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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중단 외압?…채 상병 사건 담당 경찰수사관의 '눈물'

道雨 2024. 1. 17. 10:43

수사중단 외압?…채 상병 사건 담당 경찰수사관의 '눈물'

 

 

군인권센터, 해병대-경북경찰청 수사관 녹취 공개

해병대 수사관 "왜 아무 것도 안 하십니까"

"다음에 사건 거기로 가면 철저하게 수사해 달라"

경찰 수사관 흐느끼며 "알겠습니다"

군인권센터 "외압에 무력감 느낀 수사관 눈물"

 

지난해 7월 경북지역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순직한 고(故) 채모 상병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등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수사 외압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가 공개됐다.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8월 2일과 3일 해병대 수사관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 사이에서 이뤄진 통화 녹취 2개를 공개했다.

두 수사관이 나눈 대화에는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른바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 일부 드러난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열린 '채모 상병 사망 사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측은 이날 해병대수사관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팀장 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2024.1.16. 연합뉴스

 

 

 

경북경찰청 수사관 "지휘부 검토 중이다"

 

지난해 8월 2일 오전 10시 30분쯤 해병대 수사단은 임성근 해병1사단장 등 8명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시된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으로 이첩했다. 당시 해병대 수사관은 경찰에 수사 내용을 1시간가량 설명한 뒤 부대로 복귀했다. 군인 사망 사건은 민간 사법기관이 담당하도록 한다는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2시 20분쯤 국방부는 수사기록 이첩을 지시한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을 보직해임했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 검찰단을 통해 경북경찰청에 이첩된 관련 기록을 회수했다.

이어 국방부 검찰단은 다음 날(3일) 박 대령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혐의자와 혐의 내용 등을 빼지 않고 그대로 수사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것이 '항명'이라는 이유였다.

 

이날 공개된 첫 번째 통화 녹취는 국방부 검찰단이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자료를 회수한 직후인 2일 오후 8시 15분쯤 이뤄졌다. 해병대 수사관은 경북경찰청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정식 이첩된 자료가 국방부 검찰단으로 넘어간 데 대해 따졌다. 박 대령은 이미 보직해임 통보를 받은 뒤였다.

 

*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5일 오전 항명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용산구 국방부 군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2023.9.5. 연합뉴스

 

 

 

해병대 수사관은 통화에서 경북경찰청 수사관에게 "오늘 저희가 사건을 정확하게 인계를 드렸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라며, 경북경찰청이 해병대 수사단으로부터 기록을 인계 받은 게 아니고 자료를 제공 받았다는 식으로 애매한 입장을 표명 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에 경북경찰청 수사관은 "내부 검토 중에 있다"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해병대 수사관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모든 걸 솔직하게 다 털어놨지 않냐" "'청(대통령실)에서 분명 외압이 들어올 거다'라고 저희가 말씀드린 건데, 너무 안타깝다"라며, 재차 국방부 검찰단에 자료를 넘긴 이유를 따졌다.

경북경찰청 수사관은 해병대 수사관이 발언에 반박하거나 부인하지 못하고 "지휘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 대장님도 헌병대장님한테 전화를 받으셨더라, 지금 그런 사정이 있는데 제가 그 부분은 차후에 연락을 드리겠다"며 난처하다는 듯 말했다. 

 

녹취를 보면, 해병대 수사관은 이미 이첩 과정에서부터 경북경찰청 관계자들에게 '수사 외압'이 들어올 수 있다는 사실을 말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병대 수사관이 기록을 이첩할 당시 경북경찰청 측에선 강력범죄 수사대장과 통화에 등장하는 수사관을 포함한 강력범죄 수사대 소속 경관 다수가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권센터는 "통화 내용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경찰 지휘부가 (국방부 검찰단에 의한) 이첩 기록 탈취 이후에 이첩 과정과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검토가 이뤄지고 있던 시점이 이미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이 가지고 간 뒤라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경찰 지휘부는 사후 대책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경찰은 해병대수사단이 오전에 넘겨준 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에 내주는 것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검토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일단 정당하게 이첩 절차를 밟은 기록을 통째로 국방부 검찰단에 넘겨주고, 그 행위를 정당화 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것"이라며 "절차상 문제 될 일이 아니었다면 늦은 시간까지 경찰 지휘부가 이 사안을 토의하고 있었을 까닭이 없다"고 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이미 수사 외압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었고 △'지휘부'가 뒤늦게 검토하고 있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가 제출한 수사 기록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 경찰은 사실상 '윗선'의 의도를 파악하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해병대수사관-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 간 통화 녹취. 2024.1.16. 군인권센터 제공

해병대수사관 네 수사관님.

