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원세훈 1심 재판부터 '양승태 대법원' 개입"

道雨 2018. 6. 28. 09:56




"원세훈 1심 재판부터 '양승태 대법원' 개입"




ㆍ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법조계 관계자 증언 나와
ㆍ“당시 수사팀, 혐의 추가해 법원에 공소장 변경 신청하자
ㆍ법원행정처, 변경 불허 방법과 문제점 적은 문서 작성”



양승태 대법원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 선거법 위반 사건 1심부터 개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원 전 원장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통성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핵심 사건이다.


27일 경향신문이 법원과 검찰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법원행정처는 원세훈 전 원장 1심 재판이 한창이던 2013년 10~11월 수사팀의 공소장 변경 신청의 허가 여부를 검토한 문건을 작성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는 변경 신청을 허가해 주지 않을 방법과 그에 따른 문제 등을 적고 있다”며 “그동안 양승태 대법원이 원세훈 사건의 분위기를 단순히 파악만 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2013년 10월 당시 윤석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은 원 전 원장이 대북심리전단 직원들에게 트위터를 통해 정치·대선 관련 글을 올리거나 리트윗(재전송)하도록 한 혐의를 추가로 찾아,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당시 박근혜 청와대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을 철회토록 대검찰청에 지시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그 문제로 시끄러워지자,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철회하지 않더라도) 공소장 변경 신청 허가를 신중히 검토하라는 요구가 법원에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였다. 이와 관련,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지만, 법리적으로 허가를 해주지 않을 수가 없었고, 만약 불허했다면 일이 더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고려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뇌부도 공소장 변경 신청 철회 방안을 고려했다.

대검은 “윤석열 팀장이 공소권 변경 신청 건에 제대로 보고를 거치지 않았다”며 수사팀장에서 배제하고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이후 조사에서 윤석열 팀장이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직접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원세훈 전 원장 재판 당시 대법원 관계자가 재판부를 만나 결론에 대해 조언했다는 증언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세훈 전 원장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대법원 핵심 관계자가 재판부와 사적으로 만났고, 이 자리에서 결론에 대한 얘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심 배당을 앞두고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부를 고르려 했다는 증언도 있다. 사건을 무작위로 배당하면 예측이 어려운 재판부에 갈 수도 있으니 특정 판사에게 사건을 주도록 조정하자는 논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선거전담 재판장은 김용빈, 김흥준, 김상환 부장판사였다. 그러나 논의 끝에 무작위 배당키로 했고, 그 결과 김상환 부장판사가 사건을 맡게 됐다.

원세훈 전 원장 사건 1심 재판장인 이범균 부장판사는 “공소장 변경과 관련해 행정처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바가 없으며, 대법원 관계자와 그 무렵에 만났는지도 불확실하고 재판 관련 얘기를 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서울고등법원의 사건배당 책임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법원 산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 측은 “키워드 검색을 통해서 걸러낸 문건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