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펠러 손상은 ‘좌초’의 결정적인 증거입니다만, 앞에 올린 ‘천안함 좌초에 대하여’ 시리즈 글과는 별개의 단독으로 올리는 이유는, 그만큼 ‘프로펠러 손상’이 갖고 있는 의미와 비중이 클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천안함 ‘좌초’에 대하여 ①
천안함 ‘좌초’에 대하여 ②
천안함 ‘좌초’에 대하여 ③
천안함 ‘좌초’에 대하여 ④
천안함 ‘좌초’에 대하여 ⑤
첫째, 천안함 프로펠러 손상은 천안함이 어떤 사고를 겪었는지, 어떻게 기동하였는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천안함 스스로 기록해 놓았다고 할 만큼,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핵심적인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럼에도 국방부와 충남대 노인식 교수는 국가기관의 권위와 학자적 지위를 이용,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조사되고 판단되어야 할 과학적 사실에 대하여 특정한 결론에 맞추어진 가상의 시나리오를 마치 사실인 양 펼침으로써, 사실 관계를 현저히 왜곡하며 진실을 호도하였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러한 거짓된 진실이 일반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에게 <국가기관과 최고 권위의 과학자가 분석한 것이니 틀림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줌으로써 천안함 사건의 진실규명에 상당한 저해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넷째, 프로펠러 손상의 원인 규명에 있어 실체적 실험이 가능하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과 재현이 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1. 프로펠러 손상의 개요
2018년 현재 평택 2함대 현장에서 볼 수 있는 프로펠러의 상태는 8년 전 사고 당시 모습이 아닙니다. 그 동안 국방부와 합조단은 이런저런 이유로 표면을 털어내고 닦아내었으며 심지어 부식방지 명목으로 투명락카칠까지 한 상태의 모습을 보시게 됩니다.
아래의 사진은 2010년 사고 후 선체가 인양되어 평택 2함대에 거치완료된 직후 촬영된 것으로, 손상의 실체적 진실을 담고 있는 영상입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좌현 프로펠러 날개는 온전한 반면 우현 프로펠러의 날개는 휘어져 있으며, 특히 ‘S’자 형태로 휘어진 날개도 있습니다. 그리고 휘어진 날개의 표면은 마치 샌딩(Sanding)한 것처럼 빤질빤질하며 그 부분은 따개비가 모두 떨어져 나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프로펠러 손상 원인의 99%는 <좌초와 충돌>
선박의 최하부에 설치되어 바다 속에서 작동되는 프로펠러가 물리적인 손상을 입었다면, 그 원인의 99%는 ‘좌초와 충돌’입니다.
2015년 6월 8일, 저는 1심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하였던 현직 충남대학교 조선공학과 교수인 노인식 증인에게 “선박의 프로펠러가 손상되는 원인 가운데 좌초가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 되느냐?”고 질문한 바 있습니다.
그는 처음엔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하였으나, 제가 다시 “프로펠러 손상의 95%이상은 좌초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증인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노인식 교수는 “그 정도 될 것”이라고 답변을 하였습니다.
장담컨대, 저는 <프로펠러 손상원인의 99%는 좌초(충돌포함)>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프로펠러는 선박의 제일 뒤쪽, 최하단에 설치되어 있고, 특히 전투함의 경우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선저면 보다 더 아래로 내려오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펠러가 부러지거나 휘어지는 손상을 입었다면, 그것은 99% 해저지반에 닿거나 어떤 물체와 부딪쳤을 때 발생 가능한 것입니다.
선박의 프로펠러가 외부폭발에 의해 손상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그것도 어뢰폭발을 만날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아마 0.001%의 확률도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충남대 노인식 교수는 프로펠러 손상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처음부터 99% 확률의 <좌초>는 완전 배제한 채, 0.001% 확률도 되지 못하는 <폭발>만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 하였습니다.
그것은 그가 이미 정부와 국방부에서 설정해 놓은 <천안함은 어뢰폭발로 침몰>이라는 가이드라인에 끼워 맞추어 논리를 제공한 결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는 법정 증언에서 분명히 발언하였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제가 프로펠러의 손상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모든 상황이 끝나고 난 뒤”라고 증언하였던 것이지요.
그가 말하는 <모든 상황>이란 합조단의 최종결론을 말하는 것이고, 이미 합조단에서 <어뢰 폭발>로 결론을 내려놓고 발표까지 한 마당이라, 그가 국방부의 결론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우회적인 표현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2) 프로펠러의 재질
모터보트나 소형선박의 경우 스테인레스 혹은 알루미늄 프로펠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대형선박의 프로펠러 재질은 청동(주물)이며, 그 특성은 부식에 강하고 탄력성이 높아, 손상을 입을 경우 부러지기 보다는 휘어지는 속성을 가져 수리가 용이하다는 점에서 철(Fe)보다 유리합니다.
