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윤석열, 재앙의 가장 큰 뿌리…발본색원이 답"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오늘 춘천서 시국기도회
사전에 성명서 내고 "망나니 칼춤" 윤석열 맹비난
노동자 분신에…"철옹성도 사람 하나에 무너져"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은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주례로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8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어느 집 가장이기만 했다면 일가의 풍비박산으로 끝날 일이겠으나, 망나니 칼춤 추듯 하는 그가 남북 칠천만 겨레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 오금이 저린다"며 "발본색원이 답"이라고 했다.
사제단은 이날 강원도 춘천에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기 전 사전에 공개한 성명서에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 '말'이 어떤 재앙을 부르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마구 떠벌이기만 하는 그는 화근, 재앙의 가장 큰 뿌리다. 실성하지 않고서야 저럴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사제단은 대통령의 입만이 아니라 그의 말을 받아쓰는 언론에도 화살을 돌렸다.
"멸칭 '기레기'의 장본인들에게 말해서 무엇하랴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말과 글로써 사실을 비틀고 진실을 가려서 시민들을 속이고 있는 언론 종사자들이라도, 1980년 5월 20일, 광주문화방송이 불타버린 일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며 "언감생심 지조와 기개를 기대하겠는가마는, 국민들 눈에 그저 실리와 사욕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비칠까 염려스럽다"고 했다.
사제단은 특히 성명서에서 사제들이 매주 시국기도회를 열고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정확히 밝혔다. 이들은 "월요시국기도회가 전주, 서울, 마산, 수원, 광주를 거쳐 오늘 춘천에 이르렀다. '도대체 신부들이 왜 이러는 거요?' 하는 항의를 듣곤 한다"며 "사실은 하루를 여는 새벽마다 우리 스스로 던지는 물음이다.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우리도 묻고 싶다. 지금이 가만히 있어도 좋은, 아니 가만있어야 하는 그런 때인가? '가만있으라 세월호에'(2014. 4. 16)하던 박근혜도, '가만있으라 서울에'(1950. 6. 27)하던 이승만도 가고 없는데, 날 저무는 것도 모르고 어째서 빈둥거리기만 하는가"라며 "무능·독선 행보로 정치·외교·경제·사회 각 분야에 일대혼란을 일으켜도, '한국 대통령은 기본을 배워야 한다'(이코노미스트)는 외신의 잔소리를 접하던 날에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기다려주었다"고 했다.
사제단은 "어서 대통령이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도리에 충실하기를, 그래서 피와 눈물로 이룩한 민주국가의 체계와 제도를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사람들의 울화와 환멸이 낙심과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빌었다"며 "그러나 윤석열 그는, 번뇌와 망상을 키웠을 뿐, 잘못을 뉘우치거나 마음을 바로잡으려는 아무런 성의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 20일 오후 7시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서 연 '검찰독재 타도와 매판매국 독재정권 퇴진 촉구' 시국미사에 함께한 시민들의 모습. 2023.3.20. 사진 이호 작가
그러면서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방한한 사실을 언급한 뒤, "윤석열이 일본, 미국과 손잡고 아무도 모르게 벌이는 모종의 거래들에 비하면, 대다수 국민을 대경실색케 만든 저 끔찍한 일들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며 "분명한 것은 그가 대한민국을 어둡고, 위험하고, 가난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여 양심이,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한다. 그만 침묵을 깨고 어서 행동하라고"고 적었다.
또한 사제단은 "흙으로 발암물질을 대충 덮고는 '용산어린이정원'이라 부르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무 문제없다더니 해군은 매일 1천만 원 가량의 비상 식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라며 " 죽도록 피곤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쳤겠으나, 우리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새싹 같은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지금 우람한 젊은이들도 머잖아 낙심의 벽에 갇히고 말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제단은 "일주일 전 철근공 양회동 미카엘(춘천교구 청호동본당) 형제가 분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노조 탄압을 일삼는 대통령이 '건설 조폭'을 운운해서 노동자의 명예를 더럽힌 것에 대한 항의였다"며 "철옹성 같은 권력이라도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를 함부로 대했다가 별안간 무너졌다. 구약의 성전도, 신약의 성전도 그래서 불탔고 그래서 무너졌다"고 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7시 강원도 춘천시 춘천교구 애막골성당에서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연다. 사제단은 지난 3월 20일 전주 풍남문에서 봉헌한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4월 10일 서울광장 △4월 17일 마산 창동사거리 △4월 24일 성남동 성당 △5월 1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매주 월요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사제단은 오는 15일 오후 3시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22일에는 오후 8시부터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성당에서 월요시국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사제단은 매주 월요일 각 교구를 돌아가며 기도회를 개최하고 오는 8월 16일 서울에서 대규모의 시국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
다음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성명서 전문.
