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기원' 게시글, 야권 성향 인물의 조작 의혹
여권 커뮤니티에 올라와 비판 직면했지만 '반전'... 첫 보도 <데일리안> 기사 삭제... 민주 "고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당 성향 게시판에 올라와 비판을 받은 '울진 산불 확산을 기원하는' 게시글이, 오히려 야당 성향 커뮤니티 사용자의 조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 5일 오전 11시 51분 온라인 커뮤니티 '디사인사이드'의 더불어민주당 게시판엔, '경북 쪽에 산불 더 날 가능성 있음?'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번에 울진 쪽에 산불 났던데, 피해는 안타깝지만 완전 굿짐(국민의힘 비하 표현 – 기자 주) 몰표 주는 곳이라서 선거일 전까지만 피해는 없게 산불 좀 더 나면 좋겠다. 그럼 조금이라도 투표율 떨어질 듯"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텃밭인 경북 지역에 산불이 지속돼 투표를 할 수 없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조회 수 20여 회를 기록한 이 글은 곧바로 삭제됐지만, 이날 저녁 10시40분 인터넷 매체 <데일리안>에 의해 기사화 되면서 공론화 됐고, 비판에 직면했다.
▲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더불어민주당 게시판"에 최초 올라온 글.
출처불명 게시글, 보수매체가 보도하면서 비난 확산... 곧 반전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오전 페이스북에서 '울진 산불 확산을 기원하는 글'을 공유하며 "믿기진 않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의 민주당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라고 한다"라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정말 너무 많이 나갔다. 기우제도 아니고, 산불기원 '기화제'를 지내겠다는 발상이 도대체 제정신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산불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의 투표율이 낮아지기를 기원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국민들을 경악케 하고 있다"라며 "화재의 아픔마저도 선거득실로 이용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다시 한번 확고해진다. 정권교체만이 답"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 게시판에 산불이 커지길 바라는 게시글을 올린이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사용자가, 같은 커뮤니티의 '새로운보수당 게시판'에 '이번엔 민좆갤(민주당 게시판을 비하하는 표현 – 기자 주)도 나 빨리 차단하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 "민주당 게시판"에 "산불 확산 기원" 글을 쓴 걸로 추정되는 유저가 "새로운 보수당 게시판"에 남긴 글.
글쓴이는 논란의 글이 삭제된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하지만 이미 뉴스랑 김기현도 내가 쓴 글 물었고, 민좆갤은 국민들한테 지역 비하 커뮤니티로 찍힌 뒤인데, 해봤자 뭐하노 엌ㅋㅋ"라고 썼다. 이 글이 사실이라면, 국민의힘 지지자가 의도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을 민주당 게시판에 올린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데일리안>은 6일 오후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 이에 황희두 민주연구원 이사는 페이스북에서 "알고 보니 DC새보갤 유저의 '주작글'이었다는 인증이 올라왔다. 너무 충격적이라 뭐라 말이 안 나온다"라며 "데일리안 OOO 기자님 이 내용이야말로 보도하셔야 하지 않겠나. 본인의 보도로 인해 윤석열 지지자의 만행을 민주당 지지자들이 뒤집어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첫 보도 <데일리안> 기사 삭제... 민주당 "국힘 사과해야... 수사 의뢰할 것"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은 반격을 시작했다. 민주당은 재해를 정치적 정쟁에 활용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6일 오후 5시55분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김기현 원내대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적힌 신원 미상의 글을 문제 삼아 민주당을 맹비난했다. 그러나 해당 글은 보수 성향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새로운보수당 갤러리 유저의 조작 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라며 "이 글을 올린 유저의 주장대로라면, 민주당 지지자임을 가장하여 글을 올려 민주당을 음해하려 했고, 김기현 원내대표와 언론을 속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선거가 다급하다 해도, 공당이자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사실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산불이라는 재해를 정쟁에 이용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라며 "조작 가능성이 있는 개인의 불분명한 글을, 검증하지도 않고 민주당을 비난한 김기현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선대위는 민주당 당원들께 사과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해당 글을 올려 산불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에게 상처를 준 당사자에 대해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 저녁 7시30분 현재까지 김기현 원내대표나 이양수 대변인은 페이스북 글을 삭제하거나 논평을 철회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선대본 관계자는 "주작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지 않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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