그러나 청동으로 만든 프로펠러라 하더라도 고속회전시 암초(바위)에 부딪치는 경우엔 댕겅 부러지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 휘어지는 손상을 입습니다.
따라서 프로펠러가 손상입은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면, 선박이 해저에서 어떤 사고 과정을 겪었는지 분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프로펠러가 고속회전 상태였는지, 정지상태로 좌초했는지, 이초(離礁, 좌초에서 빠져나옴)를 위해 전진을 했는지 아니면 후진을 했는지, 해저의 지질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암반인지 모래인지 뻘인지에 이르기까지 상당부분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위 사진은 프로펠러 손상 형태를 다양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날개 자체가 부러진 것은 고속회전 중 암석, 바위 등과 부딪쳤을 가능성이 높으며, 모래.뻘 등 비교적 부드러운 지질을 만났을 땐 날개 면이 휘어집니다.
그리고 날개 끝단부가 찢어지고, 깨어지고, 쭈그러드는 현상은, 좌초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빠져나오기 위해 프로펠러를 돌릴 경우 지반 내에 있는 돌, 자갈 등과 부딪쳐 발생하는 손상입니다.
2. 천안함 프로펠러 손상 지질환경
천안함 프로펠러에 나타나 있는 손상의 형태는 세계 조선공학 및 해난사고 역사에 길이길이 기록으로 남을 만큼 다양하며 구체적이고 복합적입니다.
첫째, 좌초에 의한 프로펠러 손상의 형태는 물론이며, 둘째, 좌초된 상태에서 이초를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형태, 셋째, 프로펠러 회전 중 해저의 돌.자갈 등과 부딪쳐 발생하는 손상의 형태, 넷째, 인위적인 프로펠러 절단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손상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 군함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Twin Variable Pitch Propeller(양날개 가변피치프로펠러)라는 점에서 더더욱 연구의 가치가 높다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그 하나하나를 짚어보면서, 천안함 프로펠러가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어떤 과정을 겪어 손상을 입어야 했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1) 천안함 프로펠러가 깨어지지 않은 이유
천안함이 암초.암반(R. Rock)이 없는 곳에 좌초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암초.암반이 있는 곳에 좌초를 하였다가 무리하게 프로펠러를 돌렸다면 아무리 청동(주물)로 제작한 프로펠러라도 부분적으로 깨어지는 손상은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단 잘려나간 부분은 플라즈마 용접기로 인위적 절단)
‘천안함 좌초에 대하여’ 시리즈글에서 말씀드렸습니다만, 천안함이 ‘최초좌초’한 곳의 지질은 S(Sand)와 Sh(Shell)입니다. R(암초.암반)이 없는 모래와 조개껍데기로 구성된 곳이기에 프로펠러가 깨어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측 확대사진 : 수로국 발행 전자해도 인용)
만약 암초와 암반이 존재했다면 프로펠러는 어떻게 되었을지 잘 보여주는 사례가 美순양함 포트로열(Port Royal)함의 좌초사고입니다.
(2) Port Royal 함 좌초 사례
2009년 2월 美순양함 포트로열(Port Royal)함은 수리를 마치고 시운전 항해 중 하와이 앞바다 암반(산호초)지대에 좌초합니다.
산호초 지대에 좌초한 Port Royal함은 빠져나오기 위해 무리하게 엔진을 사용하였으며, 그 결과 프로펠러가 깨어지고 휘어졌습니다. (좌측 사진)
반면 천안함은 모래.조개무덤 지대에 좌초하였다가 이초하였으므로, 프로펠러가 깨어지지는 않고 휘어지기만 하였습니다. (우측 사진)
美순양함 Port Royal함의 좌초 사례는, 그 원인도 황당할 뿐만 아니라, 무리한 이초가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 잘 보여준 교훈으로서, 너무나 유명한 좌초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참고자료] 美 순양함 Port Royal함 좌초사고
2009년 2월의 일입니다. 아름다운 섬 하와이, 비취빛의 호놀룰루 앞바다에 군함 한 척이 고즈넉이 떠 있었습니다. 오고 가는 호놀룰루 공항의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USS Port Royal - 미국 최신예 미사일 순양함입니다.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최초의 군함, 여성 승무원을 태울 수 있는 최초의 순양함, 그리고 20세기 마지막으로 건조한 군함이 호놀룰루 앞바다 저수심 산호군락암초(Coral Reef)에 좌초한 것입니다. (위 사진 – 호놀룰루 해변 휴양지 앞바다에 좌초한 포트로얄함) 저 거대한 군함이 어떻게 휴양지 해변 코앞까지 들어올 수 있는지도 화제였지만, 저런 최신예 함선이 어떻게 해도에 빤하게 그려져 있는 산호밭도 못 피하고 좌초를 했는지가 더 관심거리였습니다. 결국, 함선뿐만 아니라 해저 산호초도 수리해야 했던 이 사고는, 정작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데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Grounding : ‘좌초’사고 발생
2009년 2월 5일 아침, Pearl Harbour 조선소에서 1,800만$(180억)을 들여 정기수리를 완료한 Port Royal함은 외항으로 나가 해상 시운전을 하던 중 Fathometer(음향측심기, 음파로 수심을 측정하는 계기)가 손상됩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VMS(Voyage Management System, 자동항법시스템)의 해도 상 위치 초기값에 오류가 발생합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항법)에서 관성합법인 RLGN(Ring Laser Gyro Navigation, 자이로항법)로 전환이 되면서 실제 위치보다 1.5마일 벗어난 지점이 잘못 세팅된 것입니다. 그러나 함교 포함 어떤 당직자들도 그 오류를 인지하지 못하는 동안, 전속기동 및 조종테스트 그리고 헬리콥터 작동 시험이 진행됩니다.
