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대사·관세청 고위직..고영태, '崔 인사개입' 거침없이 폭로
"최순실과 유재경 미얀마 대사 만나 아그레망 얘기 나눴다" 증언
'관세청 인사 알아보라'는 최씨 지시 실토…상품권도 받아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지난해 여름 고영태(41)씨와 함께 유재경(58) 미얀마 대사를 만났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씨는 "2016년 8월 초순께 최씨와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 미얀마 무역진흥국 서울사무소 관장인 인호섭씨와 미얀마를 다녀왔다"며 "최씨와 함께 유 대사를 만났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최씨가 사람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해 역삼동 식당에서 이 본부장, 인씨와 함께 유 대사를 만나게 됐다"며 "그때 처음 만났다"고 밝혔다.
검찰이 "며칠 후 최씨와 유 대사 등 5명을 다시 만났는데 '아그레망을 보내주겠다', '아그레망을 보냈다'라는 말을 했는가"라고 묻자, 고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고씨는 "당시 아그레망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나중에 인씨에게 물어봤는데, 대사를 파견하기 전 상대국에 사전 인가를 받는 의미 등의 이야기를 해줬다"며 "(유 대사 임명이) 그땐 몰랐는데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최씨가 한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미얀마 케이타운 사업 추진과 관련해 알고 있는 것이 있는가"라고 묻자, 고씨는 "미얀마 정부에서 부지를 주고, 한국 정부가 자금을 출연해 진행하는 걸로 안다"며 "최씨와 인씨가 케이타운 설립을 추진했고, 미얀마 장관 등이 한국에 와서 안 전 수석 등 청와대 인사들과 회의했다고 인씨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어 "케이타운 사업 추진이 잘 됐냐"고 하자, 고씨는 "한국 정부 기관에서 타당성 조사를 했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진행되지 않은 걸로 안다"며 "(최씨가)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차후 발생하는 수익구조를 봤던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검찰이 "미얀마 사업과 관련해 현지 법인 지분을 고씨가 받기로 했는데 최씨가 가로챘다는 보도가 있다"고 하자, 고씨는 "사실무근이다. 미얀마에 다녀와서 바로 회사에 사직서를 냈기 때문에, 지분 관계는 그 뒤에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고씨는 최씨가 관세청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증언했다. 고씨는 "지난해 1월 인천본부세관장에 취임한 김대섭씨 인사도 최씨가 관여했다"며 "최씨가 2015년 12월 세관장에 앉을만한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고,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에게 김씨의 이력서를 받아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김씨에게 상품권을 받아 최씨에게 전달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고씨는 "류 전 부장, 김씨 등과 만났고 류 부장으로부터 상품권을 받아 최씨에게 전달했다"며 "류 부장에게 받을 때 김씨 쪽에서 줬다고 했다"고 답했다.
검찰이 또 "지난해 1월 관세청 고위 간부들이 국가비상사태 뒤에 술자리한 사실이 보도되자, 최씨가 관세청 차장과 인사국장에 추천할 적임자를 알아보라고 지시했지 않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자 고씨는 "그렇다.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문제 있다는 보도에, 그 자리에 누가 들어가면 되는지 알아보라고 했다"며 "관세청에 일하고 있던 인사를 통해 류 전 부장이 취합했고, 제가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후 고씨 등이 올린 보고서대로 실제 기재부 출신 인사 등이 관세청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강진아 나운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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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미얀마와 국가 간 협약에도 개입했다"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 통해 최씨가 지분 소유한 MITS 코리아 지원.. "80억원 상당 지원됐다"
최순실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과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 임명 과정에 개입한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최씨가 공공기관을 이용해 국가 간의 협약에도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지난해 7월 교통안전공단과 미얀마 상무부는 80억원 상당의 자동차 검사장비를 미얀마에 무상으로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는데, 이 무상원조는 결국 최씨가 미얀마 K타운 사업에 참여시켰던 ‘MITS 코리아’에 제공되는 구조였다. 최씨는 MITS 코리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지난해 7월4일 딴 민 미얀마 상무장관이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했다. 