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찐 세금'으로 재탄생한 종부세

道雨 2021. 11. 25. 10:44

'찐 세금'으로 재탄생한 종부세

 

[넥스트브릿지] 노무현의 꿈, 무주택자와 실수요 1주택자를 위한 세금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  국세청이 지난 22일부터 올해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 발송을 시작했다. 언론은 "세금폭탄", "공포의 종부세" 등 공포심을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2021년분 종부세가 나왔다. 일부 언론은 세금 폭탄론에 종부세 폐지까지 거론하고, 선거를 앞둔 여당과 정부는 내심 불안한 눈치다.
이번 주택분 종부세 고지서를 받은 인원은 약 94만 7000명이고, 주택분 종부세 고지세액은 약 5조 7000억 원이다(이번 신고 때 합산배제 대상 등 추가적인 조정을 거치면 최종 주택분 종부세입은 5조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세금을 내는 사람이 전 국민의 2% 정도밖에 안된다는 정부의 설명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전체 주택이 약 1877만 호, 주택 보유자가 약 1500만 명이니, 공제액을 감안하지 않은 주택분 종부세 과세 대상자가 주택소유자의 6.2%라고 해야 오해가 없다. 작년엔 약 66만 7000명이 약 1조 8000억 원의 종부세를 냈는데, 올핸 무려 5조 원을 넘기니 거의 3배가 늘었다.

 
엄청난 증가인데도 국민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하다. 부동산 3법 개정 이후 연일 망국적인 세금폭탄론을 이어온 언론들의 호들갑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그 이유는 이번 종부세가 대부분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와 법인에 집중되고, 1주택자에 대한 세금은 전체의 3%에 불과할 정도로 국민 부담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법인 : 울다

찬찬히 살펴보자.

우선 올 주택분 종부세의 특징은 세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개인보다 법인 종부세가 대폭 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법인의 주택분 종부세 부담은 극히 미미했지만 이번에는 작년보다 무려 3배나 늘어 6만 2천여 법인이 2조 3000억 원의 종부세를 내게 돼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토지분 아닌 주택분 종부세인데 그렇다. 기숙사 등으로 쓰고도 합산배제 신고를 못한 곳도 있겠으나 기업 운영에 꼭 필요한 주택 아닌 시세 차익 등 투기 목적의 법인 주택이 이토록 많았던 것이다.

개인 종부세만 놓고 보면 약 48만 5000명의 2주택 이상인 다주택자에게 종부세가 약 2조 7000억 원이 부과되었다. 가장 중과세되는 조정지역 2주택과 3주택 이상자 약 41만 5000명이 부담하는 세금은 약 2조 6000억 원이나 된다. 작년보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인원은 78%, 세금은 무려 223%가 늘었다.

이처럼 올해 종부세는 법인과 다주택자가 전체 종부세 약 5조 7000억 원 중 5조 원, 무려 89%를 부담한다. 실수요자라 보기 어렵고 결국 헌법상 국민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와 기숙사 등 업무용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보유하는 법인주택에 종부세가 집중된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부동산 초과 보유에 대한 중과세라는 종부세의 참모습을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늘 재산세와 종부세 등 보유세 비중은 지나치게 낮고 취득세 등 거래세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고 하는데, 다주택자와 법인을 중심으로 중과세하고 과세형평을 제고해 놓은 종부세가 정상화되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보유세 비중과 실효세율을 높이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게 되었다.

일부 언론은 2주택 이상 다주택자들이 수천만 원에 내년에는 수억 원까지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되었다고 하면서 종부세제가 불합리하다며 폐지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3법을 개정한 이후 수없이 올해 6월 1일 과세기준일 이전에 다 처분하라고 해도 버텼던 다주택자들이다. 올해 초 언론과 야당이 포격을 집중했던 공시가격 발표 후 예상 세액까지 돌려봤을 터이고. 

지금 다주택자들의 불안과 고민은 따로 있다. 공급이 부족해 집을 여러 채 보유만 하면 한없이 오를 줄 알았던 집값이 완연하게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무리 중과세해도 오른 집값보다는 세금이 싸고, 그것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 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종부세는 완화될 기미 없다. 게다가 높아지는 금리 부담까지. 지금 다주택자들의 심정은 천근만근이다.

무주택자, 1주택자, 웃다

그럼 1주택자 종부세는 어떤가. 올해 종부세 과세 전에 재산세 경감대상을 공시가격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종부세 면제 대상을 9억 원에서 11억 원(시가기준 16억 원)으로 대폭 늘렸고, 고령자 장기보유공제는 세금의 80%까지 공제하게 확대하고, 부부 공동명의인 1주택자에게는 개인별 과세 아닌 1주택자로 특례를 인정해 불합리하게 세금이 늘지 않게 대폭 조정했다. 그 결과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는 대폭 줄었다.