저녁 8시경, 시운전을 끝내고 귀항하던 Port Royal함은 육지에서 불과 0.5마일, 즉 대략 800m 떨어진 산호밭에 좌초하고 맙니다. 흘수 33feet(10m)인 순양함이 수심 14~22ft (5~7m)인 암초와 모래로 된 산호밭에 좌초합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고, 연료탱크도 손상이 없어 해상오염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좌초지점이 호놀룰루 공항에 이착륙하는 비행기에서 너무나 깔끔하게 잘 보이는 곳이라, 美해군은 국제 망신을 톡톡히 당하게 됩니다.
즉시 구조선이 달려갑니다. USNS Salvor(살보함. 2010년 천안함 사고때 한주호 준위 응급조치 위해 산소탱크를 제공했던 바로 그 살보함입니다)
Recovery : 사후조치
2월 6~8일 세 번에 걸쳐 배를 끌어내는 시도를 하였으나 배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보름달 만조에 맞춰 200톤에 달하는 연료와 물을 빼내고, 7,000갤런의 하수와 오물을 빼내고, 15톤에 달하는 승조원들까지 하선시켰는데도 이초(離礁, 좌초상태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에 실패합니다.
2009년 2월 9일, 새벽 2시경 Port Royal은 선체중량을 더 가볍게 하기 위해 추가로 500톤의 물을 빼내고 심지어 100톤에 달하는 앵커(닻)와 여러 장비들을 들어낸 후 바위와 모래가 혼재한 암초지대로부터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살보함외 7척의 Tug boats(예인선)들이 40분간 사투를 벌인 결과입니다.
Damage Assessment and Repair : 손상 개요 및 수리
Port Royal함은 이초과정에서 프로펠러와 프로펠러샤프트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하여 다시 조선소에 들어가는데, Port Royal 함의 좌초상태를 보면 프로펠러가 깨어지고 휘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좌초를 벗어나기 위해 무리하게 엔진을 작동하여 프로펠러를 돌렸던 결과입니다. (미국 군함의 양날개 프로펠러는 좌측 프로펠러는 우회전, 우측 프로렐러는 좌회전으로 돌아 우리나라 군함과는 반대방향으로 회전함)
Disciplinary and Investigation findings : 원인규명 및 결과
사고원인과 관련하여 미 해군 안전국의 비공식발표에 의하면, 사고의 원인은 항해시스템의 오류(Misinterpreted navigation system), 수면부족(A sleep-deprived skipper), 장비손상(Faulty equipment), 항해요원의 경험미숙 및 팀웍부족(inexperienced and dysfunctional bridge team)으로 결론지어졌다 합니다. “계기나 항해시스템의 오류와는 상관없이, 좌초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충분한 센서들이 있으며 특히 육안으로 관측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그리고 함이 위치감각을 상실했음에도 항해파트, 함교견시, 전탐전술팀 등이 호흡이 맞지 않아 위험으로 몰고 갔을 뿐만 아니라, 견시가 견시에 충실하지 않고 음식을 준비하는 등 총체적인 직무유기의 잘못이 크다.” 2009년 6월, 미 해군은 자체조사 후 Port Royal함 좌초사고의 책임을 물어 함장 포함 4명의 장교와 업무 책임이 있는 대원들에 대해 징계를 내립니다.
* 참고 및 인용 : 위키피디아(번역). www.google.com |
천안함은 모래와 조개무덤이 혼재된 해저지형에 좌초하였습니다. 따라서 Port Royal 함처럼 프로펠러가 깨어지지는 않았으나, 해저지반과 접촉으로 프로펠러 날개가 심각하게 휘어지는 사고를 겪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천안함 프로펠러에 나타난 손상과, 그러한 손상이 발생하는 매카니즘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토록 하겠습니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