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1번어뢰와 딸려 온 철사와 ‘금속밴드’ 정체는
[항소심공판] 어뢰축에 묻은 녹자국과 밴드 형태 유사, 축간격도 줄여…“어뢰와 같이 발견될 이유 없어” “모르겠다”
(미디어오늘 / 조현호 기자 / 2017-05-29)
7년째 이어지고 있는 천안함 재판에서 이른바 ‘1번 어뢰’와 함께 딸려 온 금속 밴드(클립밴드)의 실체를 두고 논란을 빚었다.
어뢰추진체의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사이의 축에 뚜렷이 남아있는 녹의 형태와 딸려나온 밴드의 형태가 거의 유사한 점도 의문을 낳고 있다.
더구나 최초 발견 직후 촬영했다는 동영상(검찰 제출)에는 추진후부와 프로펠러의 축 간격이 커 녹의 형태가 보이지만, 언론에 공개한 후엔 이 간격이 상당부분 줄어들기도 했다.
지난 18일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서프라이즈 대표)의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피고인 측은 1번 어뢰 수거직후 촬영 동영상을 상영했다. 이날 상영한 동영상은 이 사건 1심 재판 당시 검찰이 국방부로부터 확보해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이른바 1번어뢰를 건져올렸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이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권영대 당시 UDT 대대장(인천해역 방어사령부 27전대장-해군대령)을 상대로, 동영상에 등장하는 어뢰추진체와 엉켜붙어있는 철사뭉치, 그 옆에 딸려올라온 금속 밴드(피고인 측은 ‘클립밴드’라 호칭)의 실체에 대해 신문했다.
철사뭉치가 단순히 걸려있는 것이 아니라 어뢰에 칭칭 감겨져 있는 모습이 이상하지 않았느냐는 신문에, 권영대 전대장은 “다른 것과 워낙 많이 섞여왔다”며 “오물과 어망들 이런 게 다 올라왔기 때문에. 같이 섞여있었다”고 답했다.
특히 어뢰추진체의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사이의 축에 나 있는 녹의 자국이 옆에 딸려나온 ‘클립밴드’의 자국과 같아 보이는데, 이를 확인했느냐는 이강훈 변호사의 신문에 권 전대장은 “못봤다”고 말했다. 그는 “잡다한 것이 같이 올라온 것이니, 이것저것 많이 올라왔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클립밴드도 같이 딸려온 것이냐’고 묻자 권 전대장은 “모르겠다”고 했다.
이를 듣던 피고인 신상철 전 위원은 “어뢰 샤프트의 모습을 보면, 결국 어뢰가 어디선가 클립밴드에 묶인 채 이동해온 것으로 보이고, 그런데 이를 제거하지 않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며 “클립밴드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 클립밴드가 버젓이 옆에 있다. 또한 모터와 어뢰추진체 옆에는 굉장히 긴 나일론(붉은) 줄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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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5월15일 오전 쌍끌이어선이 수거해 올렸다는 이른바 1번어뢰 수거직후 동영상.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사이의 축에 남아있는 녹의 모양이 무언가에 감겼던 흔적처럼 보인다. 사진=검찰의 법원제출 동영상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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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추진체 수거직후 동영상에 보이는 금속 클립밴드(붉게 표시한 부분)로 추정되는 수거물. 사진=검찰 제출 어뢰 동영상 갈무리 |
권 전대장은 “올라와서 (어뢰를) 꺼내는 장면을 봤다”며 “저 뿐만 아니라 작업한 사람들 다 같이 봤다”면서도 철사뭉치와 금속 클립밴드, 붉은 나일론 줄 등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진술했다.
‘클립밴드 자국 같으냐’, ‘지금 와서 볼 때도 어떠냐’는 재판장의 질문에도, 권 전대장은 “모르겠다. 관심있게 안봐서”라며, “클립밴드라는 것은 전문성 없어서 모르겠고, 식별된 것은 과학수사분과에서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날 어뢰추진체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사이의 축 간격이, 동영상에서와 달리 추후에 줄어든 사실도 지적됐다.
신상철 전 위원은 법정에서 “(어뢰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가운데 클립밴드 부분은 지금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2010년 5월 20일 발표할 때는 간격이 조정됐다. (녹 부분이) 보이지 않게 좁힌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신 전 위원의 주장대로 합조단이 간격을 인위적으로 줄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간격이 줄어든 정황증거는 곳곳에 있다.
검찰 제출 어뢰 수거직후 동영상에서 보이는 어뢰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사이의 축 간격과, 지난 2010년 5월20일 촬영된 어뢰 사진, 그해 10월 촬영된 사진, 5년 뒤인 2015년 10월26일 1심 재판부의 어뢰증거조사 때 촬영된 사진에서의 간격은 육안으로 봐도 다소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2년 전인 2015년 10월 1심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이 모두 현장에서 공동검증한 어뢰를 촬영한 모습을 보면, 인양했을 때 축의 간격에 비해 크게 좁혀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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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0월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 재판부와 검사측, 변호인단이 함께 어뢰 증거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촬영한 어뢰추진체.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사이의 축 간격이 5년전 촬영된 동영상에서의 간격보다 많이 좁혀져있다. 사진=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 |
이강훈 변호사는 “동영상을 보면, 당시 어뢰추진체 옆의 클립밴드는 구부러진채 어뢰추진체와 얽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쌍끌이어선에서 합조단 본부로) 어뢰추진체를 이동시키기 위해 클립밴드를 장착을 했다고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함께 인양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며, “합조단이 어뢰추진체를 모포에 싸서 줄로 감아 이동을 시킨 것을 보면, (쌍끌이어선에서 합조단 본부로) 옮길 목적으로 클립밴드가 어뢰추진체와 같이 있어야할 이유도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저런 클립밴드가 어뢰 옆에 가까이 붙어서 어떻게 함께 인양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혹시 저런 밴드를 봤다면 (본부로의) 이동목적으로 가져온 것은 아니죠’라는 이 변호사의 신문에 권 전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클립밴드가 어뢰와 딸려 올라왔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권 전대장은 “예”라고 답했다.
이어진 검찰 반대신문에 권 전대장은 몰래 어뢰를 사고해역에 빠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늘 이전에 클립밴드라는 것을 들어봤느냐’는 검찰 신문에, 권 전대장은 “못들어봤다. 오늘 처음 듣는다”고 주장했다.
‘평소 군에서 어뢰를 옮길 때는 뭘 이용하는지’에 대해, 권 전대장은 “클립밴드라기 보다 요즘은 화물차에서 포장을 하는 나이론 밴드(를 쓴다)”며 “통상 어뢰나 유도탄을 그런 걸로 잡아서 올리지, 클립밴드로 묶는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어뢰를 바다속에 빠뜨렸다고 할 만큼 현장 상황이 접근이 가능한 환경이었느냐’는 검찰 신문에, 권 전대장은 “(사고해역이) 그렇게 넓은 구역이 아니다”라며 “이동하는 것이 식별이 되는 상태고, 그런(빠뜨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신상철 전 위원은 “철사줄이 그냥 걸쳐 있으면 이해가 가겠지만, 감겨있다”며 “감겨 있으면, 폭발력에 의해 (철사줄이) 날아와서 뚫고 들어와야 한다. 이 동영상을 토대로 어뢰의 진실성에 대해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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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 지난 2010년 5월20일 천안함 침몰원인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제시한 이른바 1번어뢰. 뒷부분의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사이의 간격이 동영상에서의 간격에 비해 좁아보인다. 사진=이치열 기자 |
출처: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7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