딴 민 장관은 이날 오후 청와대 무궁화실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경제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딴 민 상무장관은 미얀마 신정부 출범 후 공식 방한한 최초의 고위 인사”라며 “이날 접견을 통해 양국 간 경제협력 잠재력과 비전을 공유하는 기회가 됐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앞서 딴 민 장관은 교통안전공단의 상암자동차검사소를 방문해 자동차 검사 과정을 시찰했다. 딴 민 장관은 “교통안전공단이 보유한 우수한 자동차 검사기술을 활용해 미얀마로 수출되는 자동차 안전도 향상을 도모하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도 “공단의 자동차 검사기술을 활용해 미얀마로 수출되는 한국 중고차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고, 미얀마의 교통안전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교통안전공단, 미얀마와 무상원조 협약 체결
이때 딴 민 장관과 교통안전공단은 80억원 상당의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를 담당했던 김성연 교통안전공단 기획조정실 차장은 “미얀마 측에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으로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제안해 왔다”면서 “자동차검사소를 건설하고 장비를 넣고 관련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 등을 포함해 80억원 정도 규모였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MITS 코리아 대표인 인아무개씨도 참석했다. 인씨는 청와대에 들어가 딴 민 장관과 박 대통령이 접견하는 자리에도 함께했다. 인씨는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 참여 대가로 최순실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인물이다.
최씨의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팀은 최씨가 인씨에게 K타운 사업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으며, 인씨는 이에 대한 대가로 회사 지분의 15%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MITS 코리아 지분을 조카인 장시호씨 명의로 받았는데 2000만원 상당이다.
그러나 특검은 MITS 코리아가 K타운 사업에 참여해 미얀마 진출에 성공한 후 주식 상장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상장 후 주식 가치가 50배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고 10억원 상당의 금품이 건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검은 알선수재 혐의로 최씨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인씨가 운영하고 있는 MITS 코리아는 미얀마 상무부 산하의 정부검사기관인 MITS(Myanmar Inspection & Testing Services Ltd.)의 한국 지사다. MITS는 미얀마로 수출되는 특정 상품에 대해 상대국과 미얀마 간의 제반검사를 실시하는 부처로, 우리나라로 치면 관세청으로 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일본·싱가포르·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인씨가 2013년 5월 MITS 코리아를 설립했다.
한국에서 미얀마로 수출되는 모든 물품의 검사는 MITS 코리아의 책임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교통안전공단과 미얀마 상무부가 체결한 80억원 상당의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의 이익은 고스란히 MITS 코리아에 돌아가게 되는 구조”라고 밝혔다. 즉, 세금으로 이뤄진 공공기관의 자금이 최순실씨가 지분을 소유한 사기업에 제공되는 셈이다.
최씨는 MITS 코리아의 지분을 차명으로 대신 받은 장시호씨에게 “나랏돈이 들어간 주식으로 평생 먹고살 돈”이라며 “잘 보관해라”라고 말했다.
“무상원조, ODA 사업 차원에서 진행”
한국에서 미얀마로 수출되는 품목 중 MITS 코리아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상품 중에는 자동차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MITS 코리아는 지금까지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해 자동차 검사장비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씨가 받은 MITS 코리아의 지분은 상장이 성공했을 때를 가정한 것이다”면서 “미얀마 현지에서는 K타운으로 주식 가치를 높이려고 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자동차 검사장비를 무상으로 얻어 사업을 활성화하려고 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 협약이 “ODA 사업의 일환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통안전공단이 ODA 사업에 참여한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다.
이와 관련해 교통안전공단 김성연 차장은 “이번 협약은 교통안전공단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며, 지시가 내려온 것은 없다”고 밝혔다. ODA 사업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이외 42개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독자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전체 ODA 재원 안에서 코이카가 54%를 운영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무상원조 주관 및 시행기관에 포함돼 있지 않다.
