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측근) 비리

김영한 비망록에 나타난 청와대의 '민변 입 막기'

道雨 2016. 12. 8. 16:30




김영한 비망록에 나타난 청와대의 '민변 입 막기'




청와대, '인권 변호사 탄압' 발 벗고 나섰나




청와대는 인권 변호사를 그저 ‘눈엣가시’로만 여겼던 걸까.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검찰․법무부에 지시해 인권 변호사를 징계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이 주도한 ‘조작수사’ 피해자를 변론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청와대의 ‘변호사 길들이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이른바 '김영한 메모'의 2014년 9월 11일자 내용을 보면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메모내용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장

장경욱 변, 철저 고발건 조사 - 안타깝다 - 변 정지 - 법무부 징계권'



10월 26일 적힌 메모에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남긴 메모내용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변 변호사 징계 추진 현황 보고 요'


이 내용은 무슨 뜻일까.


우선 첫 메모가 작성된 상황은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김 전 수석에게 지시하는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 국회 국정조사와 언론보도 등은 ‘장’이라는 표현은 김기춘 전 실장의 말을 김영한 전 수석이 받아 적은 내용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두 번째 메모는 김 전 실장 지시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첫 메모내용 속 ‘장경욱 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장경욱 변호사를 말한다. 그는 국가가 벌인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변론 활동을 했다.

‘김영한 메모’가 적힌 시점, 장 변호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을 변호하고 있었다. 이는 국정원이 유우성씨를 “북한에 탈북자 정보를 줬다”면서 간첩으로 몰아 조작한 사건이다. 당시 장 변호사를 비롯한 변호인단은 국정원의 조작사실을 드러낸 상황이었다. 


유씨는 1심에 이어 2014년 4월 2심에서 간첩혐의에 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도 2015년 10월 유씨의 간첩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또 장 변호사는 당시 조작사건으로 지목된 ‘거짓말탐지기 회피약물 간첩’, ‘보위부 직파 간첩’과 관련한 사건의 변론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메모가 적힌 2014년 9월 이후부터 장 변호사를 비롯한 민변 소속 변호사들에게 징계 절차가 진행됐다.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11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민변 소속 변호사 7명의 징계 절차를 밟아달라고 신청했다. 

“민변 변호사들이 변론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일심회, 왕재산 등 각종 간첩사건에서 물의를 빚었다. …(중략)더 이상 방치하기엔 문제가 크다”


당시 민변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신청 사유를 설명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의 말이다. 검찰은 특히 장경욱․김인숙 변호사가 “피고인의 진술 거부를 종용했다”는 징계사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변호사에게 징계가 내려진 적은 과거에도 없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라는 변론활동이 어떻게 징계사유가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법무부의 ‘징계 집착’은 계속됐다.

2015년 1월 변협은 “장 변호사․김 변호사의 활동은 변호인의 정당한 변론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검찰의 징계 개시 신청을 기각했다. 검찰은 대한변협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변협은 그해 4월 또 기각했다. 


두 차례나 징계요청을 기각당한 검찰은 멈추지 않았다. 2015년 5월 법무부에 변협의 결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김영한 메모’ 속 ‘법무부-징계권’ 표현과 묘하게 겹치는 대목이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현재 총리)이 포함된 법무부 징계위원회는 해당 변호사들을 징계하지 않은 변협의 결정이 옳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2015년 7월 장경욱, 김인숙 변호사의 징계절차가 다시 개시됐다. 결국 두 변호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6년 6월“법무부 징계개시 결정은 무효”라고 판결 내렸다. 


이 사건의 당사자인 장경욱 변호사는 “김기춘 전 실장이 지시한 것이 맞다면, 직무권한을 넘어 권한을 남용한 것”이라면서 “업보는 역사적 관점에서 반드시 정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숙 변호사도 “청와대에서 변호사들을 길들이려고 했던 시도는 헌법 질서를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에서 인정된 진술거부권을 의뢰인한테 고지했단 이유로 징계를 청구한 것은, 국제연합(UN)에서도 지탄받은 무리수다”라며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징계시도를 추진한 쪽은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피하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회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에 12월7일 출석해,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 나오는 '장'이라는 글자에 "'장'이라고 기재돼 있다고 전부 제 지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부 측도 “청와대의 지시로 (징계개시가)이뤄진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 



박준용 기자 juneyong@sisaprs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