경북경찰수사관 예. 죄송합니다. 여기 우리 계속 회의 중이었습니다.

해병대수사관 수사관님 저 궁금한 게 있어서.

경북경찰수사관 예.

해병대수사관 오늘 저희가 사건을 정확하게 인계를 드렸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

경북경찰수사관 예.

해병대수사관 근데 왜 경북청에서는 제공을 받았다, 인계를 못 받았다고 하는지 그게 좀 궁금해서 연락을 좀 드렸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어, 못 받았다고 그게 무슨 뜻이지요?

해병대수사관 그러니까 경북청 공식 입장은 사건을 인계받은 게 아니고 사건 자료를 제공 받았다는 식으로 이렇게 뭐 이렇게 나온다고 그래서, 질문을, 뭐 설명을 드리면서 이렇게 정확하게 사건 인계서 공문까지 저희가 다 편철을 해서 인계를 드립니다라고 하고 왔는데, 사실 뭐 지금 구체적으로 저희가 들어보니까 인계받은 게 아니고 자료를 제공 받은 정도로만 이런 식으로 경북청에서 일단 입장을 표명을 하셨던데 그 사유에 대해서 궁금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예, 수사관님 저희들도 내부에 지금 검토 중에 있고요, 그 부분은

해병대수사관 아니 이미 공식적으로 그렇게 답변을 했다 그래서

경북경찰수사관 

해병대수사관 그러니까 지금 저희는 나름대로 저희 입장 전부 다 다 설명을 좀 드렸고, 현재 이렇게 하는 부분에 대해선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말씀 다 드렸습 니다.

경북경찰수사관 네, 네, 네.

해병대수사관 근데 이제 이렇게 되다보니까 저희는, 저는 개인적으로 담당 수사관으로서 좀 그러한 부분들이 너무 이해가 안 되고, 그건 아까도 저희가 말씀을 드렸지만 이러한 외압적인 부분에서 저희도 이렇게 하지마는 그 ‘청에서 분명 외압이 들어올 거다’라고 저희가 말씀드린 건데, 하 저희는 조금 개인적으로 조금 너무 안타까워서, 뭔가 사유가 있지 않을까. 그 이유를 들어보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아 예,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수사관님. 저희들, 지금까지 저희들도 제가 뭐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저희들도 지휘부에 검토 중이라서 제가 일단은 안 그래도 저희 대장님도 헌병대장님한테 전화를 받으셨더라고요. 지금 그런 사정이 있는데 제가 그 부분은 차후에 연락을 제가 드리겠습니다, 수사관님.

해병대수사관 아, 너무 어렵습니다, 수사관님.

경북경찰수사관 하 예.

해병대수사관 저희는 정상적으로 다했는데 결국, 결국은. 그냥 결국은 저희가 죽일 놈이 되어서. 저는 너무 이 모든 상황이 실망스럽고 아...... 그냥 아...... 네 수사관님 좀. 분명히 공식적으로 공문도 다 갔는데. (침묵) 입장이 다 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경북경찰수사관 예 예.

해병대수사관 알겠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수사관님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수사관님.

해병대수사관 알겠습니다. 예 들어가십쇼.

경북경찰수사관 예 수사관님.

 

* 고(故) 채수근 상병의 안장식이 22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고 있다. 채수근 상병은 지난 19일 경북 예천 내성천에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2023.7.22. 연합뉴스

 

 

 

"무고한 해병대원이 죽었습니다"…흐느끼는 경찰 수사관

 

두 번째 녹취는 다음 날인 8월 3일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이 군 형법상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되고 국방부 검찰단이 해병대 수사단을 압수수색하는 상황에서, 해병대 수사관이 경북경찰청 수사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강한 어조로 항의하는 내용이다.

 

해병대 수사관은 통화에서 "이거 너무한다 생각 안하십니까? 저희가 범죄자 취급받으면서 지금 압수수색 당하고 있습니다"라며 "사람이 죽었습니다. 사실 규명을 위해서 그 책임자를 찾고 진실 밝히고 이게 뭐가 잘못됐습니까. 왜 경북청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십니까"라고 경북경찰청의 침묵에 항의했다.

 

또 해병대 수사관은 "저희 수사단장님(박정훈 대령)이 형사 입건됐습니다. 휴대폰도 압수당하고 압색 다 들어오고 여기도 동시에 다 들어와 있는데"라며 "무슨 근거로 사건 기록이 그렇게 (국방부 검찰단에) 가야 되고, 왜 경북청에서는 이첩받았다고 정당하게 말을 못하시고,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를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이거 나중에 밝혀지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는 겁니까? 우리는 겁이 안 나서 이렇게 했습니까? 겁났으면 이렇게 말도 안 했습니다. (사건 기록을 경찰에) 주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모든 걸 솔직하게 다 털어놓지 않았습니까"라며 거듭 경찰 측에 따졌다.

