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생존자 24명 “충격” 진술, 폭발보다 많아
[항소심] 윤종성 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 “직접 폭발흔적 없어, 비접촉폭발결론…어뢰 속 가리비 떼내라 지시”
(미디어오늘 / 조현호 기자 / 2018-12-21)
천안함 생존자 가운데 24명이 최초 작성한 진술서에서 ‘충격’이라고 진술했다는 분석이 공개됐다. 그러나 당시 진술서를 직접 검토했던 합조단 관계자는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의 법률대리인 심재환 변호사는, 20일 오후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윤종성 전 민군합조단 과학수사분과장 겸 군측 조사단장(현 성신여대 교수)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에 나온 윤종성 전 단장은 천안함 생존자들의 진술서 원본을 두고 “당시 제가 진술서를 확인한 것으로 기억한다. 사안의 중대성 비춰 직접 검토했다”고 말했다. 윤 전 단장은 자신의 저서 ‘천안함 사건의 진실’(2011)에서 생존자들 대부분이 사고 당시 폭발음을 1~2회 청취했다고 썼다.
그러나 심재환 변호사는 천안함 사건 8년여 만인 지난 7월 처음 재판부에 제출된 생존자 진술서 원본에 따르면, 오히려 ‘충격’이라는 의견이 ‘폭발’이라는 의견 보다 훨씬 많았다고 지적했다.
심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생존자 진술내용을 분석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생존자 58명 중에서 불확실 20명을 제외하면 ‘폭발’이라는 의견이 14명, ‘충격’이라는 의견이 24명이다. 1~2회 폭발음 청취라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심 변호사가 충격과 폭발을 진술한 생존자 38명 중 충격이라고 진술한 생존자가 더 많은데, 왜 생존자 대부분이 폭발음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처럼 책에 썼느냐고 묻자, 윤종성 전 단장은 “보고서에 검증한 내용이 실려 있을 것”이라며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많은 인원이 0.3미터 내지 1미터 가량 부상했다가 5초 후 넘어졌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변호인이 공개한 천안함 절단면 부근인 CPO 침실에 있던 생존자인 조타장 원사 김병남은 “폭발 아님. 외부 부딪치는 소리. 외부충격. 파공”이라고 진술했고, 갑판장 상사 김덕수는 “폭발음은 아니었다, 외부충격”이라고 진술했다. 이 두 사람의 진술은 처음 공개됐다.
전탐장 김수길 상사도 “충격. 상선같은 것이 부딪힌 것. 충돌. 충돌음”이라고 진술했다. 잠자고 있던 강봉철 상사는 “수면중이라 충격인지 폭발인지 전혀 모르겠음”이라고 진술했다.
이런 내용은 윤 전 단장 주장과 달리, 합조단이 ‘천안함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 보고서’(합조단 보고서)에 요약 기록한 58명의 생존자 진술에도 빠졌다.
‘선체가 절단되는 폭발이 있었는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할 수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윤 전 단장은 “포괄적으로 답변돼 있는데, 세부적으로 기억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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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성 전 합조단 과학수사 분과장(육군 준장)이 지난 2010년 5월20일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민군합동조사단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에서 결정적 증거물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생존장병 60% 이상이 충돌이라고 한 진술조차 무시한 것 아니냐’고 하자, 윤 전 단장은 “60%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우리는 생존자 분석만 갖고 한 것이 아니라 여러 증거를 종합해서 분석했다. 처음엔 ‘좌초’와 다른 사실(침몰원인)로 상황보고가 됐다. 하지만 종합판단해서 어뢰에 의한 비접촉폭발로 결론을 내린 것이지, 하나로 몰고 가려 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최초 언론보도인 YTN의 2010년 3월26일 밤 10시42분 뉴스에서 군 관계자가 ‘뭔가에 충돌한 뒤에 침몰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투데이가 다음날 새벽 1시에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것에도, 윤 전 단장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단장은 “언론보도라는 게 100% 맞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 상황보고 때도 충돌 좌초 얘기 나왔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 각도가 다 틀리다. 종합한 결과 비접촉 폭발로 결론 내렸다”고 답했다.
당시 언론사 기자에게 충돌이라고 얘기한 군 관계자를 조사했는지 묻자, 윤 전 단장은 “조사한 적 없다”며 “우리 합조단은 3월31일부터 시작됐고, 초기엔(그 이전엔) 검열실에서 상황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어뢰구멍에 붙은 가리비 직접 내가 떼라고 했을 것”
어뢰 구멍에 붙어 있던 가리비 조각을 두고, 윤 전 단장은 자신이 직접 떼라고 했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는 2010년 11월4일 전쟁기념관에 보관중이던 이른바 천안함 1번어뢰의 프로펠러 구멍에 붙어있던 가리비 보도가 잇따르자,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 3~4명이 이를 뜯어낸 것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에 (실체가 뭔지) 의뢰하기 위해 채취했다”고 해명했다.
