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기춘 '전교조 불법화' 대법·헌재 압박 정황 포착
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2심 판결 후 고용부 재항고 지시 및 대법원 재항고 인용 압박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불법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압박을 지시한 정황이 포착됐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이어, 박근혜정부 시절 청와대가 재판거래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례가 또다시 나온 셈이다.
17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2014년 9월 19일 서울고법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다음날인 9월 20일 김 전 실장이 노동부로 하여금 즉시 대법원에 재항고해 이를 인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내렸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또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자, 9월 24일에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합헌'이라며 반박 논리를 마련해 고용노동부를 지원하라며, 헌재의 결정 방향을 요구하는 취지의 지시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실장의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신봉수 부장검사)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지난 14일 김 전 실장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 이와 관련한 진술을 일부 확보했다.
검찰은 최근 법원행정처가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거래대상으로 삼고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은 법원행정처가 지난 2014년 9월 29일 작성한 '전교조 항소심 효력정지 결정 문제점 검토'란 제목의 문건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킨 2심 결정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법리와 논거를 담고 있다.
이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김 전 실장이 노동부의 재항고 지시를 내린 지 열흘 후며, 노동부가 재항고 의사를 밝히고 대법원에 사건을 접수한 9월 30일보다 하루 전날이다.
검찰은 문건 내용과 작성 경위 등을 조사한 결과, 노동부가 열흘 후인 10월 8일 제출한 재항고 이유서와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행정처가 노동부 입장에 따라 법리를 검토하고 문건을 작성한 뒤, 노동부가 이에 따라 재항고를 위한 서면으로 접수한 것으로 보고, 그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른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재항고심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판결 방향에 대해 청와대와 논의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2014년 12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검토' 문건에는, 청와대가 전교조 사건을 헌재의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과 함께 중요 현안으로 보고 있다며, 청와대 동향을 적었다.
그러면서 재항고가 인용되면 '양측에 윈윈의 결과가 될 것'이고, 반대로 기각이 되면 '양측에 모두 손해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만일 재항고가 기각될 경우, 상고법원 입법 등 대법원의 각종 중점 추진 사업에 대한 견제·방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듬해 6월 대법원 판결에서는,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되살리도록 결정돼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의 이 결정은 법원행정처 문건에 사법부의 '국정운영 협력사례'로 등장한다.
백인성 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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