 

경북경찰청 수사관은 해병대 수사관의 항의에 연신 한숨을 쉬면서 "그거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밝혀질 건 밝혀져야죠"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게 어떻게 그렇게 이뤄지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당혹해 했다.

 

해병대 수사관은 "진실을 이렇게 왜곡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무서울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에 꼭, 사건이 꼭 거기(경북경찰청)로 가면 철저하게 수사를 좀 해주십시오, 무고한 해병대원이 한 명 죽었습니다"라며, 채 상병 사건을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당부했다.

 

경북경찰청 수사관은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당부에 흐느끼는 목소리로 거듭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경북경찰청 수사관도 해병대 출신으로 보인다. 해병대 수사관은 울먹이는 경북경찰청 수사관을 달래듯 통화 말미에 "저 해병대 906기입니다. 대선배님이신 걸 알고 있습니다"라며 "필승"이라고 경례했다.

 

군인권센터는 "해병대 수사관은 분노하고, 경북경찰청 수사관은 무력감에 눈물을 흘리는 통화 내용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이라며 "경찰에도 윗선의 압박이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경북경찰청장에게 외압이 있었던 7월 31일 이후 8월 3일까지 누가 연락을 해 기록 탈취를 상의한 것인지 수사해 봐야 한다"면서 "연락을 한 곳이 대통령실인지, 국방부인지, 국방부검찰단인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해병대수사관-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수사관 간 통화 녹취. 2024.1.16. 군인권센터 제공

해병대수사관 수사관님.

경북경찰수사관 아, 예 수사관님.

해병대수사관 수사관님. 이거 너무한다 생각 안하십니까? 저희가 범죄자 취급받으면서 지금 압수수색 당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하...... 맞습니다.

해병대수사관 사실 규명을 위해서 그 책임자를 찾고 진실 밝히고 이게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왜 경북청에서는 왜 아무 것도 안하십니까? 왜 그러십니까? 진실을 밝히는 게 잘못되었습니까?

경북경찰수사관 아니 그거 잘못된 거 아닙니다, 수사관님.

해병대수사관 그런데 왜 우리가 압수수색 받고 이렇게 범죄자 취급 받아야 합니까? 아시지 않습니까.

경북경찰수사관 예 그렇게, 그 맞습니다. 그게 어떻게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저희들도 잘 모르겠는데......

해병대수사관 무슨, 무슨 근거로.

경북경찰수사관 수사관님. 그 맞습니다. 그거 밝혀져야 될, 모든 거는 밝혀져야 죠. 당연히. 맞습니다, 수사관님.

해병대수사관 죄송합니다.

경북경찰수사관 예 수사관님, 제가.

해병대수사관 죄송합니다. 수사관님께 그렇게 그 이유없는데, 죄송합니다, 수사관님.

경북경찰수사관 아닙니다, 수사관님. 저도...... 진짜. 근데요 수사관님. 밝혀질 건 밝혀져야죠. 하......

해병대수사관 죄송합니다, 수사관님. 괜히 제가 흥분한 것 같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아 진짜...... 하...... 참...... 하......

해병대수사관 저희 수사단장님이 형사 입건됐습니다. 휴대폰도 압수당하고 압색 다 들어오고 여기도 동시 다 들어와있는데, 무슨 근거로 그 사건 기록이 그렇게 가야 되고, 왜 경북청에서는 이첩 받았다고 정당하게 말을 못하시고, 뭐가 그렇게 무서운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거 나중에, 이거 나중에 밝혀지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는 겁니까? 우리는 겁이 안나서 이렇게 했습니까? 겁났으면 이렇게 말도 안 했습니다. 주지도 않았습니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모든 걸 솔직하게 다 털어놨지 않습니까. 수사관님의 힘이 발휘 못 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수사관님도 실무자이기 때문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아무도 진실을... 하 이렇게 왜곡할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무서울 줄은 몰랐습니다. 다음에 꼭, 사건이 꼭 거기로 가면 철저하게 수사를 좀 해주십시오. 수사관님.

경북경찰수사관 알겠습니다.

해병대수사관 저희 무고한 해병대원이 한명 죽었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알고 있습니다.

해병대수사관 네, 그 부모님 앞에서 저희가 맹세를 했습니다. 맹세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혀서, 그 예방의 목적에, 저희도 예방 못했다면 저희도 처벌받겠다고 했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흐느낌)

해병대수사관 감사합니다 전화주셔서 수사관님.