1주택자 종부세는 전체 13만 2000명에 다 해봐야 약 2000억 원으로 납세 인원과 세금이 각각 전체 종부세의 13.9%, 3.5%에 불과하다. 작년보다 전체 종부세는 3배나 뛰었는데 1주택자 종부세는 대폭적인 공시가격 인상에도 거의 절반도 안된다.

기재부는 공제금액이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인상되어 과세인원은 8.9만 명, 세액은 814억 원 줄었고, 1주택자 대다수가 고령·장기보유공제를, 3명 중 1명이 최대 공제율 80%를 적용 받았다고 했다. 게다가 공동명의 특례 신청한 1만 명에게는 175억 원의 세금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주택자가 종부세를 내려면 시가가 17억 원은 넘어야 하고, 설사 종부세를 낸다해도 웬만해선 1~2백만 원을 넘지 않는다. 매년 부담하는 중소형차 자동차세와 보험료 수준이다. 이를 반영하듯 '은퇴 고령자 1주택자 세금폭탄'을 들먹이던 단골 선동도 사라졌다. 주변 다주택자들의 세금 폭탄을 보면서 1주택자는 안심이다. 종부세가 고가 주택과 다주택자에게 집중되니 집 한 채 있는 국민들을 괴롭게 했던 과세 형평성이 개선되었다.

이게 바로 노무현이 그린 종합부동산세다. 1주택자는 거의 중소형차 자동차세나 보험료 정도밖에 되지 않는 금액을 보유세로 내면 되는 반면, 다주택자 등 투기이익을 노린 비 실수요자들은 의도대로 정밀 폭격하는 '찐 세금'으로 종부세가 제대로 되살아났다. 투기 억제와 집값 안정을 위해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탄생한 후 언론의 망국적 세금폭탄론에 시달리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의해 폐지해야 할 악세로 낙인 찍혀 빛을 잃은 후, 근 20년 만에 조세 원리에 맞고 과세 형평이 제대로 확보된 보유세로 재탄생한 것이다.

종부세는 '착한 세금'이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처럼 땀 흘려 번 소득에 대한 세금이 아니다. 게다가 씀씀이까지 착하다. 세금 전액이 지방교부세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골고루 나눠져 부족한 지방재정과 지역 균형발전에 알차게 사용된다.  
  

 

종부세의 남은 과제

이제 다음 정부는 종부세가 더 잘 작동되도록 합리적으로 조금만 손보면 된다.

과거 납세 의무자를 가족 단위로 합산과세 하다가 위헌 결정이 나 지금껏 '개인별 주택수'를 기준으로 중과세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같은 가족이라도 증여를 통해 사람별로 쪼개면 얼마든지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이는 불합리하다. 양도세나 취득세에서 세대별로 따져 1주택 혜택을 주고 주택수도 세대별로 계산해 중과세하는 것처럼 종부세도 당연히 '세대별 합산'을 통해 중과세 세율을 적용받게 바꾸어야 한다.

아울러 임대주택 합산배제도 합리적으로 고쳐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대형 규모 임대주택까지 종부세 합산배제(비과세)를 늘려 종부세를 우스운 종이호랑이 세금으로 만들었다. 종부세는 매년 과세기준을 정해 매기는 세금이고 불합리한 비과세제도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기에 서둘러 고쳐야 한다. 양도세는 과세기준이 양도시점이라 올해 세법을 고치고 과거보유분까지 소급 과세하지만 법리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받아들인다.

종부세의 백미는 사실 주택분보다 토지분 종부세다. 실제로도 토지분 종부세 수입이 주택분보다 몇 배 많다. 지금까지 주택분 종부세에 세제 개편을 집중했지만 앞으로는 토지분 종부세를 주목해야 한다. 주택보다 더 황당하게 비과세 되고 낮은 세율로 과세 되는 토지분 종부세를 다주택자 과세처럼 확대하면 10조 원 이상의 추가 세수가 가능하게 되어 기본소득 등 보편적 복지재원으로도 훌륭하다. 굳이 1%씩 과세하겠다는 '국토보유세' 같은 신세를 조세저항을 무릅쓰고 신설할 필요조차 없다.

집값 폭등과 세금폭탄론에 종부세가 표를 잃는 주범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종부세는 집값 폭등과 부동산 투기의 확실한 백신이다. 우리 국민은 종부세의 위력을 실감하면서 자산가, 다주택자, 대기업이 왜 종부세를 두려워하는지, 앞으로 우리 세금 제도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이제 제대로 알게 될 것이다.

