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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로 입틀막’하는 정부에 경종, 이 얼마나 멋진가!

道雨 2024. 4. 4. 08:58

‘가짜뉴스로 입틀막’하는 정부에 경종, 이 얼마나 멋진가!

 

 

* 촛불중고생시민연대 관계자들이 2022년 11월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 때문에 박해를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말할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볼테르)

 

“나는 당신이 쓴 글을 혐오한다. 그러나 당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당신에게 보장해 주기 위해 나는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노엄 촘스키)

 

 

2012년 부산일보 정수장학회 보도 사건의 판결문은 이례적이었다.

성금석 판사는 계몽철학자 볼테르와 세계적 석학 촘스키의 말을 인용하고, ‘이 얼마나 멋진가!’라는 감탄문까지 덧붙였다. 표현의 자유 없이 민주주의 없음을 강조하기 위함일 것이다.

지난해 1월 글쓴이가 어느 사건의 소장을 제출하며 볼테르의 말을 인용한 마음도 같았다.

 

2022년 11월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석열열차’ 사건과 이주호 교육부장관 임명 등을 계기로, ‘윤석열 퇴진 중고등학생 촛불집회’를 추진하자, 단체에 집중공격이 시작됐다.

처음엔 ‘촛불집회 참여하여 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받자’라는 문구를 삽입한 조작된 집회 포스터와, 종북세력이라는 허위 비방이 인터넷 공간을 떠돌았다.

이를 근거로 보수 언론과 정치인이 비난했고, 다시 그 비난을 근거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돌연 단체에 등록말소처분을 내렸다.

 

다행히 이번에도 사법부는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다.

지난 3월29일 서울행정법원은 서울시가 문제 삼은 촛불집회, 정책협약식 등이, ‘중고생들의 촛불정신을 계승한 교육개혁, 사회참여 활동’이라는 단체의 주된 목적을 위배되지 않고, ‘특정 정당, 후보의 지지, 반대’가 아니라면서 단체에 대해 전부승소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가짜뉴스’였다.

서울시는 봉사활동 언급 포스터의 조작 여부나 종북세력이라는 비방 등에 대한 팩트체크 없이, ‘촛불집회 등 대외활동이 늘어 대중이 단체를 특정 정당, 후보 지지, 반대 단체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게 등록말소의 사유라고 했다. 재판에 제출된 서울시 공식문서로 확인된 내용이다.

학생, 시민들의 “윤석열 퇴진” 외침을 막으려면 ‘가짜’에 눈감는 게 필요했던 걸까.

 

 

반면 ‘가짜’라며 문제 삼기도 한다.

지난 대선 당시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를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는 1년6개월 뒤 돌연 언론기관들에 유례없이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했다. 게다가 그 불이익처분의 계기가 된 민원들 상당수가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사적 이해관계자들을 통해 제기된 것 같다는 공익신고가 있자, 반성은커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며 공익신고자를 범법자로 모는 공격이 시작됐다.

 

정권에 해가 되는 집회를 하면 악의적 가짜뉴스를 근거로 불이익을 주고, 정권에 해가 되는 방송을 하면 그 방송이 가짜뉴스라며 불이익을 준다.

 

방법은 상반되나 공통점이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표현하는 이에 대한 이른바 ‘입틀막’이다.

 

이번 판결이 현 정권의 표현 자유 억압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언론과 시민단체에 대한 ‘입틀막’은 곧 사회 전체,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입틀막’이다.

 

우리에겐 소신대로 표현할 자유가, 들리는 그대로 들을 자유가 있다.

권력자는 아무리 듣기 싫어도 언론의, 시민의 입을 막아선 안 된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박은선 | 법률사무소 이유 변호사

 

 

※글쓴이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에 대한 등록말소처분 취소 소송의 원고 소송대리인 및 방심위 민원청탁 사건의 공익신고 대리인입니다.