경북경찰수사관 (흐느낌) 알겠습니다.

해병대수사관 감사합니다, 수사관님. 저 해병대 906기입니다. 대선배인 거 알고 있습니다.

경북경찰수사관 (끅끅하는 소리) 알겠습니다.

해병대수사관 죄송합니다, 수사관님.

경북경찰수사관 아닙니다.

해병대수사관 예 들어가십시오.

경북경찰수사관 알겠습니다.

해병대수사관 예 필승.

 

 

 

"국정조사 해야 외압 밝힐 수 있어…국회의장이 막아"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이날 공개한 녹취 파일과 관련, "제보 받은 바에 따라서 공익적 목적이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법적 검토를 거쳐서 공개를 하게 된 것"이라며 "녹취 파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뿐 아니라 국방부 검찰단도 압수수색을 했기 때문에 확보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박정훈 대령, 생존한 해병들, 오늘 공개한 통화에 등장하는 해병대 수사단과 경찰의 실무자들, 지난해 이미 공개한 해군 군검찰-해병대 수사단 통화에 등장하는 군검사에 이르기까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증언을 들어봐야 할 사람이 수도 없이 많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현역 군인이거나 공무원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이들에게 발언대를 만들어주거나 수사기관이 조사하지 않는 이상 이들의 진술은 확보하기 어렵다. 경찰도, 공수처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권력의 눈치를 보며 수사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왼쪽)이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열린 '채모 상병 사망 사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군인권센터 측은 이날 해병대수사관과 경북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팀장 간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수사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2024.1.16. 연합뉴스

 

 

 

임 소장은 "남은 것은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해 공식적 발언대를 만들어 주는 길 뿐"이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로 외압의 실체를 밝히면, 국회에 계류 중인 특검법의 향배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이미 지난해 11월 국정조사 실시 요구서가 본회의에 보고된 바 있다. 국정조사 실시는 본회의 의결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국정조사를 상임위원회에 맡길지, 특별위원회에 맡길지만 결정하면 된다.

 

임 소장은 "하지만 국정조사 추진 역시 동력을 잃고 멈춰버린지 오래"라면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비판했다. 그는 "김 의장은 요구서를 받아 놓고 2달째 조사위원회 결정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절차를 밟아 요구된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의장이 판단할 법적 권한이 없음에도, 국민의힘이 국정조사 실시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사위원회결정권을 이용해 국정조사 진행을 막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 외압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와중에 여당이 국정조사 실시를 찬성할 리가 만무하다"며 "정부의 부정을 밝히는 목적으로 실시하는 국정조사를 어떻게 여당의 동의를 받아서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73%가 채 상병 사망 사건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수사 외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다"며 "김 의장은 정부와 여당의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국민의 분노를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부터 국회의장에게 보내는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결정을 촉구하는 범국민 서명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8월 채 상병 사건 국정조사 실시 청원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해 5만 명의 시민 서명을 받아낸 바 있다.

 

군인권센터는 "김진표 의장은 지금이라도 즉시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을 결정해 국회의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라"며 "그것이 젊은 해병대원의 죽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드는 첫 걸음"이라고 했다.

아울러 시민들에게도 "채수근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이, 생존 병사들의 씻지 못할 트라우마가, 박정훈 대령의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을 수 있도록 서명에 동참해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다.

 

 

 

김성진 기자mindle1987@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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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군 장악의 과욕이 부른 무모한 군 인사

 

 

 

https://youtu.be/RXROtDCUSYI

 

 

해군 작전 하다가 말고 온 합참의장

합참차장은 방첩사령관에서 파격 영전

합동작전 무경험자들로 어쩌자는 건가

방첩사령관-대통령 경호실장 충암고라인 구축

 

 

한국전쟁 최대 미스테리

6·25 전쟁 당시 이형근 2사단장이 자신의 회고록인 '군번 1번의 외길'에서 "6·25 전쟁 10대 미스테리"를 제시한 바 있다. 그중 두 번째가 전쟁 나기 2주 전인 6월 10일에 각급 주요 지휘관의 대대적 인사이동이다. 중앙 요직을 포함한 전후방 사단장과 연대급의 대대적인 교류와 이동이 단행되었는데, 중요한 것은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사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이형근 본인도 8사단장에서 2사단장으로 보직이 이동되었는데, 당연히 부하가 누구인지, 지형과 적정이 어떠한지 알 리가 없었다. 모든 부대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지휘관 이동에 따른 축하 행사와 파티까지 이어져 전방은 극도로 허술해졌다. 지금까지도 전선이 불안한 그 당시에 왜 그런 대규모 인사를 했는지는 여전히 연구과제다.

