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든 한명숙 전 총리를 옭아 넣어야겠다는 정치검찰의 음모는, 감옥에 있는 죄수들에게 위증교사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흉계의 내막은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검찰의 ‘삼인성호’ 작전..모해위증교사”란 프로그램을 통해 만천하에 폭로했고, MBC YTN KBS 등이 잇따라 후속 보도했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만 입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연합뉴스도 당시 검찰이 다른 재소자들을 상대로도 회유와 압박을 가했다는 내용을 취재해 특종보도(“한명숙 아닌 비서에 많은 돈 줬다”; 6월7일 민경락 기자)했고, 이 기사에 대한 검찰 해명까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후속 기사(한명숙 사건 증언강요 의혹에 검찰 수사팀 '거짓 해명' 논란; 6월10일 민경락 기자)까지 냈다.
조중동 종편 등 사영언론, 족벌언론들이 이 희대의 ‘검찰 범죄’에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공영언론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취재와 보도들은 오래 전, 그러니까 2011년 2월21일 이들 재소자 증인들이 실제로 법정에서 증언을 한 즉시 이루어졌어야 한다.
당시 방청객들은 이들 증인들의 증언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이들이 이런 증언을 하기 위해 법정에 서기까지 검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인지, 얼마든지 눈치 챘고 짐작할 수 있었다. 다만 힘없는 일반 시민들이어서 그저 눈치만 챘고 짐작만 했을 뿐이다. 만약 그때 눈 빠르고, 양심있고, 용기있는 기자들이 현장에 있었다면, 흉계는 그때 폭로됐을 것이고, 한명숙 전 총리가 죄 없는 죄인이 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늦게 온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했다(‘Justice delayed is justice denied’).
한 전 총리에 관한 한 아직 정의가 오지도 않았고, 이제 겨우 정의를 찾기 위한 지난한 투쟁이 시작될 참인데, 그날 법정에 나와 보지도 않은 기자가 “이 사건은 이미 신의 영역으로 넘어갔다”고 너스레를 떠니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다.
다음은 그날의 현장이다. (이날 재판은 한만호 사장이 “이 사건은 윗선에서 계획적으로 만든 사건” 이라고 폭로한 바로 다음 재판이었다)
<재소자 출신 C급 증인들의 향연장>
7차 공판 2011년 2월 21일 한만호 사장의 폭로가 진실이라면, ‘한 전 총리 사건 조작’을 지시한 최종 윗선, 혹은 이 사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검사들이 심기를 살피고 있는 최종 윗선은 누구일까. 특수1부장도 한 사장이나, 한 사장을 겁박한 남 아무개에게는 어마어마하게 높은 윗선에 틀림없지만, 그건 아무래도 좀 낮게 잡은 것 같다.
그럼 대구로 피신했다는 전 서울지검장일까, 검찰총장일까, 아니면 취임 3년을 맞으면서까지 “나는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이 없다.”는 식으로 전임 대통령을 비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어떤 옹졸한 까마득히 높은 분의 여전히 대책없는 열등감과 질투심을 살피는 것인가?
미움이 원인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견제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만은 틀림없다고 기세등등하게 덤벼들기는 했는데, 지난해 12월 20일 2차 공판에서 핵심 증인 한만호 사장의 양심선언으로 느닷없이 상황이 반전돼, 오히려 지금은 헤어나기 어려운 궁지에 몰리게 된 검찰이다.
당초 한 사장을 중심에 세우고, 한 사장 회사의 정 아무개 경리부장, 건설 브로커 박 아무개와 일산 지역의 한 대형 교회 신축 사업 계획의 진행을 맡은 김 아무개 장로, 한 사장의 전 운전기사 겸 비서실장을 지내다가 지금은 한신건영 관련사 대표가 된 또 다른 김 아무개 등의 정황 증언을 묶어 꼼짝 못할 포위망을 구성하려던 검찰은, 2차 공판 이후 칼자루를 거꾸로 쥔 한 사장으로부터 파상 공격을 당하는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검찰의 각본대로 한 전 사장을 도와서 한 전 총리를 공격하는 보조 역할을 맡기로 했던 증인들은, 갑자기 바뀐 배역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줄곧 서로의 진술이 엇갈릴 뿐 아니라, 제 증언마저도 앞뒤가 다른 모습을 연출해 왔다.
검찰 측에는 불행하게도 21일 7차 공판정에 나온 또 다른 검찰 측 증인 김 아무개 역시 열심히 검찰의 가려운 곳을 알아서 긁어 주는 열성을 보이기는 했으나, 결국 증언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신빙성을 주는 것에는 실패했다.
더 큰 불행은 이 증인이 한 전 사장의 양심선언 후에야 부랴부랴 검찰에 불려가, 5~10 차례에 이르는 참고인 조사를 받은 후 증인으로 채택된, C급에 불과하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당연히 이 사람은 애초 검찰 측 증인 명단에 들지도 못했음이 분명하다.
67년생인 이 사람은 무슨 죄(프라이버시를 이유로 무슨 사건인지는 밝히지 않음)인가로 1년 6개월 형을 받고 구치소에서 수형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건(이 사건 내용 역시 밝히지 않았으나 결국 벌금형을 받았다 함)의 참고인으로 지난해 4월 1일 검찰청에 출정했다가, 참으로 희한하게도, 그날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처음 검찰청에 불려온 한만호 사장을 만났다고 했다.