윤 전 단장은 ‘어뢰에 붙어있는 증거 훼손 아니냐, 없애라고 지시한 사람이 누구였느냐’고 묻자 ”우리 조사본부가 했는데, 했다면 제가 했겠죠. 없애라 한 게 아니라 정확히 채취해서 언론보도가 맞는지, (조사) 의뢰하기 위함이지, 없앴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어뢰 구멍 크기가 2cm에 불과한데, 국방부가 발표한 가리비 껍질의 크기는 ‘2.5×2.5cm’라고 한 것과 관련해 어떻게 가능하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윤 전 단장은 “어뢰 뒤쪽 구멍의 지름이 1.8cm에서 2.0cm으로 기억한다. 당시 가로세로 해서 가로는 좀 큰데, 세로는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더라. 생물 조개가 아닌 조개껍질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심 변호사는 ‘진술취지를 정리하면 이 가리비가 어뢰 폭발 전에 들어갔거나 폭발과 동시에 들어갔다가 사체가 됐거나 폭발후 들어가 붙었다는 뜻이냐고 하자, 윤 전 단장은 “모르겠다”고 했다.
“직접 폭발흔적 없어 비접촉 폭발” 공방
폭발의 흔적이 있었는지 증인과 피고측 변호인의 공방이 있었다.
특히 어뢰폭발에 가장 가까운 곳에서 타격을 입었다는 가스터빈실을 인양하고, 충분한 조사없이 하룻만에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스터빈실 인양은 2010년 5월19일이었고,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는 20일이었다.
윤 전 단장은 “그 부분은 판단의 문제”라며 “폭발원점에서 어뢰 추진체를 건져올렸더니 폭약성분이 나왔고, 선체 생존자 진술, 사망자 상태를 조사해서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계획대로 발표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가스터빈실 인양사실을 조사결과 발표 당일에 공개하지 않아 ‘숨기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 전 단장은 “숨긴다거나 은폐한다는 말은 신중해야 한다. 결과가 그 정도 나왔기 때문에, 발표해도 되겠다 싶어서 발표한 것 아니겠느냐”고 주장했다.
‘천안함 내에 폭발로 인한 손상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느냐’는 김형두 재판장의 신문에, 윤 전 단장은 “직접 폭발(내부폭발 또는 접촉폭발)로 인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천안함 함수 절단면 천정에 붙어있는 형광등이 어뢰폭발에도 깨지지 않은 이유를 두고, 윤 전 단장은 “모르겠다. 버블제트에 의해 직접 충격이 (형광등까지) 없을 수도 있다. 내진 (형광등) 얘기도 나왔던 것 같다. 다른 형광등보다 특수한 형광등이라는 얘기”라고 답했다.
폭발했는데도 시신과 생존자 상태가 어떻게 깨끗할 수 있느냐는 지적에, 윤 전 단장은 “폭발로 인한 충격파가 격실에 닿으면, 충격파가 짧은 시간 안에 소멸되고, 그 충격으로 내부인원이 (얻을 수 있는 손상은) 타박상 골절 열상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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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 2010년 11월4일 어뢰추진체에 붙은 조개에 대해 내놓은 해명자료에 실린 조개 사진. 사진=국방부 천안함스토리 |
천안함 선체에 길이방향의 찢김이 없었다는 합조단 보고서 내용을 두고도 변호인과 증인은 공방을 벌였다.
합조단 보고서에 실린 천안함 함미 선저의 손상 모습을 두고, 윤 전 단장은 “좌초를 염두에 둔 그런 긁힘으로 보이지 않는다. 부유물이라든지, 여러 긁힘은 될 수 있을지언정 좌초를 염두에 둔 스크래치는 아니다. 그렇게 판단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프로펠러 손상 여부 없음이라고 기록한 보고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왔다. 변호인이 “천안함 프로펠러가 휘어진 것은 온 세상이 아는데, ‘손상여부 없음’이라고 기록한 것은 무슨 이유이냐”고 하자, 윤 전 단장은 “안쪽으로 오그라들었다. 정확히 검토는 안했는데, 소관부서에서 손상이라는 것이 파손을 염두에 두고 그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나 하는 판단”이라고 증언했다.
“어뢰 폭발 결론내는데 미국 도움 받아”
소나돔의 상태가 멀쩡한 것을 두고, 재판장이 ‘1200톤급 초계함이 바닥에 미끄러져 침몰했다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윤 전 단장은 “상당히 파손됐으리라 추정한다. (하지만 소나돔 상태는) 원 상태였다”고 답했다.
한편, 어뢰 폭발로 결론을 내는데에 자체조사 보다 미국조사팀의 도움이 컸다는 증언도 나왔다.
윤 전 단장은 자신의 저서에서 ‘이미 미국 측에서는 천안함 함미 선체를 보고 어뢰공격을 받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고 기록한 것을 두고 “당시 우리들은 어뢰로 침몰한 모습을 본적이 없다. 침몰원인 분석은 상당히 진행한 상태였다. 주로 폭발분과에서 했다. 그 상태에서 함미를 보고, 우리는 확신할 수 없었다. 저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에클스 제독은 선체 보고 이거는 어뢰 공격이라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렇게 썼다”고 증언했다.
‘우리 경험이 없다는 건 미국 의견에 의존했다는 것 아니냐’는 신문에, 윤 전 단장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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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18일 서울고법 형사5부 신상철 명예훼손 항소심 사건 현장검증 때 방문한 평택 해군 제2함대에 전시된 천안함 함미. 우현측에서 풀샷 촬영. 사진=이우림 기자 |
출처: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6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