<발본색원이 답이다>
"예언자들은 거짓으로 예언을 하며 제사장들은 거짓 예언자들이 시키는 대로 다스리며 나의 백성은 이것을 좋아하니, 마지막 때에 너희가 어떻게 하려느냐?"(예레미야 5:31)
1. 기시다가 왔다
<월요시국기도회>가 전주, 서울, 마산, 수원, 광주를 거쳐 오늘 춘천에 이르렀다. "도대체 신부들이 왜 이러는 거요?" 하는 항의를 듣곤 한다. 사실은 하루를 여는 새벽마다 우리 스스로 던지는 물음이다. 우리는 왜 이러고 있는가? 그런데 우리도 묻고 싶다. 지금이 가만히 있어도 좋은, 아니 가만있어야 하는 그런 때인가? "가만있으라 세월호에"(2014. 4. 16.) 하던 박근혜도, "가만있으라 서울에"(1950. 6. 27.) 하던 이승만도 가고 없는데 날 저무는 것도 모르고 어째서 빈둥거리기만 하는가?
물론 참고 기다려주어야 할 때가 있다. 그래서 연이은 '외교 실패'/ 숱한 논란에 대한 '거짓 해명'/ 경제위기 속에서 부자감세·복지축소를 강행하는 '민생이반'/ 대통령 부부의 비리는 눈감아주고 야당대표 수사에만 몰두하는 '공작검찰'/ 대통령 전용기 MBC 탑승 배제, YTN 민영화 추진 등 '언론자유' 파괴/ 공공 자산 '민영화'/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안전운임제 등 '노동 인권' 묵살/ 사고예방과 구조에 실패했으면서 진상 규명을 외면하는 '이태원 참사'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그저 묵묵히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무능·독선 행보로 정치·외교·경제·사회 각 분야에 일대혼란을 일으켜도, "한국 대통령은 기본을 배워야 한다."(이코노미스트)는 외신의 잔소리를 접하던 날에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기다려주었다. 어서 대통령이 자신의 본분을 깨닫고 도리에 충실하기를, 그래서 피와 눈물로 이룩한 민주국가의 체계와 제도를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사람들의 울화와 환멸이 낙심과 무관심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빌었다.
그러나 윤석열 그는, 번뇌와 망상을 키웠을 뿐 잘못을 뉘우치거나 마음을 바로 잡으려는 아무런 성의도 보여 주지 않았다. 어제 드디어 일본 총리 기시다가 왔다. 윤석열이 일본, 미국과 손잡고 아무도 모르게 벌이는 모종의 거래들에 비하면 대다수 국민을 대경실색케 만든 저 끔찍한 일들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그가 대한민국을 어둡고, 위험하고, 가난한 나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여 양심이,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재촉한다. 그만 침묵을 깨고 어서 행동하라고.
2. 화근인 사람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그 '말'이 어떤 재앙을 부르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마구 떠벌이기만 하는 그는 화근禍根, 재앙의 가장 큰 뿌리다. 실성하지 않고서야 저럴 수 없다. 어느 집 가장이기만 했다면 일가의 풍비박산으로 끝날 일이겠으나, 망나니 칼춤 추듯 하는 그가 남북 칠천만 겨레의 앞날을 좌지우지하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듯 오금이 저린다. 발본색원이 답이다. 1597년 7월 16일 칠천량 해전의 패배를 교훈 삼아 결단해야 한다. 당시 모든 전투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일본 수군을 갖고 노는 수준의 최강 조선 수군은 멍청한 지휘관 한 명 때문에 어이없이 괴멸되다시피 했다. 판옥선만 무려 122척이 소실되었고 1만여 명의 경험 많은 조선 수군이 죽거나 행방불명되었다. 그날의 패전은 새로운 전쟁을 불렀다. 곧바로 정유재란이 일어났다.
