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종부세 완화 논의, 심각한 민심 오독
[주장] 투기 근절, 집값 안정, 안심 주거가 민심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9일 당에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있다고 보고, 지난 시기 부동산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런데 발표한 내용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를 인하' '대출규제를 완화'라 당황스럽다. 원인 분석을 어떻게 했길래 심각한 오답이 나올 수 있을까? 집 가진 사람들의 불만이 이번 선거를 패배로 이끌었다고 보는 걸까.
집권여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의 핵심은 뛰는 집값을 잡지 못해 2030 청년층들에게 '이집망(이번 생에 집 마련은 망했다)'의 절망감을 안겨주고, 무주택 세입자 서민들을 전월세 대란의 고통으로 몰아넣은 데 있다. 거기에 LH 공직자들의 투기 사건이 발생하면서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결론은 뛰는 집값을 잡는 해결책, 세입자 서민들의 주거안정, 투기근절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내오는 것이 돼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집값 인상을 부추기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주는 결론을 내오다니 심각한 민심오독이자 역주행이다.
누구를 위한 종부세 완화인가
"사실 종부세를 내는 계층은 전 인구 대비 몇 퍼센트 안 된다. 대부분의 국민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안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종합부동산세 관련 질의에 답변하면서 한 말이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될까?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 기준으로 개인이 소유한 주택과 토지의 공시가격 합계가 6억 원(단독 명의 1가구 1주택자는 9억 원)을 넘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2021년 기준 전국기준 3.7% 52만5000명(서울 16% 41만3000명)이 종부세 대상이다. 현재의 종부세가 부담이 되는 계층은 홍남기 부총리 말대로 국민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현재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9억 원은 현실화율 70%를 적용하면 시세 기준으로 약 12.9억 원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종부세는 얼마를 낼까? 참여연대 조세재정센터의 19일 발표자료에 따르면, '시세 13억 원(공시가격 9.1억 원)에 해당되는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에게 올해 부과될 종부세는 약 4만 원'이라고 한다. 이것이 큰 부담인가?
또한 종부세를 1년에 100만 원 이상 납부하려면 시세 16.4억 원(공시가격 11.5억 원)의 주택을 소유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1주택자의 경우 주택 보유기간과 보유자의 연령에 따라 최대 80%까지 종부세가 감면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의 종부세 완화 논의는 극히 일부 계층을 위한 것이며, 전체 40%에 달하는 무주택자인 900만 가구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오히려 자산불평등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투기근절, 집값안정, 주거안심 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우선 공급만능론을 재검토 해야 한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5년 동안 전국적으로 300만 채가 넘는 주택이 공급됐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매년 주택이 공급되지만 자가 주택 소유는 겨우 34만 가구가 늘었을 뿐이다. 나머지는 모조리 이미 집이 있는 다주택보유자가 가져갔다. 실상이 이런데 공급을 아무리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나?
▲ 15년~19년 5년간 주택 공급 및 주택 소유 현황표
따라서 공급을 늘려서 지금의 집값 상승을 잡을 수 있다는 논리는 전면 재검토 돼야 마땅하다. 오히려 집이 있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집을 사들이고 있는 것에 제동을 걸고, 다주택자들의 보유 물량이 시중에 매물로 나오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보유세를 도입하고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주택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각종 세제혜택(취득세 감면, 재산세 감면, 양도소득세 면제, 종부세 비과세 등)을 폐지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한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폭 확대됐다. 이들이 소유한 임대사업용 주택은 160만 채, 이중 25%인 약 40만 호가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종부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다.
따라서 종부세와 재산세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집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에 합당한 세금을 물려서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세금이 부담된다면 필요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 투기의 목적으로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시 시장에 주택을 내놓게 하는 정책을 펴는 것이 순리이다.