윤석열 정부가 11월에 단행한 "대장 전원 물갈이" 인사를 보면 도무지 그 까닭을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대대적 인사이동이다. 작년에도 군의 대장 7명을 전원 물갈이한 데 이어 올해 또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군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한 정상적인 인사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이런 파격적 인사를 연이어 단행하면서 그럴듯한 이유나 명분이 없다는 것은 6·25 전쟁 전의 상황에 비견될 만한 미스테리다. 이 인사가 얼마나 비정상인가는 새로운 대장 진급자를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합동작전 전문가가 없는 합참 지휘부

군 서열 1위인 합참의장으로 발탁된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은 파격 중의 파격이다. 김 합참의장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6월 중장으로 진급한 데 이어 불과 1년 4개월여 만에 다시 대장으로 진급했다. 작년 12월에 해군 작전사령관으로 부임하고 1년도 되지 않아 합참의장으로 내정되었다는 사실에는 말문이 막힌다. 통상 대장 2차 보직인 합참의장을 중장을 대장으로 진급시켜 곧바로 내정한 것은 1994년 평시 작전통제권이 한국 합참의장에게 넘어온 이후 처음이다. 합참의장은 육·해·공 작전부대 간의 합동작전을 지휘하기 때문에 자신이 소속된 군만이 아니라 타군의 특성까지 두루 알아야 한다. 통상 육군은 사자처럼, 해군은 상어처럼, 공군은 독수리처럼 싸운다고 하는데, 이런 군의 특성을 두루 섭렵하기 위해서는 합동작전 직위를 두루 거쳐야 한다. 그런데 김 내정자의 경우는 준장 때 해양작전을 담당하는 합참 작전2처장 근무경력이 전부다. 해군 작전사령관을 1년도 수행하지 않았으니 합동작전이 아니라 해군 작전도 하다가 말고 온 사람이다.

게다가 합참 차장에 임명된 황유성 중장은 방첩사령관에서 곧바로 영전한 또 하나의 파격이다. 국방장관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에게 직보가 가능한 방첩사령관은 정치적 영향력이 큰 권력기관으로 이해된다. 이 때문에 방첩사령관은 중장의 마지막 보직으로서 통상 대장으로 진급되지 않고 그 자리에서 군 생활을 끝내는 게 정상이다. 만일 방첩사령관이 또 다른 군 보직으로 영전되면 자신이 관장하는 군 인사정보를 사적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방첩사령관이 합동작전 부서의 고위직으로 이동시킨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인데다 황 중장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과 군수참모부장, 제20기계화보병사단장을 역임한 육군의 정통 야전통이지 합동작전 근무경력은 전혀 없는 비전문가다.

 

                              * 왼쪽부터 김명수 합참의장, 황유성 합참차장, 여인형 방첩사령관. 

 

 

 

재현되는 2010년의 재앙

이런 합참의장과 차장은 부임하는 날부터 합참의 14명의 부장이 올리는 보고서를 해독하지 못한다. 합참은 야전과는 용어와 개념이 달라서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고 자신이 할 일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합참의 비전문성이 국가적 재앙으로 비화된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군 인사에서 합참의장-차장-작전부장-작전처장-합동작전과장을 합참 근무 경력이 없는 비전문가로 임명하였고 합동작전 전문가는 작전본부장이 유일했다. 이듬해 3월에 천안함 사건이 일어나자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합참과 해군 2함대 간에는 의사소통이 마비되었다. 그날 밤 10시가 넘는 시간에 청와대가 비상 NSC를 소집할 당시에 합참의장은 음주로 만취되어 인사불성이었고 합참 작전계통은 사태 파악을 못해 군 비상경계령을 다음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발령했다. 전날 경찰의 을호비상령, 인천 해경의 갑호비상령보다 늦은 조치였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더 비전문가인 한민구 육군총장을 의장으로 영전시켰는데 그는 작전이 아닌 정책통이었다. 그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벌어지던 순간에 합참의 장교들은 북한의 포격 원점을 F-15K 전투기로 응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두고 된다는 쪽과 안 된다는 쪽으로 갈라져 논쟁했다. 국가 자위권 차원에서 전투기 출동을 할 수 있는지, 아니면 유엔사 정전 시 교전규칙에 따라 미군의 통제를 받아야만 전투기를 출동할 수 있는지 헷갈렸던 거다. 합참의장은 공군의 작전 교리를 몰라서 공군작전사령부에 비상사태를 발령하지 않아 3시 30분에 영문을 모르는 공군작전사령부에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한 F-15K 출동을 지시했지만 6시간 지난 9시 30분에야 출격이 이루어졌다.

