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천정배 장관 지휘땐...김종빈 검찰총장 항의성 사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15년 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내렸던 수사지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천 전 장관의 수사지휘는 검찰 역사상 첫 번째 사례였고, 추 장관의 지휘는 두 번째 케이스다.
천 전 장관의 수사지휘는, 2005년 6.25전쟁에 대해 '통일전쟁'이라는 학문적 견해를 밝혔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이 대상이었다. 당시 천 장관은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하면서 지휘권을 발동했다.
당시에도 천 전 장관은 검찰 수사방향에 제동을 걸었다. 다만 이번 사태와 달리 당시에는 수사팀과 검찰 지휘부 사이에는 이견이 없었다.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박청수)는 강 교수를 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김 전 총장도 수사팀 의견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천 전 장관은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을 때만 구속을 할 수 있다"며, 불구속 수사 지휘를 내렸다.
천 전 장관의 수사지휘를 당시 검찰은 거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김종빈 총장은 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면서도,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한다"며 항의성 사표를 던졌다. 강 교수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고,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형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당시와 비교하면 이번 사태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이번에는 추 장관 지휘에 앞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대검찰청 지휘 등을 두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갈등을 빚었다. 윤 총장을 불신하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사실상 이 지검장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추 장관이 이번에는 공식문건을 통해 지휘권을 발동했지만, 앞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해 지시를 내리면서 지휘권이라고 강조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추 장관은 지난달 18일 한 전 총리 사건의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검찰청법 8조에 근거’했다고 주장, 장관의 법률상 지휘권 발동이란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대검에 내려보낸 공문에는 '지휘'라거나 '검찰청법 8조' 등이 명시돼 있지 않았고, '수사 중인 사안'이 아닌 진정사건에 대한 지시였다는 점에서, 지휘권 발동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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