1세대 1주택 실거주자의 세금부담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해야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본방향과 원칙을 거스르는 것이 되서는 곤란하다. 과세이연제도 도입을 통해 분납이나 세금을 납부하는 시기를 늦춰주고, 주택을 매각하거나 상속·증여할 때 현금이 생기면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법을 채택하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공급이냐'
온 나라가 부동산 투기 문제로 들끓고, 선거를 통해서 집권여당의 실정에 대해 매서운 심판을 한 지금이야 말로, 정부가 집값안정, 주거안심을 위해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집을 통한 재산권 실현이 아니라 주거권 실현의 관점에서 주택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이다. 민간이 아닌 국가가 나서서 주택을 공급한다면 어떤 형태로 공급을 해야하는지 제대로 된 모델을 보여줘야 한다.
LH 투기문제로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3기신도시는 지금까지의 구상을 백지화 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선보일 무대가 돼야 한다고 본다. 국가가 토지를 수용해 택지를 마련하고 주택을 공급하는 3기 신도시 18만호는 100% '공공안심주택'으로 공급을 해야 한다.
3기신도시를 국민들의 주거권 실현의 차원에서 절반은 양질의 장기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절반은 자가 소유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토지는 국가가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이후 주택을 되팔 때는 반드시 국가에게만 되팔아서 이익을 사유화 하지 못하게 공공이 환수하는 환매조건부로 공급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미 정부가 수도권 공급 강화방안으로 발표한 용산 정비창 부지 1만 가구를 전부 '공공안심주택'으로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울에서 최고 수준으로 땅값이 비싼 용산에서 저렴한 가격에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음을 눈으로 확인시키는 정책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폭등하는 부동산 시장에 제동이 걸릴 것이고, 주거불안에 고통 받는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숨통이 트이기 시작할 것이다.
불로소득을 철저히 환수해서 투기를 근절해야
▲ 2007년 ~ 2017년 전체 상위 1%, 상위 10% 보유 토지 증가율
LH 사태 이후 공직자들과 공기업들의 투기를 막기 위해 공공주택특별법, LH법,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등으로 제도적 보완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기엔 아직 부족함이 많다.
여전히 상위 1~10% 부동산 소유자들이 주택증가량의 40%를 독식하고 있으며, 상위 1~10% 재벌대기업들이 법인 토지소유 증가량의 80%를 독식하고 있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부동산 투기는 계속 될 것이다. 또한 자산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으며, 공급을 하면 할수록 무주택자가 아니라 다주택자들이 집을 계속 사들이는 구조적 모순을 바꾸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토지는 공공재라는 원칙하에, 토지와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과 법인에 분명하게 과세를 하고,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은 이미 토지공개념에 입각한 '토지초과이득세'를 제안한 바 있다. 토지는 자연이 우리에게 준 생활과 생산의 터전으로서 모든 국민과 후손이 누려야 할 공공자산이라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토지 소유는 보장되지만, 그 재산권의 행사는 공동체의 이익에 앞설 수 없으며, 토지로 인한 사익추구는 조세를 통해 엄격히 통제해야한다는 것이다.
토지초과이득세는 평균지가 상승을 넘는 초과이득에 대해 과세를 하고, 필요 이상으로 보유하지 말라는 취지의 법률이며, 이 제도의 시행으로 유휴토지가 시장에 나오면 국가가 적극 매입해서 공공의 목적으로 토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투기근절, 집값안정, 주거안심이 민심이다
현재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 등 정치권은 민심을 오독해서는 안된다. 민심은 부동산투기를 근절하고,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키고, 무주택 서민들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권이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정치권은 지금이라도 주택이나 토지를 과다하게 보유하면, 보유세와 임대소득세, 토지초과이득세 등으로 이익보다 손실이 크다는 계산이 나오는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주택임대사업자 등에게 주어졌던 각종 세제특혜를 폐지해서 조세정의를 실현하고, 대출도 회수해서 임대소득에 제대로 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는 택지를 조성하고 집을 지어서 민간에 팔아넘겨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양질의 공공안심주택을 꾸준하게 공급하고, 주거수당과 보조금을 적극 도입해서 무주택 서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주거권 실현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재민(hcry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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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역주행’이 부를 역풍
4·7 보궐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 야당은 보유세 인하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로 부동산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이에 여당은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또다시 처참한 성적표를 받는다는 위기감에 정책 보완에 나섰다. 관련해 종합부동산세를 내리고 대출 규제도 풀자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뜨겁다.
