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바보 이론’ 잊어선 안될 암호화폐 거래
정부가 암호화폐(가상자산)를 이용한 자금세탁, 불법 다단계, 투자 사기 등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6월까지 범정부 차원의 특별 단속을 벌이겠다고 19일 밝혔다. 정부 방침 발표 뒤 암호화폐 가격은 20일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일부에선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고 하는데, 적합한 비유 같지 않다. 정부 단속은 ‘거래 과정에서 불법행위와 불투명성을 막는다’는 기존 방침에 따른 것이지, 합법적인 거래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급팽창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격 급변동이 낳을 후유증을 예방하는 조처와도 거리가 멀다.
지난해 10월 이후 암호화폐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다.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1일 1252만원에서 지난 14일 장중 최고가인 8042만원(빗썸 거래소 기준)까지 올랐다. 시중의 넘치는 유동성이 큰 몫을 했다. 외국의 이름 있는 몇몇 기관투자가가 거래에 뛰어들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같은 유명인사가 암호화폐를 좋게 평가하면서 낙관론에 불을 붙인 영향도 크다. 최근 국내 암호화폐 하루 거래금액이 25조원을 넘겨, 코스피 시장의 개인투자자 거래금액을 크게 웃돌 정도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여전히 적정가격을 제시할 합리적인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감상의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과 달리 사용가치도 불분명하다. ‘화폐’를 표방하지만 가격 변동성이 커서 지불 수단으로는 거의 쓰이지 못한다.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도 너무 불안정하다.
장난 삼아 만든 도지코인의 시가총액이 50조원을 넘어서는 현실은, 암호화폐 시장을 합리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쓸모없다는 점을 암시한다. “더 비싼 값에 사줄 사람이 있으니 괜찮다”는 이른바 ‘더 큰 바보 이론’ 말고는 이 시장의 움직임을 설명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는 2018년 2월 암호화폐 단속에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답하면서, 거래 투명성 확보와 불법행위 차단을 정책 방향으로 잡았다. 거래 차익에 대해선 내년부터 과세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정부는 암호화폐를 화폐는 물론이고 금융자산으로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의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허위 공시와 비슷한 불공정 거래가 있어도 단속·처벌하기 어렵다. 정부 정책의 불가피한 한계다.
암호화폐 거래자들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이익이 자신의 몫이듯, 손실도 누가 책임져주지 않는다.
[ 2021. 4. 21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91832.html#csidx4ba97f05bc8080d8b858a6e0ff929ac
'시사,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닷물타기’ 신공 (0) | 2021.04.26 |
---|---|
때아닌 종부세 완화 논의, 심각한 민심 오독 (0) | 2021.04.23 |
종부세 함부로 차지 마라 (0) | 2021.04.21 |
임대사업자 특혜에 관한 5가지 의문, 국토부는 답하라 (0) | 2021.04.20 |
30년 전 사라진 핵우산 (0) | 2021.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