대통령의 군 장악 교두보, 방첩사

과거의 작전 실패의 교훈을 알고도 단행된 이번 합참 인사는 파격이라기보다 무모함에 가깝다. 게다가 여인형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장(소장)이 중장 진급과 함께 방첩사령관에 임명된 것은 군을 정치화하는 정권의 분명한 신호라고 보아야 한다. 이로써 대통령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육사 38기)에 이어 방첩사령관(육사 48기)으로 이어지는 충암고 라인이 구축되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과거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장관 시절에 장관실에서 총괄과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당시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의 세평에 따르면 여 사령관은 그 당시부터 다분히 정치적 성향의 인물이다. 향후 대통령의 군 장악에 여 소장은 방첩사가 관리하는 장교의 신원정보와 경호처장을 통해 대통령실에 직보할 수 있는 권한을 무기로 군을 관리하는 실세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채수근 상병에 대한 과실치사와 외압을 행사한 의혹이 있는 군 인사들도 전원 구제되거나 보호되었다. 수시로 말을 바꾸며 소신을 저버린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유임되었고, 임성근 해병1사단장은 합참전비태세검열실장으로 영전될 예정이었으나 본인이 고사하여 정책연수라는 한직에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과실치사 혐의로 1사단장이 입건되었다는 정보를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사건을 처리한 임기훈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은 중장으로 진급하여 4성 장군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국방대 총장으로 영전되었다. 국민의 70% 이상이 박정훈 대령을 지지하는 여론을 무시하고 여전히 부당한 수사에 대한 외압을 행사한 세력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채 상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압 세력은 사건에 대한 왜곡과 은폐를 마지막까지 담당하게 했던 당사자들이다. 이들은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바라는 국민 여론 심판의 표적이다. 굳이 손자병법을 인용하지 않아도 군의 상벌체계가 무너지고 법 집행의 공정성이 사라지면 군은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다. 지금의 해병대가 바로 그렇다.

초급간부는 뒷전, 대통령과 장관의 거짓말

무모함의 연속인 이번 장군인사는 역설적이게도 고위직 진출을 열망하는 많은 장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기수 파괴로 인해 진급과 보직 이동의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런 이유로 대규모 인사가 초래한 비극이 바로 6·25 전쟁이다. 우리 군은 통상 늦가을에 군 정기 인사를 단행한다. 이 자체도 불합리하다. 북한군은 농번기를 피해 동계훈련에 주력하는 군이기 때문에 전방은 항상 겨울에 긴장이 조성된다. 그런데 바로 이때 우리 군은 인사이동으로 뒤숭숭하여 임무에 집중하기 어려운 취약기다. 적정을 살피고 지피지기(知彼知己)로 대비태세를 강화하는 군대가 아니라 인사 군대, 관리형 군대로 형식적인 안보태세가 될 위험이 크다.

게다가 올해는 초급간부 처우개선이 좌절된 재앙적인 국방예산으로 군 조직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야전을 방문하여 "군의 허리인 초급간부가 흔들린다"며 갖은 처우개선을 직접 약속했다. 겨우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국방예산은 초급간부의 당직비, 성과상여금, 주택수당, 초과근무수당 등 간부의 처우개선에 관한 예산이 전부 동결되었다. 대통령과 장관이 초급간부를 상대로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마치 처우를 개선을 해 줄 것처럼 말을 앞세워놓고 예산을 싹둑 잘라버린 거다. 이 정도면 국방장관은 숙소에 가서도 잠이 오지 않고 밥맛도 떨어져야 정상이다. 약속을 위반하고 무슨 낯으로 장병들을 대할 건가. 그런데 그 국방장관은 10월 6일에 정부가 주식 공매도 금지조치를 발표하자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격이 오르는 기회를 포착했다. 이튿날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휴대폰으로 주식 매도에 관한 문자를 주고받는 장면은 정작 장관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말해 준다. 이런 군 수뇌부의 처사가 일으킨 사건이 한말의 임오군란이다. 지금은 학군장교 지원대학의 절반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그 여파로 공중보건의와 같은 병역특례제도까지 그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군 인사, 공정과는 거리가 먼 기회주의적 처신을 한 인사들의 영전, 군 인사 정보를 활용한 비선 권력의 출현 등, 이런 현상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해 주나. 싸우면 지는 군, 실패하는 국방 아닌가.

 

 

김종대 매의눈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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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군 상벌체계, 이런 군은 전쟁에서 진다

 

[김종대 칼럼] 우리 국방을 병들게 한 세 장면

 

 

우리 국방이 내부로부터 무너지고 있다. 초급 간부들의 기강과 사기가 무너지고 지휘관의 권위가 사라진다.