성난 민심을 푸는 열쇠가 종부세 개편이라니,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아마 이런 얘기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종부세와 같은 보유세 부담 증가가 여당 패배의 주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집값 하향 안정은 어렵고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니까 조세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현행대로 1주택자 종부세가 공시가격 9억원 기준으로 부과되면, 서울에 집 가진 사람의 16%가 내게 되고, 언젠가는 모두가 내는 ‘서울 거주세’가 될지 모른다. 다음 선거에 대비하려면 종부세가 부과되는 6월 이전에 법을 바꿔야 한다. 종부세 공시가격 기준을 상향 조정하든지 전국 상위 1~2%로 묶어두면 집값이 올라도 대상자는 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런 생각이라면, 선거에서 드러난 부동산 민심을 완전히 잘못 읽은 것이다. 여당 패배의 주된 원인이 과연 종부세였나? 부동산 민심은 하나의 결이 아니었다. 서울 강남에서는 종부세를 내리고 재건축 규제도 풀어달라는 특수한 이해를 표에 담았다. 반면 서울과 부산의 중저가 주택 소유자들은 강남이나 서울과의 집값 격차 확대로 인한 박탈감을 드러냈다. 한편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졌고, 청년들은 계층이동 사다리가 막혔다는 좌절감으로 투표했다.
부동산 민심은 계층별로 달랐다. 하지만 집값 상승을 막지 못한 정부에 대한 실망과 엘에이치 사태로 드러난 공직자의 반칙으로 투기 근절 의지조차 못 믿겠다는 국민적 분노는 공통적이었다. 여당은 서울 강남뿐 아니라 25개 구 전부, 종부세 이슈와 무관한 부산에서도 모두 패배했다. 종부세가 아니라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 추락이 패배의 근원이었다.
민심은 투기와 반칙, 집값 상승으로 자산 불평등이 극심해진 현실을 바로잡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집값이 올라 수억원의 시세 차액이 생겼는데, 예정된 부과 기준 시점을 눈앞에 두고 법까지 바꿔 종부세를 빼주겠다는 건, 희망을 잃은 청년과 서민들의 박탈감은 안중에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물론 정책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소득이 없거나 담세능력이 취약한 고가 1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종부세 부과 대상을 줄인다고 이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이는 1주택 은퇴자에 대해 과세이연제도를 도입하고, 주택연금 가입의 가격요건을 폐지해 부동산에 묶여 있는 재산을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옳은 해법이다.
부동산 시장은 어떤 시장보다도 정책 신호에 민감하다. 투기 열풍이 거셀 때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는 말만 나와도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된다. 보궐선거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선거 이전에는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고 매수세가 약화되는 등 집값 불안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그런데 야당의 승리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다시 치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에서 나온 종부세 개편과 대출 규제 완화 카드는 되살아난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시장에서는 이 카드를 세개의 신호로 읽을 것이다. 첫째, 집값 하향 안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둘째, 세금을 깎아주고 대출을 풀 것이니 기다리지 말고 집을 사라. 셋째, 확정된 정책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으니 정책은 시행 전까지 믿지 말라. 이 세개를 종합해서, 정책 후퇴와 역주행으로 가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책이 원칙과 방향을 잃으면 신뢰 추락은 돌이킬 수 없다.
그간 정부는 투기 열풍을 잠재우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고, 정책 의지조차 의심받고 있다. 투기를 발본색원하고 집값을 반드시 잡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대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2·4 대책에서 약속한 공급 확대로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해소하고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민심에 부응하는 길이다.
그러지 않고 역주행의 길로 접어든다면, 서울에 좋은 집 가진 사람 편에 서서 집값은 올려놓고 세금은 깎아줘, 결국 자산 불평등을 조장했다는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홍장표 ㅣ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2587.html#csidx87b3999e44538c19c8336bd07451c9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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