대통령의 입만 화를 부르고 키우는 게 아니다. 언론을 공모자로 지목하지 않을 수 없다. 멸칭, '기레기'의 장본인들에게 말해서 무엇하랴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느라 말과 글로써 사실을 비틀고 진실을 가려서 시민들을 속이고 있는 언론 종사자들이라도 1980년 5월 20일, 광주문화방송이 불타버린 일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대법원은 그날의 방화에 대해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라며 무죄를 판결한 바 있다. 언감생심 지조와 기개를 기대하겠는가마는 국민들 눈에 그저 실리와 사욕만 추구하는 집단으로 비칠까 염려스럽다.
3. 아이들을 보아라
그러면 남은 것은 나와 너의 입이다. 흙으로 발암물질을 대충 덮고는 '용산어린이정원'이라 부르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아무 문제없다더니 해군은 매일 1천만 원 가량의 비상 식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것이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이다. 죽도록 피곤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쳤겠으나 우리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새싹 같은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지금 우람한 젊은이들도 머잖아 낙심의 벽에 갇히고 말 것이다.
동화작가 권정생은 누구라도 자살을 하거나 자기 몸밖에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고질병에 시달렸으나 오로지 아이들의 앞날과 평화를 걱정했다. 그래서 몽실 언니처럼, 억압받는 처지를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 보살피고 아껴주면서 삶의 근원적인 행복과 기쁨을 찾아가는 아름다운 주인공들을 탄생시켰다. 선생은 오늘도 말하리라. 강아지 똥이라도 환한 민들레꽃을 피우거늘 하물며 사람이 사람 속에 피우는 꽃은 얼마나 눈부시랴. 뜻 있는 이들의 작은 실천이 모여 역사의 흐름을 바로 잡았던 것이 한국 현대사다. 비바람 부는 날이라도 토요일이면 빌고 바라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 촛불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나라가 위태로우니 "뭐라도 해야지, 나라도 나가야지" 하는 그들, 희망이 보이지 않아도 나부터 희망이 되면 된다고 믿는 그들이야말로 시대의 예언자다.
더 늦기 전에 교회도 목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내 백성은 목자를 잘못 만나 이 산 저 산 헤매다가 흩어진 양떼처럼 되었었다. 보금자리를 잃고 산과 언덕을 헤매었다."(예레미야서 50:6) 하시던 주님의 탄식이 온 산하에 메아리치고 있다. 아직 옳은 것과 그른 것을 식별하지 못하고 있거나 용기가 없어서 침묵하는 이들을 격려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의 선포이며 봉사다. 자애로운 어머니이면서 엄격한 교사인 교회의 사명이다.
4. 아버지들의 투쟁을 기억하고 행동하자
일주일 전 철근공 양회동 미카엘(춘천교구 청호동본당) 형제가 분신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조 탄압을 일삼는 대통령이 '건설 조폭'을 운운해서 노동자의 명예를 더럽힌 것에 대한 항의였다. 이태원 참사 때도 건성이었던 대통령실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고 마치 남 말하듯 했다. 하지만 아는가? 철옹성 같은 권력이라도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를 함부로 대했다가 별안간 무너졌다는 사실을. 구약의 성전도, 신약의 성전도 그래서 불탔고 그래서 무너졌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알아채는 것이 참 지혜요 믿음이다.
갑오년 시월, "추수가 끝난 마을마다 곳간 속 묻어 뒀던 창, 엽총, 없는 사람은 쇠스랑, 낫까지 닦아 들고 나섰다. 만삭 아내의 귀밑머릴 만져주며, 병든 아버지의 머리맡에서 무릎 나온 아들딸들의 코를 닦아주며, 그리고 정든 기둥나무에 눈인사를 보내며 우리의 조상들은 서리 내린 아침 집을 나섰다."(신동엽, 금강) "왜적을 몰아내자", "썩은 왕실을 도려내자"는 깃발들이 펄럭였다. 안타깝게도 우금티 고개에서 악전고투했다. 상봉 능선에 일렬로 늘어선 왜군 제5사단의 최신식 화력. 야전포, 기관총, 연발소총이 불을 뿜었다. 흰옷을 입은 사람들 수백 명이, 그 흰옷들이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본 수천 명이 차례차례 달려가고 뛰어들었다. 저 고개만 넘으면 새 세상이 열리는데 이 한 목숨을 아끼랴, 하면서. 그날 3만에 달하는 농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품위와 권리는 옛 어른들의 수고로 거저 받은 것들이니 우리도 우리의 수고를 거저 내놓음으로써 자라나는 세대를 복되게 하자.
2023년 5월 8일 어버이날
춘천교구 애막골성당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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