미얀마로 수출되는 자동차의 규모도 크지 않다. 교통안전공단이 스스로 밝힌 것처럼, 미얀마는 연간 총 25만 대의 자동차를 수입하고 있는데, 그중 우리나라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5000여 대에 그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이 협약이 “실행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당시에 미얀마 측에서 먼저 무상원조를 제안해서 (강제력이 없는) 신사협정 차원에서 체결한 것이다. ODA 사업이기 때문에 코이카라든지 외부 기관의 위탁을 받아서 진행해야 한다”면서 “이후 코이카 측에서 정부 대표단을 구성해서 실사를 했는데, 타당성이 없다고 해서 사업을 접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이카는 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 검사장비 무상원조 협약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코이카 관계자는 공식 답변을 통해 “7월4일 미얀마 상무장관 방한 시 교통안전공단과의 자동차 검사시스템 관련 체결 여부는 코이카와 무관한 사항”이라면서 “코이카는 교통안전공단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지원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동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바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교통안전공단 측은 “어느 기관의 어느 부서인지는 잘 모르겠고, 정부 대표단이 (미얀마에) 넘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 대표단이기 때문에 우리(교통안전공단)한테 통보해 주지도 않았고, 나중에 확인해 보니까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을 알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교통안전공단의 해명과 달리 80억원의 무상원조가 실제 진행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MITS 내부 관계자는 “컨테이너에 실린 자동차 검사장비를 이미 받았다는 얘기를 인씨를 통해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될 점은 딴 민 장관의 방한 일정에 인씨가 모두 동행했다는 것이다. 인씨는 교통안전공단 협약식에도 참석했으며,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접견하는 자리에도 동석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인씨는 미얀마와 관계된 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에 불과하다”면서 “미얀마 장관과 대통령이 양국 간 경제협력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석할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순실 일가에 말을 판매해 온 독일의 말 중개업자가 “최순실의 초청을 받아 청와대에 들어가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다”고 증언한 보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중개업자는 “2013년 10월14일 저녁 8시 반쯤 최순실씨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갔다”면서 “박 대통령은 경호원이나 통역도 없이 혼자 들어왔고 20분가량 영어로 담소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로부터 당신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당신 승마장에 내가 탈 만한 경주마는 없느냐’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씨를 최씨에게 소개시켜 준 인물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인씨가 지인을 통해 고 전 이사를 소개받았고, 고 전 이사가 다시 인씨를 최씨에게 소개시켜 줬다는 것이다.
고 전 이사는 시사저널과의 전화통화에서 “인씨를 최씨에게 소개시켜줬다”면서 “커피 사업 때문에 만난 것이지, MITS 코리아와 관련된 일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검찰에서도 MITS 코리아와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알고 있는 내용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인씨를 알고 있다는 얘기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커피 사업에도 인씨 개입
고 전 이사가 말한 커피 사업에는 최씨가 깊숙이 관여돼 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미얀마에 ‘도키모스’라는 임시 법인을 만들어 커피 사업을 진행했는데, 인씨 역시 도키모스 주주다.
미얀마 현지 커피 사업은 K타운 프로젝트가 무산되면서 흐지부지됐다. 최씨는 미얀마 당국에서 회사 설립 허가를 받았지만 자본금을 내지 않았다.특검은 최씨와 인씨가 국내에서도 수차례 만나 커피 수입 방법과 프랜차이즈 사업 규모 등을 상세히 논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최씨는 국내에서도 ‘테스타로싸(Testa Rossa·빨간 머리)’라는 카페를 만들어 전국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대하려고 했다.
최씨의 미얀마 현지 방문에는 인씨를 비롯해 고씨 역시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K타운과 커피 사업을 위해 미얀마를 방문했다.
이 가운데는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 2본부장이 포함돼 있는데, 이 본부장은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으로 근무할 때 최씨의 부동산 매입을 도와주기도 한 핵심 측근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미얀마 방문 때 고영태씨 역시 함께 동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커피 사업도 최씨와 인씨가 동업을 했으며, 고씨가 두 사람을 이어준 인물”이라고 밝혔다.
최씨는 장시호씨 명의로 받기로 한 MITS 지분과 관련해 ‘대대손손 물려줄 자산’이라며, 각별히 관리할 것을 장씨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장씨에게 MITS 지분을 직접 공증을 해 두라 지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가 MITS 코리아를 위해 공공기관을 움직여 국가 간 협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특검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되고 있다.
조해수·조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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