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임대료에 전가된다”, 근거 희박한 ‘나쁜 주장’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가 22일 발부되자, 또 다시 종부세에 대한 부당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세금 부담이 그리 크지 않은데도, 다주택자 과세와 뭉뚱그려 ‘세금 폭탄’이라고 공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세금 부과 실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새롭게 나오는 공격이 ‘임대료 전가론’이다. 종부세를 내는 집주인들이 세금을 임차인에게 떠넘겨, 연쇄작용으로 서민·중산층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종부세를 공격하려고 세입자들의 불안 심리를 부추기는 나쁜 주장이다.
정부가 세금을 올릴 경우 납세자가 상품 가격을 올리는 등의 방법으로 세금 부담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을 ‘조세 전가’라고 한다. 조세 전가는 세금의 성격에 따라, 무엇에 매기는 세금이냐에 따라 가능하기도 하고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해당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감소하지 않으면 수요자에게 떠넘기기가 쉽고, 반대이면 조세 전가가 어렵다. 시장의 수급 사정도 조세 전가에 영향을 끼친다.
‘종부세 임대료 전가’를 주장하는 이들은, 크게 오른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사람들이 보유 주택을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면서, 월세를 올려 세입자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부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떠넘길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우선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조세 전가의 유인 자체가 크지 않다. 시가 25억원 이하 1주택 보유자의 종부세 평균 세액이 50만원이다. 지난해 대비 인상분은 그 가운데 일부이고, 이를 월세로 쪼개면 더욱 소액이다. 떠넘기고 말고 할 것도 없다.
임대인에 따라 세금 부담에 차이가 크다는 점도 종부세를 임대료에 떠넘기기 어렵게 한다. 비슷한 품질의 주택을 임대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종부세를 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인데, 종부세를 내는 사람만 임대료를 더 올려받기는 어렵다.
또 다주택자는 1주택자보다 세금이 많은데, ‘나는 다주택자니까 임대료를 더 올려받겠다’고 요구해봐야 통할 리가 없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5% 제한)도 조세 전가를 어렵게 한다.
종부세 임대료 전가론은 실제 세금을 떠넘기기가 어렵더라도 일단 부추겨나 보자는 발상에서 나온 것으로 본다. 그렇게 함으로써 임차인들의 불안 심리를 키우고 종부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시켜보겠다는 의도일 게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아주 나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 2021. 11. 25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20679.html?_fr=mt0#csidxc867d17dae7aac796bf3df05f41ab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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