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허락한 적 없다" 수장 없는 공수처의 고군분투
계속되는 대통령실의 '공수처 때리기'에 맞서 18일 짧은 입장 발표
공수처장과 차장이 장기 공백 상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대통령실의 공세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출국을 둘러싼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대통령실은 연일 공수처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18일 오전 대통령실은 입장문을 통해 "(이종섭 대사는)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 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사는 대사 부임 출국 전 스스로 공수처를 찾아가 4시간 가량 조사를 받았고, 언제든 소환하면 귀국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면서 "이에 공수처도 다음 기일 조사가 준비되면 소환통보 하겠다고 했다"고 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공수처는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권한이 없다"면서 "따라서 해당 사건관계인 조사 과정에서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관계인이 법무부에 제출한 출국금지 이의신청에 대하여 법무부에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출국금지 해제 과정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소환조사 일정 등 수사 상황에 대하여 확인드리기 어렵다는 것이 일관된 입장"이라면서도 "대통령실 입장 내용 중 일부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어 말씀드린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전체 네 문장에 불과한 짧은 공지문에다 잘못된 사실관계에 대한 정정 내용으로 국한되어 있지만, 대통령실 입장문에 즉각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라 이례적이다.
공수처의 반박에 대통령실은 격앙된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수처의 입장 표명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다수 매체와의 통화를 통해 "(공수처가) 사실상 출국을 양해한 것 아니냐", "이 대사를 출국금지한 상태에서 6개월 동안 소환 한 번 하지 않은 것은 출국금지를 유지할 의지가 없었던 것", "대통령실 입장이 나오자마자 바로 반박 공지를 할 망큼 출국금지가 그렇게 간절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이 대사를 소환해 조사하라" 등 비난성 발언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를 지목하며 비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 수세에서 공세로 대응 기조를 전환하면서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대통령실발 발언은 "공수처와 야당, 친야 언론의 결탁"이었다.
공수처 '수사1부와 4부' 갈등설
대통령실의 공세에 대응한 공수처의 반박은 현재 공수처가 장기간 지도부 공백 상태라 더욱 주목된다. 공수처는 지난 1월 김진욱 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잇따라 임기 만료로 퇴직했지만, 2개월째 아직 신임 처장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형식적으로는 김선규 수사1부장검사가 '처장 직무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지만, 그 역시 검사 시절 수사기록을 유출한 혐의로 2심에서 유죄(벌금 2000만 원)를 선고받아 지난 4일 사직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김 부장이 사직서를 제출한지 2주가 지났지만, 대통령실이 수리하지 않고 있는 게 공수처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서 진행중인 이종섭 대사 관련 수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있다.
검찰 특수부 출신으로 박연차 사건과 저축은행수사에도 참여했던 김 부장은, 현재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과 임은정 대구지검 부장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 공수처 내부에 수사1부와 4부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말이 있다"면서 "신임 처장이 임명되기까지 인사청문회와 총선을 감안하면 꽤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박정훈 대령 건을 수사하는 4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1부장의 사표 수리를 최대한 늦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강력한 수장이 없는 공수처 상황이 대통령실에 대한 즉각 반박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면서 "신임 처장 후보군을 보면, 새로 처장이 왔을 때 이런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한(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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