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지인 채용'엔 그렇게 매섭더니... 보수언론의 이중잣대
대통령실 '윤대통령 지인 아들 특혜채용' 의혹에 소극적 보수언론... "정권별 다른 기준? 불공정"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인 아들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채용해 '특혜' 논란이 일고 있지만, 보수언론들은 이 사안에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권에 따라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언론들은 불과 몇 달 전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청와대의 계약직 행정요원 지인 채용 논란에 대해서는 칼럼과 사설까지 동원해 맹비판한 바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인인 황아무개씨의 아들이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황씨는 강원도 동해에서 전기공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과는 오랜 친구 관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씨의 아들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에서 청년 정책을 담당하고 있으며,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 근무해 왔다.
게다가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운영해 온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 출신 인사 2명 역시 대통령실에 채용돼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을 지인으로 채우는 건 '사적 채용'이자 '비선'이 활개칠 우려가 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7일 서면브리핑에서 "대통령실도 지인으로 채우려는 건가"라며 "사적 채용 논란은 사적인 경로로 국정이 운영되고 있다는 의심만 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비판은 악의적 정치 공세"라고 정면대응하는 등 논란이 커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이번 논란에 사실상 입을 다물고 있다. 이들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지인 채용에 대해 여야와 대통령실의 반응 및 공방을 다룬 단신 기사를 인터넷용으로만 출고하고, 신문 지면에서는 관련 기사를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논란이 불거진 17일부터 21일까지 이들 4개 언론사의 신문지면을 보면, 대통령실 특혜 채용 논란을 다룬 기사가 신문 지면에 실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조선일보>의 경우 지난 18일자 지면에 '김건희 여사, 김정숙 여사와 서울서 환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는데, 이 기사 말미에 관련 내용이 두 문장 정도로 짧게 정리돼 있는 정도다.
문재인 정부 때는 청와대 지인 채용 '맹폭'
하지만 보수언론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불거진 지인 채용 논란을 다루는 태도는 사뭇 달랐다. 문재인 정부 말기였던 지난 4월 청와대가 김정숙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딸을 채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맹폭'을 가했다. 보수언론 4개사는 관련 보도가 나온 지난 3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20여 건의 기사를 경쟁하듯 쏟아냈고, 신문 지면에도 실었다.
김정숙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 靑 근무… 靑 "정상 추천 거쳐" <동아, 4월1일 6면>
김정숙 여사 단골 디자이너 딸, 프랑스 국적으로 靑 근무 논란 <조선, 4월2일 4면>
점점 격해지는 청와대 메시지… 文·金여사 거론 때마다 '발끈' <문화, 4월1일 4면>
▲ 지난 4월 2일자 <조선일보> 사설.
특히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사설과 칼럼까지 쓰면서, 채용 특혜 의혹을 매섭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4월 2일자 사설을 통해 "사적 인연으로 맺어진 인사의 딸을 세금으로 월급까지 주면서 청와대에서 일할 기회를 준 데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브랜드 가치까지 올라갔다면 특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문화일보>도 지난 4월 1일자 사설에서 "김 여사는 취임 전부터 친분이 있는 디자이너에게 20여 차례 옷을 받아 착용했다고 한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 부인과 관련된 법인카드 의혹과 경기도 특채 공무원을 연상시킨다"고 비판했다. 4월 4일 <문화일보>에 실린 칼럼에서는 비판의 강도가 더 높아졌다.
"권력 주변에 부패가 전혀 없을 순 없지만, 시종일관 구석구석 이렇게 악취가 진동하는 정권은 없었다."
언론단체 등에서는 보수언론들이 정권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문재인 정부 말기 김정숙 여사의 단골 디자이너 딸이 청와대 직원으로 채용된 것에 관해 대대적으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에 나섰던 조선·동아·문화일보 등 보수언론과 보수종편은, 이번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청와대 특혜 채용 논란에 대해 정권별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 자체가 불공정한 편파보도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부부와 사적 인연이 있거나 김건희 여사 회사 출신 인사를 업무 적합성, 전문성 등 평가 없이 대통령실 직원에 잇따라 채용한 것은 '특혜성'이 다분하다"면서 "이런 의혹을 충분히 취재하고, 채용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짚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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