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공작, 그럴 수도 있다고요?
[주장] '썰전' 박형준 교수 발언은 국정원 댓글공작에 대한 '무지'
▲ 'JTBC 썰전' 중 한 장면. | |
ⓒ JTBC |
"전체적인 과정을 추정해보면 이렇습니다. 우선 북한과 국내 종북 세력들이 특히 광우병 사태라든지 천안함사건 제주 강정기지 이런 데에 댓글을 활용해서 대남 심리전을 강화하고, 그러니까 대응 심리전을 강화해야 된다, 이런 논리는 국정원 내에서도 있을 수 있다고 봐요.
대응을 하는 댓글부대를 많이 늘렸는데 그게 자연스럽게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국책사업을 비호하다 보면 댓글 공간이 싸움의 공간이니까 그게 이제 경계가 모호해지는 측면이 있어서 이쪽에는 소위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굉장히 모호한 선상에 서게 된 거죠. 이런 걸 명확히 관리하고 엄격하게 통제해야 될 책임이 당시 국정원 간부뿐만 아니라 원세훈 원장한테도 있었던 건데."
지난 7일 방영된 'JTBC 썰전'에서 이명박 정부의 댓글공작에 대한 꼭지가 있었는데, 거기서 박형준 교수가 내놓은 말이 내 귀를 의심케 했다. 사전에 준비를 해온 자료를 읽으며 말한 것으로 보아 박 교수가 엉겁결에 한 말은 아닌 듯하다.
박 교수 말의 요지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① 댓글공작 그 자체에는 잘못된 것이 없다. ②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한 대응책으로 댓글공작은 국정원의 정당한 활동일 수 있다. ③ 국정원의 잘못은 대북 심리 대응과 정치 개입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최초의 취지와 달리 댓글공작을 정치 개입에 활용한 데 있다. ④ 그러나 대북 심리 대응과 정치 개입 사이의 경계가 애매한 만큼 국정원 나름의 고충도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
박형준 교수가 알아야 할 '댓글공작'의 본질
인터넷이 여론 형성을 위한 공론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다음 아고라의 게시글이나 뉴스 댓글을 쓰는 이들이 자신의 소신이나 신념을 자유롭게 글로 표현한다는 가정이 필수적이다. 그런 가정 없이는 토론도 숙의도 공론도 다 공염불이다.
박 교수의 말대로 인터넷이 여론의 전쟁터라 하더라도, 게시글을 작성하는 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소신에 따라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은 그 전쟁의 기본 규칙이다.
그런데 댓글공작은 바로 이 규칙을 파괴했다. 알바비와 함께 이명박·박근혜를 옹호하라는 지령을 받는 댓글 알바는 표현의 자유를 갖는 자유로운 시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 알바가 게시글을 작성하는 목적은 애초 타인과의 대화나 토론이 아니다. 그들의 게시물은 인터넷을 떠도는 '좀비' 같은 단어들의 나열일 뿐이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를 갖는 자유로운 시민들이 게시글을 통해 여론을 형성해야 할 공간에, 표현의 자유가 없는 댓글 알바들이 좀비 게시글을 생산했던 것이다.
댓글 알바들이 국정원의 지령에 따라 아무런 생각 없이 좀비처럼 게시글을 작성하면서도, 마치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이나 신념을 표현하는 것처럼 인터넷 토론 공동체를 집단적으로 기만했다는 것이다.
댓글공작 자체로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무슨 소리인가
▲ 진보연대, 평화재향군인회, 민권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2013년 10월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앞에서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선거개입 규탄 및 특검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
ⓒ 권우성 |
이런 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조작하기 위해 책을 대량으로 사재기하는 출판업자는 잠재적 도서구매자들을 집단적으로 기만하는 것이고, 그런 이유에서 그것은 부도덕한 여론 조작이다.
그런데 댓글공작은 베스트셀러 목록 조작이나 음원 순위 조작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악질적이다.
이런 추악한 범죄인 댓글공작이 그 활동 자체만으로는 별 잘못이 없는 것인양 말하는 박 교수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국민을 기만한 댓글공작은 정당화될 수 없다
▲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 |
ⓒ 연합뉴스 |
어떤 책이 양질의 책이라는 사실이 그 책을 사재기해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출판업자의 조작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아무리 그 책이 동서고금의 명저라 해도 베스트셀러 조작은 여전히 조작이다. 부도덕한 기만이란 말이다.
박 교수는 댓글공작에 대한 토론 말미에 그것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역시 아주 잘못된 것이다. 베스트셀러나 음원 순위 조작이 갖는 위력은 관련 업계에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댓글공작이 베스트셀러 목록 조작이나 음원 순위 조작과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갖는다고 할 때,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분명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의 면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식견과 통찰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정치에 대한 나름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썰전'에 출연한 박 교수가, 댓글공작에 대해서 이렇게 무지하고 몰상식한 말을 한다는 것이 솔직히 믿기지 않는다.
▲ 'JTBC 썰전' 중 한 장면. | |
ⓒ jtbc |
검찰, 자금 출처와 집행과정 등 집중추적
민병주 전 심리단장 재소환 조사 가능성
'MB 블랙리스트', 수사 의뢰시 곧장 착수
검찰이 국가정보원 댓글부대 운영에 사용한 활동비의 자금경로를 파악 중이다. 국정원이 댓글부대 외곽팀장에게 지급한 돈은 1회당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12일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영수증은 외곽팀장에게 돈을 지급한 뒤 각각 받은 것"이라며 "이 자금이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마련된 자금인지 등은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외곽팀장에게 돈을 건낸 뒤 받은 영수증을 확보하고 자금출처를 분석 중이다. 이 영수증에는 날짜, 금액, 수령인 등이 기재돼있으며, 1회에 최고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적힌 것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외곽팀장에게 1회 당 최대 1000만원이 넘는 돈이 건네졌다는 이야기다.
검찰은 이 영수증을 토대로 돈의 출처와 이동경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집행됐는지 등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또 검찰은 국정원이 이명박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관리·운영했다는 사안에 대해 수사의뢰가 접수되는대로 곧바로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 수사는 이미 댓글부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공공형사수사부에 맡길 것으로 보인다. 'MB 국정원 블랙리스트' 수사를 위해 검찰은 현재 공공형사수사부와 공안2부로 이뤄져있는 수사팀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현재 검찰은 수사의뢰된 외곽팀장 48명 중 절반 이상에 대해 조사를 마친 상태다. 특히 1차 수사의뢰 대상자 30명 중에서는 사망자나 인적사항이 전혀드러나지 않는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 거의 조사를 마쳤다.
이 외에도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양지회 전·현직 간부들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증거은닉 혐의 등 기존에 적용한 혐의를 위주로 추가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 8일 소환해 14시간에 걸쳐 조사한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에 대한 재소환도 검토 중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뉴시스】표주연 나운채 기자 = pyo0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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