세 가지 사건을 차례로 보자.

사건 1.

지난 10월 25일. 해병 1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병사가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했다. 그 병사가 전역하고 하루가 지나자 지체없이 이전의 상관을 고발한 사연은 이러하다. 이 병사는 지난 7월에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고 채수근 상병과 함께 급류에 휩쓸렸다. 급류에 쓸려 멀어져 가는 채 상병을 구하지 못하고 자신은 생존했다는 데 대한 자괴감, 사건 이후 무리하게 수중 수색을 지시한 사단장의 책임 회피에 대한 분노를 안으로 삭이며 지낸 군 생활은 말 그대로 지옥이었다. 군에서는 재난을 겪은 병사에게 심리 상담을 받도록 했으나 상담 기록을 사단장이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거부했다고 한다. 사단장의 노기를 달래느라 간부들은 연일 숨죽이고 살아야 했다. 사건 당일에도 안전을 염려했던 간부들이 사단장의 강압적인 수중 수색 명령에 복종한 죄로 보직이 해임되는 황당한 현실을 목격한 이 병사의 트라우마는 더욱 심화했다. 이 병사는 전역할 날을 기다려 해병 1사단 내에서 벌어진 부조리를 고발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적벽대전의 조조 군대 같은 해병 1사단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지난 7월의 사건 이후의 해병 1사단이 과연 군대로서의 제 기능이 작동했느냐다. 우선 이 사단에서는 상벌체계가 완전히 붕괴됐다. 흔히 공명심으로 부대를 지휘하는 지휘관은 "공은 나에게, 책임은 부하에게"를 신조로 움직인다. 문제는 이런 지휘관의 속내가 부하들에게는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거다. 사단장이 자신의 지휘 책임은 회피하면서 사건의 책임을 부하에게 전가하고 중간 간부들을 들들 볶아대니까 부대의 기강은 속으로 무너져 내렸다. 굳이 손자병법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상벌의 공정성이 상실된 군대는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군대처럼 붕괴하게 되어 있다. 지휘관의 리더십이 권위를 잃고, 병사들은 명령에 복종하기를 회피하려 한다. 이런 군대는 전쟁에서 지는 군대다. 재난의 현장에서 생존한 병사가 정작 그 이후 더 힘들었던 사연이 바로 이 점이다.

이 병사가 언론에 공개한 사연을 보면 사건 이후 노기를 뿜어대며 간부를 주눅 들게 하는 사단장, 영결식 날 조문 온 정치인들을 허겁지겁 따라다니던 장군들, 유족과 만나는 장면을 사진 찍으려고 막상 피해자인 해병대원들을 비 맞은 채로 세워놓고 우산 들고 뛰어다니는 국회의원 보좌진 등 무너진 군대를 짓밟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장면들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게다가 최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대해 전 해병대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다. 8월 초에 김 사령관은 해병대 광수대장인 모 중령과 통화에서 “(박정훈 대령의 경북 경찰서에 사건을 이첩한 것은) 정직하게 한 일”이라고 말했고, “아마도 박정훈이 내 지시를 어긴 것으로 (국방부 검찰단이) 몰고 갈 것”이라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 그랬던 사령관이 국정감사에서는 “박정훈 대령이 자신의 이첩 중단 지시를 어겨” 사건 처리가 잘못된 것으로 증언했다. 그 사단장에 그 사령관이다. 사건의 내막을 다 알고 있는 해병대원이 수두룩한데 이런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앞으로 해병대에 영이 제대로 서겠느냐는 탄식이 나올 정도다. 이러니 해병대원들은 자신이 학대당했다는 깊은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거다.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달 8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출석하고 있다. 2023.9.8. 연합뉴스

 

 

 

지뢰 아닌 박격포탄 밟아 사망했다는 신원식 중대 이등병

사건 2.

이게 어디 해병대만의 문제인가. 더 끔찍한 일이 있다. 사건은 1985년 10월 24일 오후 3시 35분에 일어났다. 당시 육군 8사단 21연대는 공지 합동훈련을 수행하고 있었다. 증언에 의하면 훈련 중인 중대의 중대장은 김 모 화기 소대장을 통해 포대장에게 훈련장으로 박격포를 두 발 쏘도록 지시했다. 한 발은 멀리, 한 발은 짧게 쏘라는 중대장의 이상한 지시가 이행되어 돌격 중이던 이승남 이등병이 박격포 파편에 맞아 숨졌다는 거다. 사건 조사가 시작되자 그 중대장은 "박격포 사격 자체가 없었다"며 사망한 이등병은 "불발탄을 밟아서 숨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격포탄이 밟아서 터진 것이라는 설명은 기가 찬다. 당시 중대장은 사건 직후 중대원들에게 이를 교육하며 입을 맞추도록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당시 증언을 바탕으로 최근 군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가 이 사건에 대해 “이등병의 사망이 조작·왜곡되었다”고 결론지었다. 그 중대장이 10월에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으로 임명된 신원식 예비역 중장이다.