 

구재이(goodtax1999



*필자 소개: "세상에 좋은 세금은 없다"는 윈스턴 처칠의 말, 하지만 좋은 세금은 충분히 가능하다. 납세자 국민과 정부가 모두 만족하는 세금이 그것이다. 1999년부터 억울하고 답답한 세금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활동과 납세자권리를 연구하는 활동을 하며, 세금을 세금답게, 시민을 세금 주인답게 만드는 좋은세금 만들기와 납세자주권 찾기를 사명으로 삼고 있다. 현재 세무법인 굿택스 대표,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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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종부세 폭탄 맞고 싶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과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에선 집 한 채 가진 중산층에게까지 종부세 ‘세금 폭탄’이 터졌다는 식으로 곡해하며 공격하고 있다.

 

이들이 애용하는 수법이 ‘평균의 함정’이다. 종부세 부과 대상자들이 1인당 평균 602만원을 부담한다고 강조한다. 주택분 종부세 전체 세액 5조7천억원을 납부자 94만7천명으로 단순히 나눈 숫자다. 어떻게든 부담액이 많은 것처럼 포장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부과 내역을 잠시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종부세 증가분의 대부분은 다주택자와 법인에 부담이 돌아갔다. 올해 늘어난 세액 3조9천억원 중 다주택자·법인이 92%(3조6천억원)를 부담한다. 1세대 1주택자(13만2천명)의 부담액은 3.5%인 2천억원에 그치고, 1인당 평균으로 계산하면 152만원꼴이다. 보수 언론이 강조한 602만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1세대 1주택자 중 73%는 시가 25억원 이하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평균 세금은 5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상황을 호도하는 또 다른 사례는 부과 대상자가 서울에서 전국으로 확산됐고, 이에 따라 세금 성격이 ‘부유세’에서 ‘보통세’로 변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종부세 대상자 중 서울 이외 지역 거주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 하지만 지난해 집값이 서울보다 오히려 경기도와 부산·세종 등 지방이 더 많이 올랐다는 점은 애써 외면한다.

또 종부세는 납세자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부과된다. 지방에 사는 사람이 서울의 고가 주택을 매입한 사례도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 지방에서 내는 종부세로 집계된다.

요컨대, 올해 종부세 부담은 대부분 다주택자·법인에 돌아가고, 보통의 시민이 내는 ‘보통세’가 아니라 ‘부유세’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종부세에 대한 과도한 공격은, 집값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무주택 서민들을 더 허탈하게 만든다. 오죽하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나도 종부세 폭탄 맞고 싶다!”는 글까지 올라올까. 이런 푸념에는 고가 주택에 살고 싶다는 욕망과 함께 기득권층에 대한 신랄한 풍자가 담겨 있다.

종부세를 공격하는 이들은 주로 서울 강남 등 요지에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거나 다주택자일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사회 여론 주도층이기도 한 이들은 여론을 교묘하게 왜곡해 종부세를 사실상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종부세는 지금 우리 사회에 상당히 중요한 순기능을 갖고 있다.

 

첫째는 부의 재분배 기능이다. 계층 간 불평등이 가뜩이나 심한 상황에서 집값 폭등으로 부의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누군가는 집을 소유해 ‘횡재’를 하고, 누군가는 집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벼락거지’가 됐다.

이렇게 불로소득이 사람들을 갈라놓는 사회는 좋은 공동체가 되기 어렵다. 땀 흘려 일하려는 동기는 줄어들고, 너도나도 부동산 투기에 몰두할 유인이 커진다. 이를 풀 수 있는 유력한 해법이 종부세와 같은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토마 피케티는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현대 자본주의에서 부의 불평등이 심화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며,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모든 자산에 대한 누진적 세금 부과를 제안했다. 종부세는 부동산 자산에 국한되기는 하지만 피케티가 제안하는 그런 종류의 세금이다.

 

두번째는 집값 안정 효과다. 세제는 사람들의 행위를 바꾸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종부세가 부담스러운 수준이 되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종부세가 무섭다 무섭다 했지만, 지금까지는 사실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세금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이번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요지에 똘똘한 아파트 2채를 가진 사람은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한 보유세가 1억원을 넘는 사례도 속출한다. 웬만한 부자 아니고서는 이런 금액을 매년 부담하기는 쉽지 않다. 비로소 종부세가 가시적인 집값 안정 효과를 낼 만한 수준이 된 것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최근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종부세 공격’에 가세했다. 중장기적으로 아예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는 면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공약은 정확히 집 부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푸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다주택자들이 또다시 ‘버티기’에 들어가도록 부추길 수 있다. 종부세를 더 이상 흔들지 말길 바란다.

 

 

박현 | 논설위원

hyun21@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20836.html?_fr=mt0#csidxe55cfa98ff4adeb87e9f433c39ef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