청와대 참모진은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다. 하기 싫어서인지, 잊고 있어서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대통령의 말로 인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건 그 이후의 상황이 증명한다.

 

이와 관련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금요일인 23일 청와대가 갑자기 대기업 주요 임원 몇 명을 불러서 재단 설립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지목한 대기업 주요 임원을 <한겨레>가 접촉해 보았으나 “그런 적이 없다”는 반응만 보였다. 23일 모임이 실제로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24~27일 군사작전 치르듯 재단이 설립된 데는 뭔가가 분명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이런 북새통을 떨었지만, 막상 서울을 찾은 리커창 총리는 ‘빈손’이었다. 2000억원짜리 펀드와 관련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그저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 확대의 중요성을 공감했다”는 ‘입에 발린 말’이 다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미르라는 그릇을 만들어놓으면 중국이 다 채워줄 것으로 청와대는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의겸 류이근 이정애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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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비트는 미르’ 성토를…“여담이라 삭제”했다는 문예위원장

 

 

 

국감서 회의록 누락 추궁
해당 부분만 삭제 취지 표시 없어
거액 낸 롯데 면세점 허가 특혜의혹도

 


국정감사가 종반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10일 국회 안팎의 국감장은 ‘미르재단 스캔들’로 들썩였다.

이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국감을 앞두고 국회에 과거 회의록을 제출하면서 미르재단과 관련한 대목 등을 일부 누락한 것(<한겨레> 10월10일치 1·5면)과 관련해, ‘회의록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잘려나간 문예위 회의록에는 “(청와대가)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미르재단이 굴러가고 있다”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성토가 담겨 있었다.

 

국감장에 나온 박명진 문예위원장은 회의록이 누락된 이유를 추궁하는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실무자들로부터 ‘여담이었고 안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삭제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회의록 초안이 작성되면 안건과 무관한 사담 등을 삭제한 뒤 공식 회의록을 작성하기에, 국회에 제출된 게 ‘원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오후에 이어진 국감에서 도 의원은 의원실에서 별도로 입수한 45쪽짜리 회의록과 문예위가 제출한 30쪽짜리 회의록을 비교하며 “제출된 회의록은 조작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정상적으로 내부 검토를 거쳐 발언이 삭제된 경우, 회의록에 삭제 시점과 취지 등이 적혀 있었지만 ‘미르 발언’이 삭제된 부분에는 어떤 표시도 없었다.

도 의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서류 제출 검증을 방해하면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으로 고발하도록 돼 있다”고 경고했다.

유성엽 교문위원장(국민의당)도 “허위 조작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것은 중대한 문제고 범죄행위”라며 “누가 허위보고를 했는지 꼭 확인해 설명하라”고 말했다.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명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자리에 앉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관세청을 상대로 한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는 미르재단에 뭉칫돈을 낸 기업이 면세점 신규 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태년 의원(더민주)은 “지난 3월31일 정부의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독점업체는 신규 허가 때 감점을 받도록 면세점 시장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6월3일 관세청의 신규사업자 공고에는 이런 내용이 빠지고, 롯데면세점이 추가로 신규 허가를 받았다”며 “롯데가 미르재단에 28억원을 낸 것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감에서 이용주 의원(국민의당)은 미르재단과 케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들을 언급하며 “두 재단의 설립 과정 등에 대해 감사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황찬현 감사원장은 “(과정이) 위법하다면 직무감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엄지원 이경미 정인환 기자 umki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