이후 이 증인은 한 사장이 한 총리 사건 관련 집중 조사를 받았던 4~7월 중 자신도 수십 차례 검찰에 나가 조사를 받으면서, 한 사장과 아주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증인은 이날 비교적 확신에 찬 목소리로 한 사장과 자신은 수감되기 오래전부터 일산 지역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이며, 한 사장이 한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을 자신에게 낱낱이 토로했다고 말했다.
한 사장이 자신과 친한 은행 지점장이 구속되고 자신의 회사를 찾을 수 없게 되자, 검찰에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겠다는 결심까지 얘기한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검찰 염두에 둔 ‘맞춤 증언’ 뿐만 아니다. 이 증인은 자신의 증언에 신빙성을 더하고 싶은 듯, 한만호 사장이 2007년 대선 기간 중 자신에게 민주당 인사들의 유세 장소를 주선해 달라고 부탁했고, 한 사장이 자신의 진술 번복 결심을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고 했다는 등, 그의 세세한 발언 내용까지 기억해 내며 증언을 계속해 나갔다.
한 사장은 이 증인이 발행한 차용증 대상을 자신으로 하게 하는 등 위증까지 부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증인의 명확한 기억력이란 검찰 신문을 받을 때까지만 유효하다는 것이 변호인 측 반대신문을 통해 곧 드러났다. 변호인들은 이 증인이 2010년 9월 23일 만기 출소한 후 10월 초 한 사장을 면회한 자리에서 “특수부에 갔었는데 도와 달라더라. 그래서 안 한다고 했다.”라고 말한 의미를 물었다.
그러자 이 증인은 자신이 다른 검사실에 인사를 간 적은 있지만 특수부에 간 적은 없다고 잡아뗐다. 그런데도 면회실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한 사장이 면회실 대화 내용이 녹음된다는 사실을 알고 메모지에 그렇게 써 온 것을 읽으라고 손짓을 해 그대로 읽은 것 뿐이며, 한 사장이 그렇게 한 것은 자신이 진술 번복을 실행에 옮길 때 유리하게 써먹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는, 놀랍기는 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상황 설명과 분석을 내놓았다.
이 증인의 예지력은 “한 사장이, 한 총리에게 뇌물을 준 증거로 ‘한’이라고 메모한 장부가 있는데, 이것은 여차하면 한 총리가 아닌 한 사장 자신이 돈을 쓴 표시라고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라는 증언에서 더욱 빛났다.
이 같은 그의 증언에 따르면, 한 사장이 양심선언을 결심한 것은 2010년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가 아니라 감옥에 갇히기 오래전, 그러니까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였으며, 그때부터 자신의 장부는 물론, 면회를 할 때까지도 교묘하게 관련 증거를 조작해 왔다는 터무니없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검찰은 오히려 한 사장의 그런 면회 녹취록을 자신들의 주요한 증거로 붙잡고 있는 기이한 상황이다. 이 증인은 또, 자신이 출소 후 검찰에 찾아가 한 사장의 진술 번복 가능성을 알려 줬다고 토설했다가 곧 바로 다시 주워 담았으며, 12월 한만호 사장 건으로 처음 검찰에 소환되기 전까지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한 전 사장이 법정에서 진술 번복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증언까지 내놓았다.
돈을 직접 줬다던 핵심 증인이 진술을 번복한 상황에서, 검찰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나도 한 사장으로부터 한 총리에게 돈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증인을 최대한 많이 내세우는 것뿐일 터다.
이들의 입을 통해, 한 사장의 진술 번복이 검찰에 대한 개인적 감정 때문이며, 따라서 그런 진술 번복이 있기 전 이미 많은 주변인들에게 한 총리에 대한 정치자금 제공 사실을 자발적으로 떠벌리고 다녔다면, 그것이 사실일 개연성을 높여 주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이 당면한 문제는 갈수록 증인들의 격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이 증인과의 대질신문에서도 한 전 사장은 “소설을 쓰고 있다.”며 “스스로 군 특수부대 장성 아들이며, 여러 케이블TV 회사 주식을 다량 소유하고 있다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떠벌리며, 이 검사, 저 검사 말을 옮기고 다니는 당신 같은 사람에게, 내가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겠는가?”라고 일축했다.
한 사장은 상대에게 ‘프락치’, ‘(검찰에서)숙박 훈련을 받았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질책했다. 가관인 것은 검찰이다. 대질신문에 짜증이 난 한 사장이 검사를 향해 “내가 검찰에 협조하기로 했으면서도 하지 않은 말들을, 감옥에서 처음 보는 후배한테 할 리 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한 검사 답변. “검찰에서 하는 얘기와 밀폐된 공간에서 재소자들끼리 하는 얘기가 다를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 구치소란 “재소자의 말만 듣고 있으면 감옥에 죄 짓고 온 사람 하나도 없다.”고 할 정도로 온갖 거짓과 허풍과 은폐가 판을 치는 그런 특수공간이다.
그렇다면 지금 검찰은 그런 밀폐된 공간에서 재소자들끼리 나눈 대화-설사 그 대화 자체가 사실일지라도-를 들고 나와, 그것으로 검찰보다 더 신성한 법정에서의 발언을 뒤집으려 하는 것인가. 이 어처구니없을 만큼 용맹스런 검찰의 무모함이라니!
그럼에도 검찰은 다음번 기일에도 한 사장의 또 다른 동료 재소자를 증인으로 불러내기로 했다. 그 다음번 기일에 또 다른 재소자를 불러내겠다는 요구는 “(똑같은) 그런 상황에서의 증언은 (두 번으로) 충분하지 않나요?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자고 요구해 온 검찰의 입장에도 맞지 않고…….”라는 재판장의 완곡한 만류로 좌절됐다.
강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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