더 놀라운 일도 이어졌다. 신원식 장관은 최근 장관으로 영전되면서 이 사건을 군 의문사위에 진술한 증언자와 의문사위원회의 조사관, 그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인까지 7명을 고소했다. 자신이 장관으로 임명되려니 일단 증언자들을 무더기로 고소하여 입을 막으려 했는지, 무척 급하기는 급했던 것 같다. 국방장관이 같은 국가기관이 절차에 의해 조사하여 내린 결론을 뒤집기 위해 국가기관의 공무원을 상대로 고소를 했다는 이야기다.

사건 3.

군 사법체계가 무너진 전형적인 사례는 단연 현 김용현 경호처장 케이스다. 그가 17사단장 재직 시절에 임진강변에서 사계 청소 중이던 병사의 익사 사건에 대해 그는 책임을 지지않고 당시 연대장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훗날 그 연대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진정을 국민권익위에 제출했다가 김용현으로부터 무고죄로 고발되어 실형을 살았다. 이런 나쁜 선례가 용인되고 그 책임자들이 영전되는 전례가 한 번 나타나면 그 뒤로는 연쇄적으로 같은 인사가 반복된다. 우리 국방에 무너진 정의를 회복하고 장병들이 사기가 충천되려면 반드시 청산해야 할 적폐가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문제의 출발이다

이 모든 부조리의 최고 정점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박정훈 대령이 검찰에 제출한 진술에 의하면 윤 대통령은 8월 1일에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은 채 상병이 잘못된 명령으로 사망하게 된 사건에 대해서가 아니라 해병 1사단장에게 책임을 묻기로 하고 경찰에 이첩하겠다는그 결정에 격노했다. 그 이후 국방부 차관과 법무관리관, 국방부 검찰단, 검찰 포항지청 등등 사법기관들이 대거 동원되어 해병대 수사단의 사건 이첩을 무력화했다. 신원식 장관에 대해서도 법무부 인사검증단이 중대장 시절의 사건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이를 용산에 통보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마저도 통보에서 누락되었다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직무유기로 처벌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신원식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지금껏 채 상병의 사건 처리를 둘러쌓고 대통령과 안보실 핵심 관계자들의 개입 흔적과 외압의 증거들은 차고 넘친다. 오늘날 군대가 정의와 정직이 사라지고 안으로부터의 붕괴 위기에 직면한 것은 군의 상벌체계를 붕괴시킨 윤 대통령의 독선이 그 출발점이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군 관련 사법체계로 인한 무수한 피해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2월에 무속인 천공의 육군 참모총장 관저 방문 의혹에 대해 증언자와 언론사 기자 총 7명이 고발당했다. 박정훈 대령에 대한 외압 의혹과 관련하여 박 대령은 항명죄로 수사를 받고 있고, 수사단 관계자들이 입건되었다가 풀려났다. 신원식 장관의 중대장 시절 중대원 사망 의혹과 관련하여 7명이 고발당했다. 이런 일련의 사법 사태를 이끌어가는 중심에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에게 충성하는 국방부 검찰단이 있다. 이 조직이 핵심 역할을 맡아 희대의 사건 왜곡과 편파 수사 의혹이 확산되는 중이다. 육사 출신의 검찰단장이 지휘하는 국방부 검찰단은 사람에게 충성하지 제도에 충성하지 않는다. 이런 군 사법체계의 부정의가 군 장병들에게는 훤히 들여다보이기 때문에 우리 군의 사기와 기강, 그리고 상벌체계가 문란해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 국방을 병들게 하는 이적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늘의 군 사법질서는 2014년 윤승주 일병 사망 사건, 2022년의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군 지휘관의 사법 개입을 막고 공정한 수사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개편된 결과다. 장병들의 피와 희생으로 발전해 온 사법질서가 왜 이 정부에 와서 짓밟히고 왜곡되는지 철저히 따져볼 일이다. 한때 부당한 개입에 저항한 것으로 국민적 신망을 얻었던 검사 윤석열이 막상 대통령이 되고 나서 이런 사법농단의 배후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나는 바담 풍해도 너는 바람 풍 하라"는 식의 군 고위층의 내로남불에 우리 장병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 더 이상 방치되면 우리 군은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게 바로 심각한 대통령발 국정농단이다.

 

 

 

김종대 매의 눈mindle@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