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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은 범죄”라는 최재형의 극단적 인식

道雨 2021. 8. 2. 09:59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라는 최재형의 극단적 인식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난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비판했다. 아무리 야당 정치인으로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할 수 있다고 해도, 헌법이 요구하는 최저임금 보장 정책을 ‘범죄’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과도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주 120시간 노동’ 발언으로 비판받은 바 있다. ‘노동시장 약자 보호’라는 요청에는 눈감은 채, 자본과 사용자의 이해만 앞세우는 야당 대선주자들의 인식이 우려된다.

 

최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역설적으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를 양산했다”며 “많은 알바생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처지를 걱정한다면, 그 원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게 대선주자로서 취할 태도다.

소상공인들이 직원들에게 최저임금도 주기 힘든 배경에는, 임차료 부담, 대출이자·카드수수료 등 금융비용, 과도한 경쟁이 작용하고 있다.

2019년 조사를 보면, 소상공인들은 이들 요인을 최저임금 인상보다 먼저 꼽기도 했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하고, 최저임금 인상을 막기만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도식적인 논리인데다, 청년·비숙련·저소득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노동을 감내하라고 무작정 요구하는 것밖에 안 된다.

 

최 전 원장은 최저임금의 지역별 차등 적용도 주장했다. 이는 노사 간 이해가 극명히 갈릴 뿐 아니라, 지역차별 논란까지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정책이다. 당장 정치권에서는 노동의 가치를 차별하는 불공정 정책이라거나,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헌법은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저임금과 노동시간 등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인간 존엄성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다뤄야 할 사안이다.

 

법률가 출신인 최 전 원장과 윤 전 총장이, 최소한도의 인간적인 노동과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의 취지를 망각한 채, 자본의 시각에 경도된 모습을 보이는 데 실망을 금할 수 없다.

 

[ 2021. 8. 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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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06039.html#csidxa72bc4c0a9b84319a2f1ba4cfa46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